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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 줘도 못 있어!" 1년간 관리소장 7명 사표 쓴 아파트...내막은?

와이파일 2019.02.16 오전 08:00
최근 1년간 관리소장이 7명 바뀐 아파트가 있습니다. 12월에만 3명 교체됐습니다. 한 사람이 두 달도 채 있지 않았던 겁니다. 관리사무소에 찾아갔더니 마침 소장이 앉아있었습니다. "나도 지난달에 이미 사표 썼어." 예상치 못한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내가 여기 10억을 줘도 여기 못 있어!"라고 말한 소장, 대체 이 아파트에 무슨 일이 있던 걸까요?



"일은 많은데 직원이 너무 적어". 2천 세대가 넘는데 직원은 10명 조금 넘는 수준이라 너무 힘들었다고 소장은 말했습니다. 주민들 민원도 들어줘야 하고, 난방비도 검침해야 하고, 어르신들이 뭐 고장 났다고 하면 일일이 집에 찾아가서 봐 드려야 하고.. 최근에는 관리비 문제로 주민 수십 명이 몰려와서 항의를 했다는 소장, "직원이 이렇게 적은데 여기가 무슨 관리가 되겠습니까?"



일부 주민은 넘지 말아야 할 선까지 넘었습니다. "식칼 가져와서 찔러 죽이겠다", "관리사무소 불 질러버리겠다"라는 말까지 했다고 합니다. 욕만 안 하면 다행이지, 전화하면 욕부터 퍼붓는 주민도 있다고 하소연했습니다. 관리소 근무 경력이 10년이 넘는데 이런 아파트는 처음이라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생각의 다름은 어느새 감정의 다툼으로 번졌습니다.



관리소를 바라보는 주민들의 눈은 싸늘합니다. 너무 안이하게 일하고 있다는 겁니다. 난방비도 제대로 검침하지 않고, 문제를 제기하면 말이 계속 바뀌고, 사태가 터지고 나서야 뒤늦게 조치하고.. 관리소의 일 처리가 주민들의 기대 수준에 한참 못 미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실제로 이 관리사무소는 검침을 제대로 하지 않은 실책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이런 와중에 주민들끼리의 관계에도 적신호가 켜졌습니다. 입주자대표회의에서는 매번 고성이 오가고, 지난해에는 정족수가 부족해 거의 열지도 못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돈 문제도 불거졌습니다. 일자리 안정자금 얘기인데요. 경비원의 고용을 보장하기 위해 정부에서 돈 주고 아파트 관리비 깎아주는 게 있는데,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받은 1억 원가량을 한 푼도 못 썼습니다. 입주자대표에서 의결이 안 나서입니다.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어디서부터 꼬인 걸까요. 어떻게 하면 갈등이 풀릴까요. 단지 이 아파트만의 문제일까요. 취재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 아파트에서 만난 누군가의 말이 맴돌았습니다. "주민들이 화합을 잘하셨으면 좋겠어요".


취재기자: 한동오 hdo86@ytn.co.kr
촬영기자: 시철우
영상편집: 이자은
VJ: 이경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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