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역사 왜곡 논란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영화 '암살자(들)'이 개봉 한 달을 맞았습니다.
관객 300만 명을 돌파했지만, 흥행 열기가 식으면서 당초 기대했던 성적에는 미치지 못할 전망인데요.
영화 한 편이 어떻게 사회적 갈등의 중심에 섰고, 그 파장은 무엇을 남겼을까요?
김승환 기자가 그 이면을 들여다봤습니다.
[기자]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암살자(들)'.
역사 왜곡 논란이 예상보다 훨씬 커지자 감독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허 진 호 / 영화 '암살자(들)' 감독 (유튜브 '봉지욱의 오프더레코드') : (박정희 대통령 연관설) 그 부분이 굉장히 어떻게 보면 굉장히 민감할 수 있고 또한 그 부분을 제가 어떤 확정을 가지고 간다라는 거는 아닐 것 같고…. (영화에 대한 반발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네요.]
파장은 작품을 넘어 영화 밖으로까지 번졌습니다.
극장에서 판매한 영화 굿즈가 도마에 오르자 남은 물량을 폐기해야 했고, 주연 배우 집 앞에서 반대 집회까지 열리면서 배우가 경찰의 신변 보호를 받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제작자·배우들은 유가족과 고인에게 사과하라. (사과하라. 사과하라. 사과하라.)" 배우가 등장한 광고에는 불매 주장이 제기됐고, 영화에 투자한 국책은행들까지 외부 개입 의혹에 휘말리자, 정상적인 절차에 따른 투자였다며 해명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20여 년 전에도 지상파 시사 프로그램들이 같은 사건의 진실을 추적했습니다.
당시 다큐멘터리가 자료와 증언을 토대로 의문을 제기했다면, 이번 영화는 실제 사건에 상상력을 더해 하나의 이야기로 풀어냈습니다.
이 과정에서 허구가 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특정한 역사적 해석을 암시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작품이 다룬 인물과 사건의 무게도 반발을 키운 요인입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가 보수 진영에서 갖는 상징성이 큰 데다, 유족도 생존해 있기 때문에, 영화적 상상이 역사적 인물의 명예를 훼손하는 문제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정치권이 논란에 불을 지피면서 영화에 대한 논쟁은 정치 공방으로 번졌습니다.
[이 진 숙 / 국민의힘 의원 : 5·18에 대해서는 성역이라고 하면서 건드리지 말라고 하는 좌파 진영이 지금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역사를 다시 쓰려고 합니다.]
[최 민 희 / 더불어민주당 의원 : 지금 K-문화예술로 국익이 뻗어 나가려는 이때 찬물 끼얹지 마십시오. 극우 보수 정치의 희생양으로 '암살자(들)'을 쓰지 마시기 바랍니다.]
문제는 이번 논란의 여파가 향후 다른 현대사 영화의 제작에까지 미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역사적 해석을 둘러싼 갈등이 출연자에 대한 공격으로 번진 상황에서, 제작자와 투자자들이 다른 현대사 소재마저 피할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윤 성 은 / 영화평론가 : 앞으로의 또 영화 제작에도 영향을 미치겠다는 의도가 너무 분명하게 보여서 그런 부분이 되게 우려스럽네요.]
역사를 다르게 바라볼 창작의 자유와 역사 왜곡에 대한 비판.
영화 '암살자(들)' 논란은 그 경계를 둘러싼 엇갈린 시선, 작품을 바라보는 잣대마저 정치적 진영에 따라 갈리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드러냈습니다.
YTN 김승환입니다.
영상편집 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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