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관계가 좋아진 듯 했다가 라인 야후 문제로 다시 경색되는 건 아닌지 우려가 제기되는 요즘입니다.
일본 관광의 핵심인 교토에 조선 시대 외교관의 동상이 지난 9일 우뚝 섰습니다.
바로 일본 무로마치 시대에 활약한 우리나라 최초의 전문 외교관인 충숙공 이예 선생의 동상입니다.
충숙공 이예 선생(1373~1445)은 태종, 세종 시대의 대일 외교관으로, 봉직 43년 중 40여 차례에 걸쳐 교토, 오키나와, 큐슈, 대마도 등에 파견됐습니다.
고려 말기와 마찬가지로 조선 초, 울산 지역에 왜구 침입이 많았는데 고을의 수령이 포로로 잡혀가자 당시 아전이었던 이예 선생은 자진해서 일본으로 따라가 주군을 모셨고 이런 충의에 감동한 일본인들이 이들을 석방하기에 이르렀는데 이때 일본어와 지리를 익힌 것을 계기로 조정에서는 이예 선생을 전문 외교관으로 기용합니다.
통신사로서 교토에 파견된 것은 1422, 1424, 1428, 1432년 등 4차례였으며, 교토 방문 때마다 막부의 쇼군을 만나 국서를 전달했습니다. 이는 조선왕조실록과 일본 역사 자료에 공통적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고령에도 일본에 외교관으로 파견을 가야 하는 상황이 되자 세종대왕이 손수 지팡이를 선물했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이예 선생의 동상은 외교부장관⋅울산광역시장의 명의로 2015년 국립외교원에 세워진 ‘통신사 이예(通信使 李藝)’ 동상과 동일하며, 높이 195cm, 가로 70cm, 폭 70cm의 청동 주물상입니다.
한국인, 일본인들이 함께 한 충숙공 이예 선생 동생 제막식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축하 메시지를 통해 “충숙공 이예 선생의 지혜와 발자취가 양국 국민 모두에게 더욱 생생하게 다가갈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일본 본토는 물론 쓰시마와 오키나와에서도 “국익 증진과 국민 보호를 위해 헌신하신 선생의 일생은 우리 모두가 본받아야 할 표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일 관계는 내년에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게 됩니다. 앞으로 양국 관계가 더욱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역사적 전기를 마련하려면 조선-일본 관계 발전을 위해 헌신해온 충숙공 이예 선생의 업적을 기리며 어려운 때일수록 상대방과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눴던 이예 선생의 용기와 지혜를 되새길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부쩍 소원해진 한중 관계에도 적용될 수 있는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충숙공 이예 선생은 주로 통신사로 일본에 포로로 잡혀온 우리 국민을 되찾아오는 중책을 맡았고, 때로는 이종무의 대마도 정벌에 동참하며 우리 군의 승리를 이끌기도 했습니다.
한 평생을 왜구 대책과 어업권 조정 등 외교 현안의 해결에 바쳐던 충숙공의 헌신을 기리고 싶은 분들은 교토시 사쿄쿠 시모가모미야자키쪼 119 (京都市佐京区下宮宮崎町119)에 있는 교토민단 건물에 가시면 이 동상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이승윤[risungyoo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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