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
▶엄지민
안녕하세요. 엄지민입니다. 현상 이면에 숨겨진 사실을 좇아, 팩트추적! 지금 시작합니다.
【인트로】
[YTN 보도 (2024.06.24.) : 땅을 뒤흔들 정도로 큰 굉음이 연신 들려옵니다. 경기 화성에 있는 리튬전지 공장에서 큰불이 나, 22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YTN 보도 (2025.08.16.) : SPC 삼립공장, 포스코이앤씨 건설 현장 등 일터에서 노동자가 일하다 숨지는 사고가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YTN 보도 (2025.09.03.) : GS건설이 시공을 맡은 서울 성동구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50대 노동자가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났습니다.]
대한민국 일터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는 노동자 사망 사고.
[정희민 / 포스코이앤씨 사장 지난 7월 29일) : 또다시 이번 인명사고가 발생한 점에 대해 참담한 심정과 무거운 책임을 통감합니다.]
[김범수 / SPC 대표이사 (지난 7월 25일) : 이렇게 중대 사고가 발생한 점은 정말 죄송스럽고 그다음에 통렬한 반성을 하고 있습니다.]
사과와 책임을 약속하는 목소리가 이어졌지만 가족을 잃은 유가족에게는 위로가 되지 않습니다.
[이순희 / 아리셀 참사 유가족 지난 9월 23일) : 저희 애는 다시 돌아올 수 없습니다. 너무도 보고 싶습니다. 15년은 너무 합니다.]
[김미숙 / 김용균재단 이사장 (태안화력발전소 산재 사망 유가족) : 산업재해를 겪는다는 것은 부모로서 정말 삶의 최악이거든요. 어떤 걸로 보상이나 어떤 걸로 치유가 될 수 있는 조건이 아니에요.]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 수년이 흘렀지만, 위험비용과 안전책임을 하청에 떠넘기는 산업 현장의 악습은 되풀이 되고 있습니다.
[김현주 / 이대목동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 우리 사회는 기업이 위험을 외주화해서 가장 더 약한 사람들에게 떠넘기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위험의 외주화가 심화될 수록 우리 사회에 가장 약한 분들이 고통을 떠안는 것이 문제입니다.]
생계를 위해 찾아간 일터가 누군가에게는 마지막 출근길이 되고 있습니다
[이재명 / 대통령 (지난 8월 12일, 36차 국무회의) : 살기 위해서 갔던 일터가 죽음의 장이 되어서는 절대로 안 됩니다. 이게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반복되는 죽음의 경고, 산업재해의 실태를 점검합니다.
【스튜디오】
▶엄지민
오늘의 팩트체커, 윤성훈 기자와 함께합니다.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일터로 향하고 있지만 산업재해로 인해서 일부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는데요.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고 있다고요.
▶윤성훈
네, 근무 중 다치거나 사망하는 걸 보통 산업재해라고 하는데요.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국가 가운데 산재 사망률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실제 올해 상반기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는 1120명, 이 가운데 사고 사망자는 449명으로 1년 새 12.5%(50명) 늘었습니다.
특히, 사고로 숨진 전체 노동자 가운데 42%는 건설업에 종사하던 분들이었는데요.
건설 현장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을 만나봤습니다.
【 VCR - 1 】
인천의 공사 현장입니다.
5미터 높이의 구조물 위에서 작업자 10여 명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안전고리나 레일 등 추락 방지 시설은 찾아볼 수 없고, 무방비 상태로 고공 작업이 이어집니다.
[하해성 / 전국플랜트건설노조 경인지부 정책국장 : 추락의 원인은 안전망이나 또는 공정에서 그렇게 위험하게 작업을 안 해도 되는데 (안전한) 방법을 채택하지 않고 진행을 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문제가 제일 심각한 겁니다.]
같은 지역의 또 다른 신축 건물 건설 현장.
가림막 너머로 철골 구조물 위에 한 작업자가 서 있지만 몸을 지탱해줄 안전 장비는 보이지 않습니다.
이렇게 아슬아슬한 작업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이런 환경 속에서 불의의 사망 사고도 반복되고 있습니다.
[YTN 보도 (2025.09.04.) 9월, 서울 성동구 아파트 건설 현장에선 50대 중국인 노동자가 건물 15층 높이에서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났습니다.]
[공사장 인근 주민 : 구급차랑 119 들어갔다가 한참 있다가 나오더라고요.]
하루 전날에는 서울 방배동 빌라 공사장에선 거푸집 작업을 하던 60대 노동자가 5층 높이에서 지하로 떨어져 숨졌습니다.
[소방 관계자 : CPR로 출동을 했고요. 심정지 상태여서 이송까지 했고….]
올해 상반기 산재 사고로 숨진 사람은 모두 449명.
이 가운데 153명, 전체의 34%가 추락 사고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다른 사고 유형들과 비교해도 격차는 현격합니다.
계속되는 추락 사고의 원인으로 안전난간이나 발판 등 안전장치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고 있는 현실이 꼽힙니다.
특히 소규모 건축현장과 재하청 현장에선 비용 등을 이유로 안전시설을 제대로 구비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관계자들은 지적합니다.
구조물 붕괴 역시 빈번하게 일어나는 사고 유형입니다.
지난 9월, 부천에서는 노후 상수도 교체 현장에서 50대 일용직 하청 노동자가 무너진 흙더미에 휩쓸려 숨졌습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 : 현장 확인한 것이고 계속 조사해야죠.]
대부분의 건설업은 원청과 하청의 구조로 구성돼 외주화가 반복되고 있고 공사 기간을 맞추기 위해 공정을 압박하다 보면 사고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하해성 / 전국플랜트건설노조 경인지부 정책국장 : 발주처들이 공정을 다그쳐서 공기(공사기간)를 짧게 할수록 파이낸싱으로 대출을 받았거나 이렇게 자금을 융통하는 데 있어서 굉장히 많은 이익을 보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안전 비용을 줄이고 공기를 단축한 ‘성과’는 기업의 몫입니다.
그러나 위험을 떠안는 건, 하청 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입니다.
높게 솟은 철골 구조물과 복잡하게 얽힌 배관 사이로 오가는 작업자들.
대형 플랜트 공사를 잇달아 수주하며 몸집을 키우고 있는 DL 이앤씨의 발전소 건설 현장입니다.
지난 8월, DL이앤씨의 계열사 DL건설의 의정부 공사 현장에서 50대 하청 노동자가 6층 높이에서 추락해 숨진 사고는 기업의 성장 속도에 비해 안전 관리는 제자리인 현실을 보여줍니다.
[하해성 / 전국플랜트건설노조 경인지부 정책국장 : (올해 초에) 크레인을 높이는 거 그 작업을 하고 있으면 이게 너무 위험한 거 아니냐고 진단해 달라라고 하니까 안전 담당자가 현장 노동자들한테 ‘이거 괜찮아요?’라고 물어봤다는 거예요. 당연히 그 사람들은 ‘할 수 있습니다’라고 하지, ‘위험해서 못 하겠습니다’라고 얘기 못 하거든요.]
【스튜디오】
▶엄지민
현장 노동자들은 시간에 쫓기면서 일을 하고 있지만 안전이 뒤따라오지 못한다는 건데 구조적인 문제도 있을 것 같아요.
▶윤성훈
네, 바로 '위험의 외주화'인데요.
기업이 위험하거나 사고 가능성이 높은 일을 직접 고용한 노동자가 아니라, 외주업체나 하청업체 노동자에게 맡긴다는 겁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노동 문제에 대한 책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위험을 떠넘기는 구조에서 사랑하는 가족을 한순간에 잃고 진상 규명조차 어려움을 겪는 유족들을 만나봤습니다.
【 VCR - 2 】
철거업체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던 70대 이재현 씨는 지난 4월, 인천공항에서 작업하던 중 6미터 높이 현장에서 떨어졌습니다.
이 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지고 말았습니다.
작업 현장에 안전 그물망 같은 보호장치는 없었습니다.
[최미선(가명) / 인천공항 산재 사망 유가족 : 사실 그동안 아빠가 가끔 얘기했을 때 '안전 그물망 같은 거 다 돼 있다'고 늘 얘기를 하셨는데 막상 사고가 났을 때는 그런 '기본적인 것조차 되어 있지 않은 게 좀 이게 말이 되나? 왜 그걸 안 했지? 왜 아직도 이런 걸 지키지 않는 거지?' 좀 그런 거에 대한 약간 분노 좀 그런 것들이 많이 있었어요.]
경찰과 고용노동부에서 조사에 나섰고, 유족들은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응당한 조치가 취해질 것을 기대했지만, 들려오는 것은 책임 떠넘기기 뿐이었습니다.
[최미선(가명) / 인천공항 산재 사망 유가족 : 인천공항은 인천공항 나름의 이유가 있어서 책임을 회피하려고 하고 ○○(삐처리) 자체에서도 자기들은 '그냥 발주자일 뿐이니까. 전혀 자기들은 책임이 없다.' 이런 식으로 얘기하고 있는 것 같고, 남부 건설 쪽에서도 자기들은 '5인 미만 사업장이다.' 그걸 굳이 저한테 강조해서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어떻게 사고가 났는지 경위를 알고 싶었지만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알 수 없었습니다.
직접 나서지 않으면 누구 하나 설명해 주지 않았습니다.
[최미선(가명) / 인천공항 산재 사망 유가족 : 일단 유가족들한테 통보 오는 게 하나도 없어요. 부검 결과도 저희가 경찰에 연락해서 '혹시 부검 결과 나왔나요?' 이렇게 물어봐야지 알 수 있는 거였더라고요.]
제가 느꼈을 때 그냥 다 포기하고 아무것도 안 하는 유가족들도 있을 수 있겠구나 이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산업재해는 한 개인이 아니라 그와 연결된 수많은 삶의 붕괴를 의미합니다.
[김현주 / 이대목동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 일터에서 한 사람의 생명이 사라진다는 것은 그분뿐 아니라 동료들에 있어서도 엄청난 정신적 충격과 피해가 있을 수 있고 가족의 삶은 완전히 망가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이런 산재 사망이 있었는데, 산재 보상이 안 되는 분들도 있으시거든요.]
지난 2018년 12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석탄을 운송하는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숨진 김용균씨.
고 김용균씨의 사망 사고는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습니다.
그리고 아들을 잃은 엄마 김미숙씨는 이후 노동 운동가로 활동하며 산재 피해 유가족들을 돕고 있습니다.
[김미숙 / 김용균재단 이사장 (태안화력발전소 산재 사망 유가족) : 유족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뭘 어떻게 뭘 요구를 하고 뭘 어떻게 증거를 찾고 이런 것들을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맞닥뜨리면 회사는 거대하고 증거를 다 갖고 있고 그런데 내가 진상규명할 수 있나 이것부터 걱정이 되고.]
하청업체 노동자로 생을 마감한 아들, 김용균 씨.
'사람이 일하다 죽지 않는' 사회를 꿈꾸며, 김 씨는 아들의 이름을 딴 재단을 세웠습니다.
[김미숙 / 김용균재단 이사장 : 김용균 재단은 유족들, 새로 나온 유족들, 싸우고자 하는 유족들 아니면 도움을…유족들이 원하는 궁금해하는 것들 이런 것들 풀어주고 함께 해주고 그렇게 손잡아주는 역할을 하기 위해서 재단을 만들었고….]
용균 씨가 세상을 떠난 지 햇수로 7년.
하지만 지금도 그때와 닮은 죽음이 되풀이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김미숙 / 김용균 재단 이사장 : 사업장에서 개개인의 책임으로 계속 너의 잘못이다. 하는 순간 사업주는 책임을 면책을 하는 거고, 그러면 재발 방지 대책을 안 세워도 되는 조건이 되는 거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같은 사업장에서 같은 사업으로 계속 죽어 나가는 거고, 이게 모든 우리나라가 그렇게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이게 산업재해가 줄어들지 않고 위험의 외주화라는 말이 딱 맞는 말이죠.]
【스튜디오】
▶엄지민
관련 법이 제정되긴 했지만 책임을 미루고 비용을 줄이기 위한 하도급 관행이 계속되고 있는 건데요.
이런 상황이 참 씁쓸합니다.
안전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들도 상당하다고요?
▶윤성훈
대표적으로 폭염과 빗길을 가리지 않고 달리는 택배·배달 노동자들 역시 산업재해에 쉽게 노출돼 있습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택배업 사망 재해는 8건이었지만 2020년에서 2022년에는 33건으로 4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택배 물동량 급증과 함께 노동자도 늘어났지만, 노동 조건 개선은 여전히 더디게 진행된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이 속에서 과로사로 목숨을 잃는 경우도 허다하지만, 산재로 받아들여지는 과정도 어렵습니다.
【 VCR - 3 】
택배 경력 4년차, 지금은 개인사업자 자격으로 쿠팡 배송업무를 하고 있는 김영준(가명) 씨.
하지만 김 씨는 최근 반품을 처리하다 다쳐 일을 쉬고 있습니다.
20kg 가까운 욕실 서랍장을 나르다 허리를 삐끗한 것입니다.
[김영준(가명) / 택배노동자 : 배송까진 하더라도 반품만 나오지마라는 심정일 거예요. 그래서 다음날 아니나 다를까 반품이 나왔어요. 그런데 그 반품을 또다시 내리고 오는 과정에서 허리를 좀 다치게 되었어요.]
병원 진단 결과는 전치 3주.
그러나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탓에 큰 부상에도 마음 편히 쉴 수는 없습니다.
[김영준(가명) / 택배노동자 : 사실 지금 산업 산재 승인이 떨어지고 해도 급여의 70%가 나온다곤 하지만 사실 저희 버는 급여에 비해서는 터무니없이 작아요. 그래서 그것 때문에 이렇게 가만히 있는 것도 아니고 산재가 되든 안 되든 저도 몸이 회복되는 대로 빨리 복귀하고 싶은 심정이 있죠.]
당일 밤샘 배송에 주 7일 배송, 거기에 무료 반품까지, 배송업체끼리의 경쟁이 극에 달하는 상황.
치열한 현장 속 부담은 온전히 배송 노동자에게 돌아오고 있습니다.
배송에 조금이라도 늦지 않기 위해 서두르다 교통사고가 발생하고, 무거운 짐을 옮기다 보니 허리와 무릎, 어깨 통증 등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립니다.
심혈관계 질환 같은, 노동으로 인한 과로사도 빈번합니다.
[강민욱 / 택배노동조합 쿠팡CLS준비위원장 : 이 속도 경쟁이 굉장히 치열해지고, 있다. 그래서 쿠팡이 들어오면서 속도 경쟁이 업계 내의 속도 경쟁이 굉장히 높아졌고 그런 과정에서 택배기사들의 어떤 과로 문제, 산재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특히 과로사는 다른 사망 사고들보다 산재를 인정받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닙니다.
[강민욱 / 택배노동조합 쿠팡CLS준비위원장 : 업무에 의한 과로사인지 산재인지를 증명하고 하는 데 시간이 꽤나 소요가 됩니다. 제가 경험해 본 바로는 보통 산재 신청을 하면 과로사 같은 경우에는 최소 3개월은 걸린다. 그리고 거기서 애로사항은 굉장히 많죠.]
더군다나 과로사 방지를 위해 택배기사들의 분류작업을 배제하고, 택배사 책임을 명확히 하는 내용을 담았던 2021년 사회적 합의는 사실상 효력을 잃은 상태입니다.
업계 간 치열한 경쟁 때문입니다.
[강민욱 / 택배노동조합 쿠팡CLS준비위원장 : 우리 물량이 다 쿠팡으로 넘어가는데 우리도 주 7일을 배송해야 하고 휴일에도 배송해야 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얘기를 하고 있어요. 배송 속도보다는 안전과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우리가 이제 생각해야 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스튜디오】
▶엄지민
산재 사고와 사망을 특정 개인이나 기업의 문제로 국한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죠?
▶윤성훈
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산재로 인한 경제적 손실 추정액이 무려 38조 원을 넘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산재 보상금 지급액과 생산력 감퇴 등의 비용을 포함한 것으로, 최근 5년간 추정액을 합하면 170조 원을 넘는 실정입니다.
▶엄지민
정부도 강한 개선 의지를 드러내곤 있잖아요?
▶윤성훈
네, 정부는 산재 감축을 핵심 국정과제로 삼으면서 올해를 산업재해 사망사고 근절의 원년으로 설정했습니다.
다만, 정부의 강한 의지에도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기업의 관심이 반영된 정교한 시스템이 불의의 사고를 상당 부분 막아낼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 VCR - 4 】
경기도의 한 자동차 부품 회사입니다.
공장에서 기판을 제작하고, 검수하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장비 특성상 손 끼임 사고가 발생하기 쉬운 작업.
사고 방지를 위해 양손으로 동시에 동작 버튼을 눌러야 작동하게 하는
기본적인 장치에 더해서, 이 업체는 별도의 감지기를 추가로 설치했습니다.
[정헌 / 현대하이텍 생산·산업안전담당 : 양손으로 눌러도 동작하지만 이 양손으로 눌러 내려갈 때 사람이 모르고 순간적으로 갈 수도 있잖아요. 보시면 불 들어오잖아요. 여기에 불 들어오면 이게 올라가. 그렇게 이중으로….]
무엇보다 현장 작업자의 의견을 최우선 반영했습니다.
정기적으로 회의를 열고 현재 어떤 위험이 있는지, 사고를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의견을 수렴해 왔습니다.
[정헌 / 현대하이텍 생산·산업안전담당 : 현장하고 저희들하고 한 번씩 주 1회씩 이렇게 인터뷰를 해요. 그래서 이거는 안전에 위험하니까 이렇게 좀 개선을 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저희들이 그거를 갖다가 개선을 한 거죠.]
이런 노력 덕에 이 회사는 회사 설립 이후, 27년 동안 단 한 차례의 산업 재해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안전에는 배테랑이 없다는 말처럼, 직원 개인의 경각심에만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관심과 관련된 설비가 동료들을 지켜내고 있는 겁니다.
[정헌 / 현대하이텍 생산·산업안전담당 : 안전에 대한 투자는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회사의 어떤 지속 가능한 그런 측면과 근로자의 생명을 지키는 기본적인 본질적인 책무라고 저희들은 보고 있습니다.]
실제 전문가들은 위험 현장의 최일선에 놓인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반영하는 조치가 핵심이라고 강조합니다.
이에 따라 정부도 최근 원청과 하청이 함께 참여하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구성을 의무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놨습니다.
[김현주 / 이대목동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 현장 노동자들이 위험성 평가 전 과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하청 노동자가 원청에 대부분 장비와 설비들은 원청에서 가지고 있잖아요. 원청에 요구하기가 어렵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제도적으로도 막혀 있었고요.]
기업의 자발적인 노력 외에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입법 노력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미 시행중인 건, 사망 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를 처벌할 수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이 대표적입니다.
2022년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현재 제 역할을 다 하고 있을까?
3년이 지난 지금, 산업재해자 수, 재해율 모두 올랐고, 노동자 1만 명당 발생하는 사망자 비율도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당초 기대와 달리 산업재해를 억제하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이동영 /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 실제로 현장에서 안전을 담보할 수 있고 안전하게 근로환경이 이루어졌고 실질적으로 사고를 막는 데 필요한 조치까지 이루어지는 데는 좀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사업주는 의무를 다했지만, 현장에서는 의무가 다 해지지 않았고 현장에서 실효적으로 작동되지 않았다는 것이 저희의 판단입니다.]
처벌 요건에 대한 규정이 모호하고, 실제 기소가 이뤄져 유죄가 나와도
형량이 기대만큼 높지 않다는 것입니다.
[김미숙 / 김용균재단 이사장 : 실효성이 하나도 나오고 있지 않다는 거죠. 그래서 빨리 재판 기소도 되고 또 선고도 내리고 그래서 또 더 많은 처벌도 되어야만 기업들이 이렇게 이전처럼 일 시키면 안 되겠구나 이런 각성을 하지 않을까….]
반복적으로 재해가 발생하는 기업에는 사고 이력에 따른 가중 벌금을 부과하는 등 경제적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 배경입니다.
다만, 처벌에만 방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기업에 대한 지원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제안도 있습니다.
[전승태 / 한국경영자총협회 산업안전팀장 : 정부 주도가 아니라 어떤 민간단체들이 실제 산재 예방에 참여할 수 있는 그런 것들이 이뤄지려면 예방을 지원하는 그런 법률도 정부나 국회가 좀 지원해서 만들어서 그렇게 우리가 산재 예방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들을 좀 만들어 가줘야 한다….]
무엇보다 노동자의 생명·신체에 대한 기본적 권리를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산업재해 예방을 단순한 비용 문제만 봐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김현주 / 이대목동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 이제 우리 사회에서 일터에서 더 이상 사람이 죽으면 안 된다. 하는 것들은 이제 많은 분들이 공감을 이루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위험을 외주화하는 것은 절대 안 된다. 이런 것들을 모두가 경각심을 가지고 촉구하고 지켜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안전은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스튜디오】
▶엄지민
오늘도 현장에선 많은 노동자들이 위험을 감수한 채 일하고 있을 텐데요.
경제 논리만 앞세우는 현실에 대한 반성과 변화도 필요해 보입니다.
▶윤성훈
맞습니다. 안전은 ‘비용’이 아닌 ‘생명’의 문제임을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과연 우리는 비슷한 사고를 막아낼 준비가 되어 있나, 다시는 반복하지 않을 의지가 있는지 되물어야 합니다.
▶엄지민
네. 윤 기자 수고 많았습니다.
오늘 팩트추적은 여기까집니다.
저희는 다음 시간에도 현상 이면에 숨겨진 사실을 좇아, 시청자 여러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습니다.
함께해 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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