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학개론’을 통해 섬세한 연출을 선보이며 설레면서도 쌉싸름한 첫사랑의 감정을 스크린 밖으로 옮겨냈던 이용주 감독이 9년 만에 전혀 다른 스타일의 영화 ‘서복’으로 돌아왔다.
‘서복’은 인류 최초의 복제인간 ‘서복(박보검)’을 극비리에 옮기는 생애 마지막 임무를 맡게 된 시한부 요원 ’기헌(공유)’이 ‘서복’을 노리는 여러 세력의 추적 속에서 동행을 하며 예기치 못한 상황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13일 YTN star는 또 다른 이야기와 색다른 장르를 들고 오랜만에 관객들을 찾은 이용주 감독과 화상 인터뷰를 갖고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다음은 YTN star와 이용주 감독과의 일문일답.
Q. 15일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티빙과 극장 동시 공개라는 신선한 시도입니다. 설렘도 있고 긴장도 될 것 같은데?
이용주 감독 : 코로나19 이후 영화인들이 모이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서로 열띤 토론을 벌이는 분위기다. 앞으로 변할 것 같다는 생각에는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넷플릭스라는 OTT가 저변 확대에 성공했고, 애플tv와 디즈니 플러스도 국내 진출을 앞두고 있다. 국내 OTT에서는 티빙이 발돋움하고 있다.
기존과 달라진 환경에 기존 투자배급사와 제작사들도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저 역시도 다음을 영화 포맷으로 준비할지 4시간짜리 혹은 6시간짜리 호흡으로 준비할지 고민이 많다. 선택지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이라서 재밌지만 예측이 안 되다 보니 혼란스러움도 있다. 건강한 변화가 되길 바란다. 어느 한 쪽이 시장을 가지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폭이 넓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티빙과 극장 동시 개봉을 통해 서로 윈윈하는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 약간의 책임감과 기대감을 안고 있다.
Q. 배우 공유와 박보검의 호흡만으로 기대감이 높다. 함께 작업한 소감은?
이용주 감독 : ‘건축학개론’이 끝나고 시나리오를 쓰는 중에도 공유는 배우로서 호감이 있었고 막연히 염두에 두고 있었다. 다행히 그가 '건축학개론'을 좋게 봤다는 이야기 들어서 자연스럽게 시나리오를 건네게 됐다.
본격적인 캐스팅 과정에서 가장 고민은 박보검이었다. 서복 캐릭터가 박보검 말고는 대안이 없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지금도 서복 역할에 딱히 떠오르는 사람이 없다. 박보검이 거절할 경우 눈빛이 좋은 신인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혹은 여성 배우로 가는 방향도 생각해봤다. 하지만 그렇게 될 경우 기획 자체가 훼손될 것 같았다. 박보검이 합류해서 감사하고 복 받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공유와 박보검의 합은 너무나 좋았다. 보검 씨가 공유 씨를 많이 따랐고, 공유도 보검을 많이 케어하려고 했고, 촬영장 분위기는 그 자체로 훈훈했다. 둘 다 예의 바른 태도로 열심히 촬영에 임해주려고 해서, 스텝들도 편한 마음으로 촬영할 수 있었다.
특히 시장에서의 장면은 둘의 케미가 시작되는 부분이라 중요했다. 다행히 합이 잘 맞아서 좋았던 것 같다. 엔딩 장면을 촬영하면서는 박보검의 멋진 눈빛에 감탄하면서 촬영했다. 컷 사인을 내고 촬영감독이 “아까 봤어?”라고 물었고, 제작진 역시 감탄했다. 감격스럽고 행복한 순간이었다.
둘의 캐스팅이 완료된 후에는 주변에서 부러움, 시기, 질투를 받았던 것 같다. 혼자서 ‘세상에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영화만 잘 찍으면 되겠다’라고 생각했다. 메시와 호날두를 한 팀에 모은 것처럼 막강한 캐스팅이라고 생각했다. 캐스팅이 화려해서 영화를 준비하는 발걸음이 가벼워졌고, 영화가 잘 안되면 내 탓이 된다는 부담이 있었다. 배우들에게 감사한 일이다.
Q. ‘서복’만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혹시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이용주 감독 : ‘서복’만의 매력은 그가 인간적인 절대자, 초월자라는 것이다. 인간을 완전히 초월한 외계인 같은 존재는 아니지만 인간이라고 보기에는 인간을 뛰어넘은 존재다. 하지만 동시에 스스로 자신의 운명에 대해 고민하고 괴로워하는 서복은 우리가 하고 있는 고민을 대신해주는 느낌도 준다. 그런 면이 다른 SF 장르와 결이 다르지 않을까 싶다.
서복 캐릭터에 대해서 아쉬운 점은 없는데 시나리오 집필 과정이 힘들었다. 알 듯 말 듯 모르는 존재가 최초 콘셉트였다. 알 수 없고 알 듯 말 듯 모르는 존재를 묘사하는 것이 어려웠다. 어디까지 알고, 어디까지 소개할지 고민이 컸다. 실제로도 제가 다 알면 표현하고 싶은 그런 존재가 아니니까, 그 선을 정하는 것이 애로사항이었다.
(▷ [Y터뷰②] ‘서복’ 이용주 감독 “’건축학개론’ 이후 9년… 부담감도 있었다”로 이어짐.)
YTN Star 김성현 기자 (jamkim@ytnplus.co.kr)
[사진 제공 =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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