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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보다 가치 떨어진 통화는 사실상 없다...한국 경제의 소리 없는 경고 [지금이뉴스]

지금 이 뉴스 2026.06.14 오후 01:44
지난해 11월 달러-원 환율이 1,500원에 육박할 당시 이창용 전 한국은행 총재는 환율 급등 원인과 관련해 이른바 ‘쿨드립’ 논란을 낳는 발언을 내놨습니다.

이 전 총재는 당시 환율 상승 배경으로 “해외 주식 투자가 많아진 영향도 있다”고 언급하며 “젊은 분들이 해외 주식 투자를 많이 하길래 왜 하느냐고 물어보니 ‘쿨하잖아요’라고 하더라. 유행처럼 막 커지는 측면이 걱정된다”고 말했습니다.

이 발언은 곧바로 청년층을 중심으로 반발을 불러왔습니다.

원화 약세의 원인을 미국 달러화에 대한 환율 상승으로만 보고 해외 주식 투자를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특히 당시 원화 가치는 달러뿐 아니라 주요 이종통화 대비로도 약세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이에 온라인에서는 “케냐 주식에 투자한 사람은 누구냐”는 식의 풍자성 밈이 등장하며 이 전 총재의 상황 인식을 비판했습니다.

이 전 총재의 논리대로라면 케냐 실링화 대비 원화 가치 하락 역시 원화를 팔아 케냐 주식을 매수한 영향이라는 설명이 가능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핵심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다만 원화 가치가 전방위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가볍게 볼 수 없는 상황입니다.

코스피가 5% 넘게 급락한 지난 5일 원화 가치는 전 세계 주요 통화 대비 가파르게 하락했습니다. 당시 원화 대비 약세를 보인 통화는 사실상 아르헨티나 페소 정도에 그쳤습니다.

시계를 넓혀 보면 원화 약세 현상은 더욱 뚜렷합니다.

연합인포맥스 통화별 등락률 비교 화면에 따르면 이 전 총재의 ‘쿨드립’ 발언이 나온 지난해 11월 27일 이후 전날까지 약 6개월간 확인 가능한 33개국 통화 가운데 원화 대비 약세를 보인 통화는 인도 루피, 인도네시아 루피아, 터키 리라 등 3개에 불과했습니다.

반면 나머지 통화는 모두 원화 대비 강세를 보였습니다.

호주 달러와 노르웨이 크로네, 헝가리 포린트, 멕시코 페소 등은 10% 넘게 가치가 상승했습니다.

전쟁 중인 러시아 루블화 역시 원화 대비 11.42% 강세를 나타냈습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해 6월 4일부터 기준을 잡으면 상황은 더 심각해집니다.

인도네시아 루피아와 인도 루피마저 원화 대비 강세로 전환됐고, 연간 32% 수준의 물가 상승을 겪는 터키를 제외하면 원화보다 가치가 떨어진 통화는 사실상 없었습니다.

케냐 실링까지 포함하면 비교 대상은 33개국으로 늘어납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여러 통화가 원화 대비 강세를 보이며 원화 가치 하락 압력이 커진 것입니다.

시장에서는 원화 가치가 이처럼 광범위하게 약세를 보이는 원인에 대해 명확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달러-원 환율 상승 배경으로는 이란 전쟁 여파,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매도, 마이너스 실질금리와 에너지 수급 불균형 등이 거론됩니다. 다만 원화 약세가 달러뿐 아니라 다른 통화로까지 확산되는 이유에 대해서는 설명이 부족하다는 분석입니다.

일부에서는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의 알고리즘 매매가 원화 약세의 악순환을 키웠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자산운용사와 투자은행, 헤지펀드 등은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일정 수준 이상 급격히 하락할 경우 이를 신호로 포착해 다른 통화 대비 원화 자산을 자동 매도하는 알고리즘을 활용한다는 관측입니다.

투자은행들은 여러 통화를 묶어 동시에 거래하는 ‘바스켓 알고리즘’ 서비스를 기관투자자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원화가 달러 대비 급락하면 포트폴리오 내 원화 자산을 다른 신흥국 및 선진국 통화 바스켓으로 교체하는 거래가 자동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 과정에서 알고리즘에 따라 원화 매도와 유로·엔·루피 등 다른 통화 매수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달러-원 환율 변동이 이종통화 대비 원화 가치 변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 원화가 글로벌 시장에서 대표적인 ‘고베타 통화’로 분류된다는 점도 약세 요인으로 꼽힙니다.

원화는 반도체 경기 상승과 글로벌 위험 선호가 강할 때 강세를 보이는 통화지만, 시장 불안이 커질 경우 먼저 매도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인공지능(AI) 관련 반도체 수요 증가에도 불구하고 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 수급 불안과 미국 대비 낮은 금리 수준이 원화의 약점을 부각했다는 분석입니다.

한 외환 딜러는 “반도체 수요 증가에도 한국은 이란 전쟁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 불안과 낮은 금리로 다른 통화 대비 투자 매력이 떨어진 점이 부각됐다”며 “반도체를 제외하면 한국에 우호적인 환경이 많지 않아 고베타 통화인 원화 자산을 줄이는 알고리즘이 작동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오디오ㅣAI 앵커
제작 | 이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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