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다른 질환 없이 배가 살살 아프고, 변비나 설사가 반복돼 화장실을 들락날락해야 하는 과민성 대장 증후군.
문제는 복부 CT나 대장내시경 등 갖가지 검사를 해봐도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다는 겁니다.
10명 중 1명이 겪을 정도로 흔한 질환인 과민성 대장 증후군은 스트레스나 장내 세균 불균형 등이 증상 악화의 요인으로 알려졌지만, 정확한 발병 원리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미국과 중국 공동연구진이 쥐 실험을 통해 스트레스가 장내 미생물군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2주 동안 만성 스트레스에 노출된 쥐를 관찰한 결과,
스트레스를 받으면 교감신경을 자극해 락토바실러스가 증식하면서 인돌3아세트산이라는 화학 물질을 많이 만들어냈는데, 이 물질이 장 줄기세포의 미토콘드리아에 작용해 장 보호 세포로의 분화를 방해했습니다.
또, 사람의 대변도 분석했더니 우울증을 겪는 사람의 대변에서 락토바실러스와 인돌3아세트산이 많이 검출됐습니다.
즉, 뇌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속 장내 미생물군도 스트레스를 받아 장 보호세포가 줄어든 겁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은 과민성 장 증후군을 치료할 수 있는 유익균을 찾아냈습니다.
분당서울대병원 연구진은 건강한 장에서 추출한 30개의 유익균 중 '로즈부리아 파에시스'가 항염 효과가 뛰어나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어 과민성 장 증후군을 앓는 쥐에게 13일 동안 로즈부리아 파에시스를 투여한 결과, 복통과 설사 등의 증상을 일으키는 S 결장 내 비만세포 수가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또, 분변 세균총에서도 필수 아미노산을 흡수하는 유전자 발현이 정상적으로 돌아와 무너진 항상성이 회복됐습니다.
[김나영 /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 구강 투여한 쥐와 안 한 쥐, 그리고 스트레스를 안 준 대조군을 비교해 보니까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때는 대변의 횟수, 개수가 많아지면서 물러지고, (유익균을 투여한 쥐는) 비만 세포도 줄고, 배변 개수도 원래대로, 그러니까 늘었다가 감소하는 거죠.]
연구팀은 또, 과민성 장 증후군 환자의 성별에 따라 증상 차이가 있다는 것에 착안해 암수 동물실험을 진행했는데, 실제로 수컷 쥐에게서 로즈부리아 파에시스로 인한 증상 개선 효과가 더 컸다고 설명했습니다.
YTN 사이언스 양훼영입니다.
영상취재ㅣ황유민
그래픽ㅣ지경윤
자막뉴스ㅣ이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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