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식량 부족을 겪고 있는 각국 상황을 앞서 보셨는데요.
식량 위기에 대응해 주요 수출국이 식량 수출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식량 보호주의'가 확산하면서 위기가 심화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주 글로벌 픽에선, 식량 위기 요인과 식량 보호주의 실태를 이정민 피디가 정리했습니다.
[기자]
세계 2위 밀 생산국인 인도가 지난달 밀 수출을 금지한 데 이어, 설탕 수출 제한에 나섰습니다.
자국 내 설탕 가격을 잡기 위해 10월부터 수출량을 천만 톤으로 제한하기로 한 겁니다.
이 밖에도 인도네시아는 일정 기간 팜유를, 말레이시아는 닭고기 수출을 금지했는데요.
미국 국제식량정책연구소는 올해 들어서만 인도와 아르헨티나, 가나 등 20여 개 나라가 식량 수출을 금지했고, 지금까지 내려진 수출 제한 조치만 57건에 이른다고 밝혔습니다.
각국이 이처럼 빗장을 걸어 잠그며 '식량 보호주의'를 택한 배경은 무엇일까요?
먼저 지구 온난화에 따른 작황 부진으로 자체 생산 물량이 떨어진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인도는 올해 이상고온을 겪은 뒤 밀 생산이 크게 줄었습니다.
[디네쉬 꾸마르 / 인도 구르가온 : 전에는 밀과 같은 식자재의 생산량이 많았었는데 지금은 생산량이 많이 줄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흑해가 봉쇄돼 식량 공급망이 막히고, 주요 곡창지대가 파괴된 점도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 주요 곡물을 공급해 온 우크라이나의 6월 곡물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무려 55%나 떨어졌습니다.
우크라이나 농경지는 러시아 침공으로 25%가 파괴됐습니다.
유엔은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전 세계 14억 명 정도가 식량 위기를 맞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아민 아와드/ 유엔 우크라이나 위기조정관 : 지금과 같은 곡물 부족 현상이 계속되면 지구 인구 중 약 14억 명이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상황은 어떨까요?
우리의 곡물 자급률은 20% 남짓, 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입니다.
UN이 분류하는 세계 식량 안보지수에서도 한국은 113개 나라 가운데 32위를 차지했습니다.
이웃 나라 일본이 8위, 닭고기 파동을 겪는 싱가포르가 15위인 것을 고려하면, 우리의 식량 안보도 상대적으로 취약한 편입니다.
한국처럼 대외의존비율이 높은 나라의 경우, 식량 보호주의가 확산할수록 식품 공급책을 다양화하고 자국 내 농업 생산성을 키워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김종진/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아·태사무소장 : 공급원을 점검하고 다원화할 필요가 있고 두 번째는 국내 생산을 계속 유지하고 또는 생산성을 높여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농업뿐만 아니라 재정 분야, 연구 분야, NGO, 그다음에 민간분야가 다 함께 노력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나라에서 발생한 문제가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이른바 '초연결 사회'인 만큼 지구촌 연대 역시 중요합니다.
[데이비드 비즐리 /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세계 각국이 하나로 뭉쳐야 합니다. 이 문제는 단지 인도주의적인 문제가 아닌 전 세계가 연결된 식량 위기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 어떤 나라도 혼자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겁니다. 지금이 바로 세계가 힘을 합쳐야 할 때입니다.]
세계 공통의 기후 문제에 전쟁까지 얽혀 발생한 세계 식량 위기.
남의 문제로만 볼 수 없는 지구촌 위기로 이미 번지는 만큼, 해법을 찾기 위한 각국의 공동 노력이 더없이 시급한 때입니다.
지금까지 글로벌 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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