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평화롭던 시골 마을에서 10여 년 사이 암 환자가 25명이나 나왔습니다.
전북 익산에 있는 장점 마을 이야기인데요.
주민들은 마을 주변에 비료공장이 생긴 뒤부터 발생한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환경부도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는데, 일단 비료공장과 마을 주변에서 모두 유해 물질이 발견됐습니다.
자세한 내용 취재기자와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백종규 기자!
암 환자가 25명이나 나왔다는 게 우연은 아닌 것 같은데, 마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가요?
[기자]
이곳은 전북 익산시 함라면에 있는 장점 마을입니다.
이 마을에는 주민 80여 명이 살고 있는데요.
주민들은 10여 년 전부터 비만 오면 검은 기름 물이 떠내려오고 저수지 물고기들이 폐사했다고 합니다.
또 지하수를 사용하던 마을 주민 대부분이 가려움증과 피부병에 시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문제는 암 환자가 계속 나오기 시작한 겁니다.
이후 이 마을에서는 주민 80여 명 가운데 지금까지 25명이 암 투병을 했고, 이 가운데 15명이 숨졌다고 합니다.
한 마을에서 25명이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쉽게 믿을 수가 없는데요.
암 발병이 늘어나자 주민들도 원인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앵커]
마을 주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을 것 같은데, 주민들 상황은 어떤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취재진이 마을에 찾아가 주민들을 만나봤는데요.
대부분 심각한 불안 증세를 보였습니다.
78살 김양녀 할머니는 "사람 사는 게 아니다." 이런 말까지 했는데요.
김 할머니 역시 얼마 전 대장암에 걸린 사실을 확인하고 서둘러 수술을 했습니다.
김 할머니는 한 집 걸러 한 집꼴로 암 환자가 나오고 있어서 마을 분위기가 가라앉았고, 사망자가 늘어나면서 마을 곳곳에 빈집이 생기고 있다며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습니다.
또 주민 김형구 씨는 한날에 부모님 두 분을 떠나보내기도 했습니다.
어머니 아버지 두 분이 모두 암 투병을 했고 지난 2013년 한 날에 돌아가신 겁니다.
주민들은 평화로운 마을에 갑자기 이런 일이 발생한 이유가 무엇인지 꼭 밝혀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앵커]
마을 주민들은 비료공장이 암 발병의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주민들은 마을에서 500m가량 떨어진 비료 공장을 암 발병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이 비료공장은 벽돌공장이 있던 곳에 지난 2001년 문을 열었는데요.
공장이 가동된 이후부터 마을 곳곳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겁니다.
공장에서는 검은 연기가 매일 마을로 넘어왔고, 비가 오면 악취가 심해져 코를 틀어막고 생활할 정도였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또 이 마을은 지하수를 쓰고 있는데, 공장에서 흘러나온 폐수 등 유해 물질들이 땅에 스며들어 지하수까지 오염됐다고 주장합니다.
이 때문에 지하수를 사용한 주민들이 심각한 피부병과 암에 걸렸다는 겁니다.
또 이 공장은 담배찌꺼기인 연초 박과 피마자 박이라는 원료를 사용했는데, 주민들은 이 물질들이 암을 불러왔다고 주장했습니다.
주민들은 수년 동안 이 공장이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지자체에 알렸지만, 지자체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고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습니다.
끈질긴 주민들의 요구 끝에 지난해 4월 공장 폐쇄명령이 내려졌고, 이 공장은 결국 문을 닫았습니다.
[앵커]
환경부도 조사에 나섰는데, 중간 보고회에서 어떤 이야기가 나왔나요?
[기자]
주민들이 대책위원회까지 만들어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줄기차게 호소하고 있는데요.
지난해 주민들이 의뢰해 민간단체가 한차례 조사를 했고, 올해 3월부터 환경부가 역학 조사를 벌이기 시작했습니다.
어제 환경부와 용역 기관에서 나와 주민들에게 중간 보고회를 열고 관련 내용을 전달했는데요.
우선 마을과 공장에서 인체에 유해한 다환방향족탄화수소 물질 16개 가운데 14개가 검출됐다고 밝혔습니다.
이 다환방향족탄화수소를 영어로는 PAH 파라고 하는데요.
여러 부류의 화합물로 이루어진 이 물질은 불완전연소나 유기물의 열분해로 발생하는데, 인체나 환경에 중대한 오염원이라고 알려졌고 잠재적 발암성 물질이라는 연구결과들도 있습니다.
이 파라는 물질이 청정지역보다 최대 5배가량 높게 검출된 겁니다.
또 환경부는 대표적인 발암물질인 벤조에이피렌이 검출된 사실도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주민들의 면역력 결핍증도 다른 지역보다 30% 가까이 높게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앵커]
비료공장과 주민 암 발병과의 인과 관계를 밝히는 게 중요할 것 같은데, 환경부에서 추정하는 원인은 어떤 것이고 앞으로의 조사는 어떻게 이뤄집니까?
[기자]
환경부는 오염 물질이 비료 원료에서 나왔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비료공장에서는 비료 원료를 섞어 건조과정을 거치는데,
이 건조과정에서 열을 만들 때 폐타이어를 태우거나 합성유를 태우면서 발생한 오염 물질이 마을로 퍼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 공장에서는 폐타이어와 합성유 등을 사용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비료원료가 오염 물질로 추정된다는 주민들의 의견과는 좀 다른 해석입니다.
환경부는 아직 비료공장과 주민 암 발병의 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실은 확인하지 못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계속 조사를 벌여 오는 12월쯤 최종 결과를 내놓을 예정인데, 어떤 결과가 나올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전국부 백종규 기자[jongkyu87@ytn.co.kr]와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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