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멸망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이토록 가볍고 따뜻하게, 동시에 장엄하게 풀어낼 수 있을까?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그 불가능해 보이는 미션을 라이언 고슬링의 능청스러운 매력과 '로키'라는 잊을 수 없는 외계인 캐릭터를 앞세워 멋지게 완수해냈다.
앤디 위어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는 태양을 소멸시키는 외계 미생물 '아스트로파지'로부터 지구를 구하기 위해 떠난 솔로 우주비행사 라일랜드 그레이스(라이언 고슬링 분)의 사투를 다룬다. 같은 작가의 '마션'이 우주 생존기였다면, 이 영화는 그 스케일을 은하계로 확장한 대서사시다.
영화의 가장 큰 성취이자 핵심은 그레이스 박사와 거미 형상의 외계인 '로키'의 관계다. 오랜 기간을 혼수상태에서 깨어나 동료들을 잃고 칠흑 같은 어둠 속에 홀로 남겨진 그레이스의 고독은, 다른 행성에서 같은 미션을 띠고 홀로 날아온 로키의 처지와 맞닿으며 깊은 공명을 일으킨다.
처음에는 경계심으로 시작했지만, 서로의 신체 언어를 모방하고 컴퓨터를 통해 대화의 물꼬를 트는 과정은 흥미진진하다. 특히 이 과정에서 그려지는 서로 다른 종 사이의 외로움과 아픔에 대한 공유, 그리고 깊은 공감은 관객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든다.
'프로젝트 헤일메리' 포스터 ⓒ소니 픽쳐스
그저 살기 위한 생존을 넘어, 자신의 별을 구한다는 장엄한 공동의 목표를 갖고 움직이는 두 존재의 협력은 깊은 감동과 함께 영화에 강력한 추진력을 부여한다.
단연 돋보이는 것은 라이언 고슬링의 연기다. 그는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과학자 캐릭터를 능청스럽고 능글맞게 소화해내며 극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이끈다. 불안과 두려움을 유머 뒤에 숨기면서도, 천재적인 과학적 재치를 발휘하는 그의 모습은 고슬링만이 지닌 매력을 최대한으로 발산한다.
여기에 CG를 최소화하고 인형을 활용해 구현한 '로키'의 실재감은 영화의 또 다른 주역이다. 얼굴도 없는 돌덩이가 포옹을 건네고 소통하려 애쓰는 모습은 기묘하면서도 사랑스럽게 다가온다. 일부 해외 평론가들은 로키가 지나치게 귀엽고 정형화되었다고 비판했지만, 대다수의 관객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임에 틀림없다.
필 로드, 크리스 밀러 감독의 손길이 닿은 영화는 전반적으로 밝고 경쾌한 톤을 유지한다. 지구가 멸망할 위기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낙천성은 관객들이 2시간 반의 긴 여정을 지치지 않고 따라가게 만드는 동력이 된다.
'프로젝트 헤일메리' 스틸컷 ⓒ소니 픽쳐스
그렇다고 영화가 가볍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레이그 프레이저의 아이맥스 촬영과 다니엘 펨버튼의 장엄한 음악은 우주의 거대함과 고독, 그리고 외계 우주선의 정교한 공학적 기술력을 사실적으로 포착해냈다. 과학적 설정을 생략하지 않으면서도 이를 지적 자극을 주는 유쾌한 퍼즐로 풀어낸 점은 장르적 쾌감을 극대화한다.
약간의 흠이라면, 2시간 36분에 달하는 러닝타임이 조금 길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중반부에 그레이스와 로키가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반복적인 과정에서 페이스가 약간 처지는 구간이 있다. 지구에서의 회상 장면이나 일부 감상적인 설정들이 조금 더 촘촘하게 다듬어졌다면 더욱 완벽한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영화는 총과 칼 대신 지성과 협력을 통해 생존의 운명을 헤쳐나가는 가장 파격적이고 유쾌한 SF 작품이다. 라이언 고슬링의 능청스러운 연기와 로키와의 종을 초월한 뜨거운 우정은, 차가운 우주를 가장 따뜻한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긴 러닝타임의 압박을 이겨낼 만큼 충분히 가치 있고 즐거운 우주 여행이 될 것이다.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 필 로드 감독, 크리스 밀러 감독 연출. 라이언 고슬링, 산드라 휠러 주연. 러닝타임 156분. 12세 이상 관람가. 2026년 3월 18일 극장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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