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이다. 비단 황금 수트를 입고 거침없이 올가미를 휘두르는 초월적 능력 때문만은 아니다. 연민과 사랑을 품고 마침내 날아올랐다. 코로나 블루가 인류를 덮친 오늘날, 위로와 희망을 전하는 시의적절한 슈퍼히어로의 등장이 반갑다. 영화 '원더우먼 1984'(감독 패티 젠킨스)다.
영화는 1984년을 무대로 한다. 전작에서 아마존 왕국의 공주 다이애나(갤 가돗)가 구하기 위해 몸을 던져야 했던, 제1차 세계대전 이후의 세상과는 '딴판'이다. 부와 예술, 힘과 자긍심까지 모든 것이 풍요롭다. 그런데 이 풍요가 문제다. "다 가져라!"라는 사고방식은 지나친 욕망을 부르고 어느새 과잉돼 스스로를 옥죈다. 또 다른 형태의 지옥이다.
다이애나는 고고학자로 일하며 조용히 지내려 하지만 쉽지 않다. 박물관에서 고대 유물을 큐레이션 하면서도, 정체를 숨긴 채 슈퍼히어로로 활약한다. 그런 다이애나 앞에 죽었던 남자친구 스티브(크리스 파인)가 거짓말처럼 나타나고, 적도 함께 등장한다. 아마존의 전사는 다시 한번 인류를 향한 조건 없는 사랑과 진실을 향한 믿음으로 거침없이 올가미를 휘두른다.
러닝타임 151분이 길게 느껴지지 않는 데는 화려한 볼거리의 역할이 크다. 6인치 스마트폰 화면보다도 커다란 스크린에서 봤을 때 그 진가를 십분 느낄 수 있는 영화다. 어린 다이애나와 아마조네스의 대결로 문을 여는 첫 장면을 시작으로 빌런과의 육지와 수중, 공중을 넘나드는 전투까지 시원시원한 액션이 쾌감을 준다.
여기에 스페인 알카사바의 이국적 풍경과 1980년대 워싱턴 D.C를 완벽하게 재현해낸 디테일한 미장센도 주목할 만하다. 황금 수트부터 투명 제트기까지 새로운 아이템도 여럿 등장한다. 영화 전반을 흐르는 레트로 분위기도 흥겹다.
인간적인 히어로 원더우먼의 매력도 충분하다. 영웅의 특별함 혹은 전지전능함을 강조하지 않는다. 그 역시 사명감과 사랑하는 이와 평범한 삶 사이에서 고뇌하고 회의한다. 상실의 아픔을 겪고 미숙한 선택도 하지만 애써 포장하지 않는다. 현재를 사는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어쩌면 꼭 닮은 히어로다.
영화는 극적으로 보여준다. 세상은 탐욕과 각자도생이 아닌 공동체 의식과 사랑, 평범한 사람들의 크고 작은 희생이 모여 굴러간다는 것을. 그렇기에 원더우먼은 우리 그 자체라는 것을. 영화적 메시지는 시대와 맞닿아 있어 힘을 얻는다. 바이러스와 힘겹게 싸우며 살아가는 지금 특히 귀하다. 연민과 인류애를 입은 원더우먼이 울림을 주는 이유다.
시대의 고민도 담았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인간애와 더불어, 진실(Truth)을 사유한다. 이 영화에서 다양한 무기와 능력 중에서도 원더우먼이 '진실의 올가미'를 주력으로 사용하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진실은 난국을 돌려놓고 붕괴 직전의 문명을 지탱하는 힘이다. 거짓과 경계가 흐려지며 위협을 받는 오늘날 상징하는 바가 적지 않다. 영화의 1984년과 관객의 2020년은 그렇게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다만 빌런의 존재감이 아쉽다. 이번 작품에선 빌런이 치타(크리스틴 위그)와 맥스웰 로드(페드로 파스칼), 둘이나 등장하지만 활약이 전편 아레스 한 명만 못하다. 특히 원더우먼의 숙적인 치타의 활약을 기대했던 팬이라면 아쉬움이 적지 않을 것 같다. 더불어 지나치게 친절한 설명도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그럼에도 '원더우먼 1984'는 단점보단 장점이 큰 영화다.
쿠키 영상이 하나 있다. '힘을 역이용하면 된다'며 싱긋 미소 짓는 그는 원작 팬들에게 큰 선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23일 개봉. 151분. 12세 이상 관람가.
YTN Star 반서연 기자 (uiopkl22@ytnplus.co.kr)
[사진제공 = 워너브라더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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