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
▶엄지민
안녕하세요. 엄지민입니다. 현상 이면에 숨겨진 사실을 좇아, 팩트추적! 지금 시작합니다.
【인트로】
벽에는 곰팡이가 피고, 천장에선 물이 샙니다.
"아 차가워."
평생의 꿈이었던 ‘내 집 마련’은 입주 전부터 악몽으로 바뀌었습니다.
[차재환 (가명) / 롯데건설 시공 오피스텔 수분양자 : 들어가자마자 하자 전문 업체분 말씀으로는 ‘여기 하이엔드(최고급) 아니에요? 하이엔드(최고급)인데 왜 이렇게 건물을 엉망으로….]
분양가만 수억 원에 달하는 이른바 ‘하이엔드 오피스텔’이지만 한 세대에서만 발견된 하자만 수십여 개에 이릅니다.
[차재환 (가명) / 롯데건설 시공 오피스텔 수분양자 : 공사 자재가 아직까지도 쌓여 있어요. 1년이 넘었는데도 아직까지도 그만큼 보수 공사할 게 많다는 거죠. 아니 세탁기도 없고 심지어 어느 세대는 변기도 없었어요.]
아파트, 오피스텔을 가리지 않고 끊이지 않는 부실시공과 하자 문제.
[홍정민 (가명) / HDC현대산업개발 시공 오피스텔 분양자 : 그리고 못 했다 하더라도 문제가 생겼으면 빨리 고쳐주면 되잖아요. 왜 안 해주냐고.]
[정미숙 (가명) / 부실시공 피해자 : 우리는 전 재산을 벌어서 이 집을 샀는데 그 사람들이 대처하는 게 너무 우리를 진짜 조롱한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해결을 안 해주니까.]
[차재환 (가명) / 롯데건설 시공 오피스텔 수분양자 : 너무 화가 납니다.]
하자투성이로 얼룩진 새집의 꿈.
그 불편한 실상을 지금, 들여다봅니다.
【스튜디오】
▶엄지민
팩트체커, 윤성훈 기자 나와 있습니다.
윤기자, 요즘 집값이 정말 많이 올랐잖아요.
그래도 열심히 모아서 새집에 들어간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은데요.
그런데 신축에서 발견된 뜻밖의 부실시공과 하자로 인해서 입주민들 그리고 수분양자의 불만이 늘고 있다고요.
▶윤성훈
네, 소비자원에서도 최근엔 피해예방주의보를 발령할 정도로 상황은 심각합니다.
지난 2022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접수된 공동주택 관련 피해 구제 신청은 모두 709건,
신청 사유를 보면 ‘하자’ 관련이 71.4%(506건)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계약과 다르게 시공한 경우’가 뒤를 이었습니다.
그래서 입주를 앞둔 이들은 하자 점검 업체에 비용을 내고, 사전점검을 하는 경우도 늘고 있는데요,
그 현장을 동행해 봤습니다.
【 VCR - 1 】
입주를 앞둔 아파트 단지.
하자 점검 전문업체와 함께 현장을 직접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현관부터 거실과 주방 등 각 공간에 인력과 장비가 투입됩니다.
[제작진 : 어떤 걸 확인하시는 거예요?]
[하자 점검 업체 관계자 : 열화상 카메라로 벽체에 들어가는 단열재 부분에서 문제 있는지 확인하고 있습니다.]
하자는 집안 곳곳에서 쉽게 발견됐습니다.
화장실 세면대는 물이 흘러 내려가지 않았고,
[하자 점검 업체 관계자 : 배수가 아직 제대로 안 되고 있거든요.]
문고리도 덜컹거립니다.
[하자 점검 업체 관계자 : 지금 시공이 덜 돼 있어 가지고 문제가 생긴 겁니다.]
도배가 찢어진 곳도 있습니다.
고르지 않은 미장 마감도 발견했습니다.
보수가 필요한 부분에는 스티커를 붙여 표시합니다.
[박민성 / 하자점검업체 팀장 : 세대 안에서는 최소한 80~100개 정도씩 그냥 거의 집집마다 나온다고 보시면 되시고….]
이렇게 곳곳에서 발견된 하자들은 시공사가 확인 후 보수 작업을 진행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찾아낸 하자보수는 문제없이 고쳐질까.
경기도 파주시의 한 아파트를 찾아가 보았습니다.
이른바, AS ‘사후’ 점검 현장입니다.
[구희근 / 사전점검 대행 전문업체 대표 : 하자 점검을 한 거의 결과를 시공사한테 전달하고 시공사는 그거를 근거로 해서 AS를 하거든요. 입주 지정 기간 동안 내 집을 다시 방문해서 보수가 제대로 됐는지를 확인을 합니다.]
집에 설치된 각종 냉난방기 상태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바닥에 매립돼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난방용 배관도 살핍니다.
[구희근 / 사전점검 대행 전문업체 대표 : 이렇게 방 따라 쭉 가잖아요. 가다가 이렇게 돌아서 들어가는데 방에선 또 안 보여요.]
레이저 레벨기를 활용해 벽과 바닥의 수평·수직 상태도 꼼꼼히 점검하자 고쳐지지 않은 하자들이 보입니다.
[구희근 / 사전점검 대행 전문업체 대표 : 지금 이렇게 육안으로 보셔도 벽이 이렇게 휘었잖아요. 지금 안 맞는 거죠. 라인이.]
[제작진 : 이런 건 조치를 어떻게 해요?]
[구희근 / 사전점검 대행 전문업체 대표 : 뜯어내야 해요. 뜯어내서 면을 맞춘 다음에 다시 도배를 해야 하는데….]
화장실 문틀은 고정이 제대로 되지 않아 손가락 하나 두께만큼 벌어졌습니다.
주방 싱크대 밑에서는 공사 당시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쓰레기가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사전점검 대행 전문업체 관계자 : 청소를 안 한 거죠. 청소를….]
휘어진 발코니 창틀도 시정되지 않았습니다.
[구희근 / 사전점검 대행 전문업체 대표 : 여기 보면 지금 이 문틀이 이렇게 휘었어요. 보이세요? 여기 타일 공간하고 여기 타일 공간하고 다르죠?]
창문 밖 외벽에서는 갈라짐 현상도 눈에 띕니다.
보수를 한다고 덧칠을 해 놨는데, 그 이후에 또 다른 갈라짐 현상이 나타난 겁니다.
업체 측은, 보통 10건의 하자를 발견해 신청하면 7건은 시정되지만, 남은 3건은 시행사에 다시 보수를 요청해야 고쳐주는 경우가 많다고 말합니다.
건축 지식이 부족한 일반 입주민들이 이 모든 과정을 스스로 확인하기란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구희근 / 사전점검 대행 전문업체 대표 : 아파트 말고 만들기 전에 물건을 미리 사는 게 없어요. 아파트는 만들어지기 전에 이미 돈을 지불하고 그것도 부족해서 대출까지 받는데 그러면 완성도에 대해서는 결국은 소비자 책임으로 돌아가는 거거든요….]
【스튜디오】
▶엄지민
이렇게 크고 작은 흠이 많이 발견된다면 얼마나 속상할까 싶은데요.
새집인데 마음 편하게 쉬지도 못할 것 같아요.
▶윤성훈
네, 말씀하신 흠은 크게 부실시공과 하자로 나눠볼 수 있는데요.
부실시공은 도면이나 설계대로 시공되지 않아서 구조물 안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소 중대한 상태를 말합니다.
하자는 도면대로 시공은 됐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성능이 저하됐거나 기능 불량이 발생한 경우를 말합니다.
문제는 입주민과 수분양자들이 결함을 발견하더라도 설계 도면을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부실시공인지 하자인지 명확히 판단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엄지민
그렇다면 문제가 생겼을 때 입주민들은 피해를 구제받을 수 없는 겁니까?
▶윤성훈
관련 법에선 담보 책임 기간 안에 하자가 발생할 경우, 사업 주체가 손해를 배상하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피해 구제가 쉽지만은 않다는 건데요.
소비자원 조사 결과, 하자 관련 피해 506건 가운데 하자보수를 거부하는 경우는 43%, 하자보수가 지연되는 경우도 27%에 달했습니다.
속앓이를 할 수밖에 없는 입주민들을 직접 만나봤습니다.
【 VCR - 2 】
인천의 한 대단지 주택입니다.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1,800여 세대로 올해 1월 입주가 시작됐는데 지난 4월경, 입주민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집안에서 정체불명의 벌레 사체가 무더기로 발견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홍정민 (가명) / HDC현대산업개발 시공 오피스텔 분양자 : 창문가나 이런 데 많이 죽어있거든요. 밤에는 막 날아다니다가 낮 되면 아침 되고 그러면 이런 게 떨어져서 죽어있는 거예요.]
주방과 화장대 붙박이 가구 등에서는 곰팡이도 발견됐습니다.
이렇게 접수된 민원은 약 144건. 피해 세대는 35곳이었습니다.
입주민들은 붙박이 가구가 부실하게 설치돼 곰팡이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혹파리가 무더기로 생겼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건물 자체에 심각한 결함인 '부실시공'에 해당한다며 지자체에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지자체 조사 결과, 시공사는 9월에서야 '부실시공' 대신 경미한 흠결인 '하자'만을 인정했습니다.
그 사이에도 입주민들은 혹파리에 시달려야 했고, 시공사의 조치를 기다리다 아예 자체적으로 방역을 실시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또 있었습니다.
입주민이 신청한 혹파리 하자보수가 어느새 ‘완료’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현장 확인도 없이 누군가가 처리 버튼을 누른 겁니다.
[홍정민 (가명) / HDC현대산업개발 시공 오피스텔 분양자 : 4월 1일에 접수를 했잖아요. 방문 예약 일시가 4월 18일이에요. 그래놓고 처리일자가 4월 1일이에요. 방문은 4월 18일인데 근데 제 사인은 이게 아니거든요.]
입주민들은 시공사와 또 다른 문제로 갈등 중입니다.
[홍정민 (가명) / HDC현대산업개발 시공 오피스텔 분양자 : 여기에 실회기가 있거든요, 여기 오시면 대형 실외기가 두 개가 있어요.]
10여 가구로 구성된 한 개 층에 에어컨 실외기가 단 2개만 설치돼 있는 것이 원인입니다.
한 가구의 에어컨 전원이 꺼지면 대형 실외기 작동이 중단돼 해당 실외기에 연결된 다른 가구의 에어컨까지도 사용할 수 없게 설계돼 있는 것입니다.
[홍정민 (가명) / HDC현대산업개발 시공 오피스텔 분양자 : 1층에 11세대인데 어떤 세대는 많은 사람이 있어서 과부하가 걸렸을 것이고 어떤 데는 사람이 없다 보니까 차단기가 내려져 있어서 다운되고 이랬을 거란 말이에요. 그러다 보니까 한여름에 갑자기 다 다운돼 버린 거예요.]
전문가들은 기능상 하자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합니다.
[송창영 / 광주대 건축학부 교수 : "하자가 생겨서 작동이 안 된 것을 개별 소비자한테 무조건 이해해라 이건 기만 행위죠.]
【스튜디오】
▶엄지민
듣기만 해도 입주민들이 상당히 불편했을 것 같은데 시공사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윤성훈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은 혹파리와 가구 마감 문제는 일부 제품의 품질 문제라며 가구 전면 교체와 방제 조치를 완료했고, 에어컨 실외기의 경우 설계상 문제로 보이지만 시행사의 설계에 따라 진행한 것이기에 시공상의 하자는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다만, 하자 보수를 하지 않은 세대에 완료됐다는 표시를 한 것은 일부 직원이 시스템 사용 미숙으로 혼선이 빚어진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엄지민
그렇다면 이런 부실시공과 하자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뭡니까?
▶윤성훈
네, 소비자원은 최근 건축 원가 상승, 자재 수급 불안정으로 인해 아파트 등 신축 공동주택의 시공 품질이 저하되면서 하자 불만이 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건축 인력의 전문성 역시 시공 품질이 낮아진 주요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서진형 / 광운대학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 : 원가들을 절감하기 위해서 빨리빨리 공사를 진행하는 관행, 그리고 건설 전문 인력들이 예전에 비해서 전문성이 많이 떨어지고 내국인보다는 외국인들이 건설 현장에 많이 투입됨으로 인해서 나타나는 현상이고….]
근본적으론 선분양 제도로 인한 폐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 VCR - 3 】
천장과 기둥에서 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내립니다.
빗물받이까지 설치해 흐르는 물을 담아내려 하지만 역부족입니다.
장마가 한창이던 당시 촬영된 서울 강서구 마곡동의 건축물입니다.
이곳은 이보다 앞선 지난해 5월,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하다 지하주차장이 일부 붕괴된 곳이기도 합니다.
당시 분양가는 14억 원.
수분양자들은 시공사인 롯데건설에 항의하며 입주를 거부했습니다.
[차재환 (가명) / 롯데건설 시공 오피스텔 수분양자 : 어떤 집은 안에 전등 조절기가 거꾸로 되어 있고 심지어 지하 주차장은 자재들이 쌓여서 자동차가 주차도 하지 못한 상태이고 그리고 먼지는 이루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준공을 내준 관할 구청에 항의하기도 했지만, 하자는 고쳐가며 쓰라는 원론적인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강서구청 당시 담당 공무원 (지난 2024년 11월 20일) : 하자는 계속 살면서 (보수)하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아요. 어린아이들처럼 이렇게 떼쓰는 것보다는 정말 큰 대의적인 입장에서 조금씩 양보를 했으면 좋겠어요. 너무 작은 걸 너무 크게 해서 여기 롯데캐슬에 대한 이미지만 떨어지고.]
계약금을 반환해 달라고 주장하는 수분양자들과 잔금을 내고 입주하라는 시공사 롯데건설이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인 지 1년이 지났습니다.
현재 상황은 어떨까?
법정 싸움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전체 700여 세대 가운데 300여 세대만 들어와 생활하고 있습니다.
크고 작은 하자들은 보수됐을까?
팩트추적 제작진은 건물의 지하주차장을 살펴봤습니다.
주차장 한편에서는 여전히 방수 작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니 어디선가 물 떨어지는 소리도 들립니다.
장마철도 아니지만 천장 역시 군데군데 젖어 있습니다.
[차재환 (가명) / 롯데건설 시공 오피스텔 수분양자 : 선생님 저기도 누수가 있네요. 지금 보시면 비가 얼마나 왔다고, 여기도 누수가 생기고, 저기도 누수가 생기고….]
다른 층을 가보니, 아직도 하자보수 공사가 계속되는 듯 공사 자재들이 여기저기에 쌓여 있습니다.
그런데 하자를 고치기 위해 사용할 일부 자재에는 사용이 도저히 불가능할 정도로 곰팡이가 잔뜩 피어있었습니다.
곰팡이는 천장을 가득 채우기도 했습니다.
[차재환 (가명) / 롯데건설 시공 오피스텔 수분양자 : 여기 보시면 곰팡이가 계속 타고 올라갑니다. 끝까지.]
또 주차장 바닥 면에선 한 개층을 올라가는 구간만 하더라도 굵은 균열 너댓개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차재환 (가명) / 롯데건설 시공 오피스텔 수분양자 : 일부 크랙도 아니고 주차장 입구 전체가 끝에서부터 끝에까지 일자로 크랙(균열)이 가 있잖아요.]
하자와 용도 변경 절차 등을 이유로 소송에 나선 수분양자들은 1심에서 패소한 상황.
시공사인 롯데건설 측은 “입주율 지연으로 지하 저층부 환기 등 관리상 하자는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대부분 처리 완료되었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그러면서 ”최근 오피스텔의 인기가 높아지고 입주도 늘어나고 있는 만큼 조속한 시일 내에 불편함이 없이 보수 완료할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취재진이 만난 수분양자는 10억 원 넘는 주택을 보지도 못한 채 계약을 먼저 한 상황에서 지자체와 시공사 모두 ‘나 몰라라’해 발생한 문제라며 근본적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호소했습니다.
[차재환 (가명) / 롯데건설 시공 오피스텔 수분양자 : 저는 가장 큰 문제로는 저희 전체 분양 시장인 선분양의 폐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이게 후분양으로 나왔다면 그 누가 그 많은 돈을 주고 이 건물에 입주하려고 했을 것이며 우리는 이미 계약금 받았으니까 너네 마음대로 해. 다만 안 들어와 살면 계약금은 우리 거야. 이런 마음으로 안일하게 공사를 했겠죠. 너무 화가 납니다.]
【스튜디오】
▶엄지민
제가 다 속상한데요. 이런 분쟁이 소송으로까지 번지는 경우가 많다면서요?
▶윤성훈
네, 양측이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서 조정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법적 구속력은 없습니다.
결국, 소송으로 다시 다툴 수밖에 없는 환경인데요.
문제는 전문성이 떨어지는 입주민들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할애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결국, 피해가 가중되는 걸 막기 위해 근본적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 VCR - 4 】
경기도의 한 도시형 생활주택입니다.
2021년 사용승인을 받은 신축급 공동주택이지만 내부 복도는 새 건물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관리사무소 관계자 : “이 지경이 되면 입주민들이 얼마나 불편하겠습니까?]
[김인자(가명) / 입주민 대표 : 이렇게 일어나서 밟으면 우지직 이렇게 올라와요,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밟으니까 부지직 부지직 다 깨지니까.]
입주 직후부터 마감재가 들뜨기 시작했고 조금씩 깨져 나간 탓에 복도와 입주자 대표회의 사무실까지 곳곳을 비닐로 덮어 놓아야 했습니다.
[김기용(가명) / 관리사무소 관계자 : 들어보세요. 소리가 이게 지금 다 들뜬 겁니다. (그런데도) 이런 건(부실시공·하자) 인정이 안 돼요. 지금 이렇게 이 자리에서도 거의 다 들떴고, 이 부분만 조금 붙어있는 소리거든요. 소리가 다르죠. (그러네요.) 그런데 이걸 인정 안 합니다.]
지하 주차장에서는 누수도 발생했습니다.
주차한 차량에 피해를 입히지 않기 위해 임시로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을 천막으로 막아 놨습니다.
[김인자(가명) / 입주민 대표 : 위에서 방수가 제대로 안 돼서 이쪽으로 계속 누수가 되는 거죠.]
입주민들은 이 같은 문제들이 하자에 해당한다며 현재 시공사와 소송을 벌이고 있는데, 소송이 끝날 때까지는 제대로 수리조차 할 수 없습니다.
[김인자(가명) / 입주민 대표 : 소송 감정인이 와서 평가할 때까지는 못 건드리게 돼 있어요. 그래서 판결이 나야지만 저런 것도 움직일 수 있는데….]
시간과 비용뿐 아니라 마음고생도 만만치 않습니다.
[정미숙 (가명) / 피해 입주민 : 지금 4년, 5년이 다 돼 가잖아요. 그런데도 안 지켜지니까 불안하죠. 저희들은 살면서도 불안해요.]
[김호윤 (가명) / 피해 입주민 : 하자보수 기간이 2년이라는 시간을 끄는 것에 있어서 진짜 해도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시공사 측은 관련 하자를 인정해 하자 보수를 약속했지만, 협력 업체의 부도로 처리가 지연됐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입주자들에게는 하자 보수 등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지만
시한이 정해져 있습니다.
해당 기한을 넘기면 시공사들의 보수 의무는 사라지고 남은 해결 방법은 소송뿐입니다.
시공사들이 이런 점을 악용해 하자보수 요청에도 차일피일 지연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지적입니다.
[김태우 / 변호사(법무법인 일신) : 권리행사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권리가 소멸하는 상황입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런데 하자 보수 의무 이행 기간은 따로 정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까 하자 보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시간만 경과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결국, 신축 주택 분쟁을 줄이기 위해서는 감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감리가 시공사와 이해관계가 얽혀 사실상 ‘봐주기 점검’이 이뤄지지 않도록 독립된 제3기관이 맡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하자에 대한 규정이 명확치 않아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이에 대한 정비도 필수적입니다.
[서진형 / 광운대학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 : 기본적으로 하자에 대한 것들을 어떻게 판정할 것인지 어떤 규칙을 만들거나 또는 이제 뭐 시행규칙을 만들어서 시행하게 되면 이 하자에 대한 판단 기준들을 좀 더 구체화할 수 있지 않겠느냐 이렇게 보는 거죠.]
시공사를 상대로는 부실 이력 공개·등급제를 도입하거나, 중대 하자 발생 시 일정 기간 공공 입찰 제한하는 방안도 효과적일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스튜디오】
▶엄지민
하자나 부실시공으로 인한 피해를 좀 줄여야 할 텐데 입주민들이 신축에 들어갈 때 어떤 부분 챙겨봐야 할까요?
▶윤성훈
소비자원은 사전 점검 기간에 꼼꼼히 확인하고 하자 부위가 아니라도 집안 전체를 사진·동영상으로 촬영해 하자 발생 시점을 증빙하는 자료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또, 견본주택에 전시된 모습, 직원의 설명 내용 등을 사진 촬영·녹취·녹화 등의 방법으로 기록해 추후 시공 결과물이 계약과 다를 경우 입증자료로 활용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엄지민
윤 기자, 수고 많았습니다.
▶엄지민
오늘 팩트추적은 여기까집니다.
저희는 다음 시간에도 현상 이면에 숨겨진 사실을 좇아, 시청자 여러분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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