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자 거래'란 특정 기업에서 직무 또는 지위를 맡은 사람이 기업 내부 정보를 이용하여 자기 회사의 주식을 거래하는 행위다. 그런데, 여기서 '내부자'의 기준은 뭘까?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 제174조 제1항에 따르면 기업과 관련한 임직원, 주요 주주 등 미공개 중요 정보를 알게 된 자와 이들로부터 정보를 받은 자는 정보를 특정 증권의 매매 등 거래에 이용하거나 타인에게 이용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자본시장법에서는 '내부자'를 관련자뿐 아니라 회사 내부자 또는 관련자로부터 직접 정보를 제공받은 사람도 포함해 규정하고 있다. 2015년 시행된 개정 자본시장법에 따라 정보를 전해 듣고 부당이득을 챙긴 2차 정보 수령자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정보를 미리 전해듣고 시장에 관여할 경우 피해자에게 배상 책임을 지는 것은 물론이고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그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3배 이상 5배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특히 위반 액수가 5억 원 이상인 경우 가중 처벌되며, 50억 원 이상인 경우에는 최대 무기징역까지 처해질 수 있다.
지난 2016년, 한미약품 직원들은 독일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이 한미약품과 맺은 8,500억 원 규모의 기술 수출 계약을 해지했다는 정보를 공시 전 입수했다. 정보는 일부 기관투자자들에게까지 들어갔고, 이들은 주가가 떨어지면 이익을 보는 공매도를 이용해 수 억 원을 벌었다.
당시 총 33억 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45명이 적발됐고 이 과정에서 직원 등 4명이 구속 기소, 2명은 불구속 기소, 11명은 약식 기소됐다. 또 2차 이상 정보 수령자 25명은 과징금 부과 대상이 돼 이익을 토해내고 수 배의 벌금을 내야 했다.
물론 2, 3차 정보 수령자를 잡아내 처벌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핵심 내용이 담긴 녹취나 문자, 자백 등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보를 미리 알고 시장에 관여하는 것은 주식 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는 엄연한 범죄다.
선진국일수록 내부자 거래를 ‘자본시장의 근간을 흔드는 악질 범죄’로 취급한다. 2, 3차 정보수령자에 관계없이 내부 정보를 이용한 사람은 처벌하고 부당이득을 모두 환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내부자 거래의 천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내부자 거래 행위가 자주 발생한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0년 8월까지 발생한 미공개 정보 이용, 시세 조작, 부정거래 행위 조치 사건은 109건이었다. 이 가운데 임직원과 주주 등 내부자가 관여한 사건은 77건이며 이로 인한 부당 이득액만 총 5,545억 원에 달했다.
내부자 거래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내부자 거래는 사전 감시가 매우 어려워 선진국들은 처벌을 강력하게 하는 방안을 택하고 있다. 2011년 뉴욕 법원은 내부자 거래 혐의를 받던 헤지펀드 갤리언의 라즈 라자라트남에게 미국 주요 기업의 내부정보를 획득해 부당이익을 챙긴 죄로 징역 11년과 벌금 1,000만 달러(약 114억 원)를 선고하고 부당이익 5,380만 달러(약 600억 원)를 환수했다.
주식뿐 아니라 부동산 정보를 미리 알고 행동하는 것도 처벌 대상이 된다. 공직자가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할 경우 7년 이하 징역과 7,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여기에 지난 3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등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투기를 할 경우, 최고 무기징역에 처하고 부당 이익에 대해서는 최대 5배의 벌금을 물리는 내용의 법안이 통과돼 더욱 강력한 처벌을 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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