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발영상

마음은 표밭에...

"후세 헌정사는 2004년 3월 9일을 우리나라 헌정사의 새 장을 연 역사적인 날로 기록할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발의된 다음 날 민주당 지도부는 이런 질문을 받는다.

"KBS 여론조사에서 탄핵 반대 의견이 찬성보다 두배 이상 높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유용태 원내대표가 먼저 답한다.

"KBS (기자) 있나?"

KBS가 민감해 하는 부분을 건드리려는 눈치다.

"공영 방송이 좀 중립을 지켜야지.난 KBS 시청료 분리 징수하는 부분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한나라당 하고 공조해야 될 것 같아."

'한·민 공조'란 말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던 민주당인데 이제는 자연스럽다.

"여론이 좀 불리하더라도 옳다고 믿는 건 밀고 나가는 거예요."

조순형 대표다.

"그것이 참다운 정치인입니다."

탄핵 발의 하룻만에 한나라당에도 변화가 생겼다.

"탄핵 발의를 막으려고 많은 노력을 했으나 설득 부족으로 미치지 못했습니다."

탄핵에 소극적이던 한나라당 소장파 중 7명이 '조건부' 탄핵 찬성 입장을 발표하는 중이다.

"대통령은 즉각 사과하고 준법을 약속하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탄핵에 동참할 것이다!"

그러고 보니 탄핵 발의 전 민주당 입장과 똑같다.

현재 탄핵 찬성 논리와 비교해 보면 이렇다.

'사과를 안하니 탄핵한다!"

'사과를 안하면 탄핵한다!'

한 글자 차이다.

'탄핵 찬성' 앞에 굳이 '조건부'란 수식을 붙일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정치권이 급박한 만큼 거리도 소란하다.

"아∼ 슬프다! 캄캄한 밤과도 같은 겨레의 오늘이여! 아∼ 두렵다! 파국을 향해 치닫는 내일이여!"

여의도에서는 같은 시각 두개의 판이한 집회가 열리고 있다.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본 채로...

보수단체 연합체인 국민행동본부는 '탄핵'을 외친다.

"대한민국은 이미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청와대는 이제 북의 인민공화국 출장소로 전락했는가?"

건너 편 친노 단체의 '탄핵 반대' 집회에서는 명계남씨의 목소리가 드높다.

"YTN 돌발영상을 보면서, '헤딩라인 뉴스'를 보면서 웃고 즐기는 동안에 홍사덕이와 조순형이는 밀실에서 숫자를 조정하고..."

아무래도 격전장이 될 국회 본회의장엘 아니 가볼 수 없다.

이곳은 열린우리당 점거 농성 이틀째를 맞고 있다.

"정권 찬탈 음모를 즉각 중지하라!"

의원총회를 마친 의원들은 하나 둘 이불을 챙긴다.

얼굴에는 피곤이 역력하다.

의석과 단상 사이 공간에 담요를 깔고 앉은 의원들이 고개를 맞대고 있다.

멀리서 보면 화투장이 연상되는 형상이지만 중앙에는 신문이 놓여져 있다.

피곤할텐데 뭘 그리 열심히 보고 있을까?

3월 11일자 조선일보 5면을 보면 이런 기사가 실려 있다.

'총선 관심 지역구 여론조사 수도권 14곳'

제목 그대로 수도권 관심지역 14곳에 대한 여론조사로 조선일보와 한국 갤럽이 실시했고 최대 허용오차가 4.4% 포인트라고 적혀 있다.

1위로 조사된 수치만 정당별로 보면 '한나라 5, 민주 0, 열린우리 9'이다.

총선을 코앞에 둔 국회의원으로서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기사라 할수 있다.

탄핵 때문에 몸은 비록 국회에 있을지언정 마음은 표밭에 가있을 테니까...

돌발영상 PD 노종면 [dolbal@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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