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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컷뉴스] 경찰서 주차장에서 고추를 말리는 이유

2015.10.30 오후 03:50






























"여기 참외, 맛있니?"/"그럼, 참외 맛도 좋지만 수박 맛은 더 좋다."/"하나 먹어 봤으면."
소년이 참외 그루에 심은 무우밭으로 들어가 무우 두 밑을 뽑아 왔다. 아직 밑이 덜 들어 있었다.
잎을 비틀어 팽개친 후, 소녀에게 한 개 건넨다.
-소설 황순원 소나기 中-

옛 소설에도 등장하는 농작물 서리. 주인에게 들키면 크게 혼나는 일이었지만 형사처분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어릴 적 추억 때문일까요? 일부 관광객들이 농작물을 훔쳐가는 경우가 많아 농민들의 속을 썩이고 있습니다. 절도 현장을 잡아 처벌을 하려 해도 '시골 인심'을 운운하며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1년 간 피땀 흘려 일군 농작물을 도둑맞는 농민들의 마음은 타들어갑니다. 서리를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깟 농작물 한 줌'이지만 티끌모아 태산. 작은 절도가 쌓여 큰 피해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간 큰 사람들은 아예 트럭과 포대를 이용해 몇천 개의 농작물을 훔치는 기업형 서리를 벌이기도 하고, 상대적으로 비싸게 팔리는 쌀 서리를 전문적으로 하기도 합니다.

농작물 서리로 인한 피해가 극심한 나머지 강원도 평창 경찰서는 경찰서 주차장을 농민들을 위한 고추 등 농산물 건조장으로 제공하는 등 방지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서리로 인한 인명피해도 있었습니다. 지난 2012년, 관광객이 농작물을 서리하다 야생동물을 잡으려 쳐놓은 전기 울타리에 감전사했고 올 3월에는 50대 남녀가 이웃 주민이 말려 놓은 복어를 훔쳐 술안주로 먹다 숨지기도 했습니다. 두 경우 모두 안타까운 죽음이지만 여론은 싸늘했습니다. 더 이상 서리가 '귀여운 장난'으로 인식되지 않는다는 증거입니다.

'작은 서리'든 '큰 서리'든 농·수산물 절도는 엄연히 범죄 '형법 329조 절도죄 위반'입니다.

저조한 수확량에 한숨짓는 농민들에게 또 다른 아픔을 줘서는 안됩니다. ‘귀여운 서리’도 처벌하는 각박해진 세상이라고요? 서리가 아니라 엄연한 절도입니다.

한컷 디자인 : 정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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