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4월 강원도 고성과 속초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 당시 이재민에게 지원한 수백억 원대 재난지원금을 둘러싼 정부·지자체와 한국전력공사 간 구상권 소송에서 항소심 법원이 한전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서울고등법원 춘천재판부는 오늘(19일) 오전 한전이 정부와 강원도 등을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 반대로 정부와 강원도 등이 한전을 상대로 제기한 비용상환청구 소송에서 한전 전부 승소로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지자체가 피해자로서 자신의 손해를 스스로 복구하는 자기 복구 부분에 대해서는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으나 사회 보장 부분에 대해서까지 비용 상환 청구권을 인정하는 것은 자기 책임의 원칙에 반함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재판부는 또 "정부와 지자체가 대신 부담했다고 주장하는 재난 비용과 구호 비용의 내용과 액수 역시 구체적으로 증명하지 못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정부와 강원도 등은 지난 2019년 4월 산불이 나자 주민들에게 400억 원 규모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전신주에서 처음 불이 시작된 만큼 한전에 구상권 청구 방침을 밝혔습니다.
반면 한전은 재난지원금 상당 부분은 법령에 근거가 없어 청구권 대상에서 제외해야 하고, 비용 상환 의무가 인정되더라도 책임을 대폭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한전의 소송 제기에 정부 역시 한전을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하는 반소(맞소송)를 제기했습니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지난해 7월 한전 일부 승소로 판결했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전신주에 설치상 하자가 존재했고 이 하자로 산불이 발생해 그로 인한 주민 손해 사이에 상당한 인과 관계가 있는 만큼 한전이 재난안전법과 재해구호법의 원인 제공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국가·지방자치단체가 지급한 사회보장적 성격의 재난지원금 등에 대해서도 비용상환청구권이 발생한다고 봤습니다.
다만, 재판부는 법령상 재난지원금 또는 구호비용이라고 볼 수 없는 부분들은 제외해야 한다며 자원봉사자를 위해 지출한 비용과 한전이 피해 주민들에게 지급한 보상금과 중복해 정부가 지급한 비용은 비용상환 범위에서 제외했습니다.
또 교육비와 임시주거시설 설치 비용 등은 사회보장적 성격으로 한전이 부담해야 하는 손해배상책임에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한전에 비용 상환 책임까지 지우는 것은 가혹한 결과라며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한전의 비용상환 책임을 20%로 제한했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이 같은 판단을 근거로 한전이 정부에 28억 원, 강원도에 15억여 원, 고성군에 13억 원을, 속초시에 3억 원 등 60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열린 항소심에서 2심 재판부는 1심에서 정한 '한전의 20% 상환' 책임조차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소송 비용 역시 정부와 지자체가 부담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원인 제공자인 한전이 사회재난에 의하여 발생한 피해에 대한 보상금 내지 손해 배상금을 지급한 만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재난 지원 비용을 부담하였다고 하더라도 대위변제 부분에 대한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해석한 겁니다.
한편 앞서 지난 2019년 12월 산불 피해 보상과 관련해 외부 전문위원으로 구성된 '고성지역 특별심의위원회'는 한전의 최종 피해 보상 지급금을 한국손해사정사회가 산출한 손해사정금액의 60%(임야·분묘 40%)로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행안부가 관련법에 따라 구상권을 청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한전은 구상권 청구액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만 피해보상금으로 지급하기로 하면서 소송전으로 이어지자 피해보상 문제는 답보상태에 빠진 상태입니다.
이런 가운데 산불비상대책위가 한전을 상대로 낸 26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법원이 '한전이 이재민들에게 87억 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하면서 피해보상 문제는 더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상태입니다.
한전은 구상권 소송으로 인해 이재민들에게 지급을 중단하고 유보금으로 묶어뒀던 일부 금액에 대해 이번 소송의 대법원 상고 여부와 법리적 검토, 이재민들과의 협의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지급을 결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항소심 재판에서 패소한 정부와 강원도, 고성군과 속초시 역시 판결문 확보 이후 협의를 통해 대법원 상고 여부를 결정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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