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례 실~례 합니다~"
다음 가사가 무엇인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한 이 추억의 노래는 90년대 초반 대한민국을 웃겼던 코너 '부채도사'의 주제곡이다.
코미디언으로서 뿐만 아니라 가수로서 음암적 재능까지 뽐냈던 '부채도사' 장두석이 직접 만들었다. 도사를 찾아 온 손님들이 문을 열며 "실례 실례 합니다~"라고 물어오면 장두석이 "실례 실례 하세요~"라고 받아치는 가사가 단순하면서 중독성이 있다.
머리를 길게 드리우고 도복을 입은 장두석은 영험한 도사 같아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빨간코에 허당기 가득한 몸짓이 우스꽝스러워 반전 매력이 있었다. 도사라는 명칭과는 어울리지 않게 "어떻게 알고 왔쪙?", "부채신이시여, 잘 되겠습니깡?" 등 애교있는 말투도 캐릭터를 유쾌하고 친근하게 느끼게 했다.
재미있는 것은 부채도사가 실존 인물이라는 것. 가수로 데뷔를 준비하면서 무대 의상을 보러 갔다가 우연히 들른 점집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당시 부채로 점을 보는 여자 무당이 꽤 강렬한 인상을 남겼는데, 훗날 설특집 코너에서 점쟁이 역할을 하게 된 장두석이 부채신을 섬기는 박수무당 캐릭터를 탄생시키는데 영감을 줬다.
장두석은 YTN star에 "처음부터 '부채도사'라는 코미디를 만든 건 아니었다. 새해 특집 코너에서 점쟁이 역할을 하게 됐는데 캐릭터가 별로 특색이 없었다. 마침 세트장에 소품으로 놓여 있는 부채를 보고 그때 그 부채로 점을 보는 무속인이 생각나 즉석에서 대본을 고쳐서 한 건데 제작진 평가가 좋았다. 원래 1회성이었는데 방송 후 시청자들 반응도 좋아서 고정 코너로 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찾아오는 손님들의 사연은 각양각색이다. 초기에는 주로 김의환이 분장을 하고 가수 지망생, 운동선수, 교사, 깡패, 외판원 할아버지, 부채도사를 짝사랑하는 시장 여상인 등 다양한 인물로 분장해 장두석과 호흡을 맞췄다. 김의환이 당시 개국한 SBS로 옮겨간 뒤에는 여러 후배 코미디언들이 손님으로 출연했고 더러 스타 게스트가 나오기도 했다. 그마큼 다양한 시청자층의 공감을 이끌만한 에피소드를 소화할 수 있었다.
장두석은 "점을 쳐 보고 싶을만한 궁금한 일들이 인생사에 많지 않나. '부채도사'에서는 시사적인 분야부터 스포츠, 연예계 이슈 등 다양한 에피소드를 다룰 수 있었다. 또 캐릭터 자체가 특이하고 재미있으니까 아이들도 많이 따라했다"라고 '부채도사'의 인기 비결을 꼽았다.
누가 찾아 오더라도 '실례송'으로 문을 열었다는 것만은 같았다. 장두석은 "음악을 좋아해서 각 코너마다 짧은 로고송을 하나씩 넣거나 음악을 활용한 코미디를 했다. '아르바이트 백과', '부채도사', '시커먼스' 모두 음악이 있었다. 나만의 특이성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뜨거운 인기를 누렸지만 정작 무속인들에게서는 큰 호응을 받지 못했다. 부채도사는 늘 점괘를 틀려서 웃음을 유발했는데, 무속인들이 이를 희화화했다고 방송국에 찾아와서 데모도 하고 항의도 많이 했었다고. 그만큼 '부채도사'의 인기와 영향력이 컸음을 다시금 엿보게 한다.
세월이 흘러도 그 영향력이 사그러지지 않았다. '부채도사'는 살아있는 캐릭터와 이에 어울리는 음악의 조화라는 강점이 있었다. 무엇보다 점집이라는 배경에서는 다양한 에피소드 소화력이 있었다. 이는 2000년대 인기 토크쇼 '무릎팍도사'에도 영향을 미쳤다. 점쟁이 캐릭터와 게스트가 등장하면 울려퍼지는 '무릎팍송' 등 '부채도사'의 인기 공식을 따르고 있다.
'물장수', '부채도사', '시커먼스' 등 매번 개성있는 캐릭터를 보여줬던 장두석은 "코미디를 하면서 안 다룬 소재가 없다. 시청자들은 점점 더 새로운것을 찾을텐데 기존 코미디 스타일로는 진부하다. 시대상도 반영하고 새로운 웃음 포인트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요즘 코미디언들에 숙제를 내며 "특히 스탠딩 코미디가 우리나라에서 유독 안 되는 분야인데, 방송 뿐 아니라 토크 콘서트 같은 쪽으로도 발전이 됐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YTN Star 최보란 기자 (ran613@ytnplus.co.kr)
[사진 = KBS '유머 1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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