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에어컨 틀기도 어려워요"...'미등록 경로당' 가보니

2024.08.10 오전 01:29
[앵커]
노인 인구가 늘면서 경로당을 찾는 어르신이 많아지고 있는데요.

하지만 상당수의 경로당이 법적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외면받고 있습니다.

때문에, 어르신들이 자비를 부담해 운영하다 보니 무더위에 에어컨도 마음껏 틀지 못하고 있습니다.

JCN 울산중앙방송 라경훈 기자입니다.

[기자]
울산 북구에 위치한 작은 경로당.

무더위가 이어지는 날씨에 어르신들이 좁은 공간에서 선풍기 하나에 의존하며 더위를 식힙니다.

낮 시간이지만 경로당 내부는 어두컴컴합니다.

이곳은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한 일명 '미등록 경로당'.

미등록 경로당은 지자체의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해 안전시설과 편의시설도 갖추기 힘듭니다.

에어컨의 희망온도는 30도.

자비로 경로당을 운영하다 보니 에어컨 하나 트는 것도 망설여집니다.

[이귀자 / 북구 대안동 : 우리가 먹고 살고 다 하는 거죠. 전기세도 우리가 주고 다 모으고 먹는 것도 우리 돈으로 사와요. 겨울에는 난방비고 여름에는 에어컨인데 웬만하면 안 틀어요. 요즘은 워낙 더우니까 틀죠.]

열악한 환경 탓에 발걸음이 뚝 끊긴 경로당도 있습니다.

뜨거운 햇빛 아래 그늘 없이 사람 없는 작은 경로당이 우두커니 놓여 있습니다.

재활용 그물망에는 음료 쓰레기들로 가득하고 바로 옆에는 열악해 보이는 화장실이 방치돼 있습니다.

울산에 있는 경로당 800여 곳 가운데 미등록 경로당은 모두 24곳.

일정 시설과 면적, 회원 수를 갖춰야 등록이 가능하지만, 이를 충족하지 못한 경로당들은 무허가 건물로 방치되고 있습니다.

[울산시 관계자 : 일반적으로 무허가 미등록된 경로당들은 무허가 건물들이 많고 심지어 컨테이너 박스 이런 곳들도 있거든요.]

최근 폭염이 계속되면서 온열 질환자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상황.

고령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점점 부족해지는 노인들의 여가시설이 제도와 규칙에 묶여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JCN 뉴스 라경훈입니다.



촬영기자;박경린

디자인;이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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