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튜디오 】
▶엄지민
안녕하세요. 엄지민입니다.
현상 이면에 숨겨진 사실을 좇아, 팩트추적! 지금 시작합니다.
【 인트로 】
지구 반대편에서 터진 미국과 이란의 전쟁.
하지만 그 여파는 7,000km 떨어진 대한민국에도 옮겨붙고 있습니다.
전쟁의 한복판에서 중동 산유국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상대의 숨통을 조이는 전략적 카드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해협 봉쇄 조치는 전쟁 당사국은 물론 세계 경제 그리고 우리 경제에도 직격탄이 되고 있습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기름값은 시작일 뿐.
원유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산업 전반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장기적으로는 운송비 상승에 따른 물가 폭등까지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이미 1970년대 오일 쇼크 당시보다 더 큰 위기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까닭입니다.
[석광훈 /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 : 이런 위기는 1970년대 오일 쇼크보다 2배가 넘는 규모입니다. 결과적으로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에너지 대란으로 가는 상황이다.]
단기적인 대응부터 에너지 구조 전환이라는 장기 과제까지.
전쟁이 촉발한 에너지 위기의 경고.
대한민국이 직면한 안보적 해법은 무엇인지 분석합니다.
【 스튜디오 】
▶엄지민
오늘의 팩트체커 윤성훈 기자와 함께합니다.
윤 기자.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되면서 우리 경제도 비상이 걸렸는데요.
당장 우리 경제 성장률이 둔화할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고요.
▶윤성훈
네, 최근 아시아개발은행, ADB 측은 이번 고유가 충격으로 인해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이 0.9%p 낮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1%에 가까운 성장 여력이 유가 충격으로 증발할 위기에 처한 겁니다.
▶엄지민
0.9%p면 우리 경제에 상당한 제동이 걸리는 셈일 텐데요.
우리나라가 왜 이렇게 유독 국제 유가 변동에 민감한 겁니까?
▶윤성훈
우리나라는 막대한 전력과 원료가 필요한 제조업 비중이 높은 데다 에너지의 상당 부분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진수 / 한양대 자원환경공학과 교수 :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에너지 다소비 국가입니다. 경제 규모에 비해서 에너지 소비량이 더 많은 국가인데요. 주력 산업들이 에너지 다소비 산업에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엄지민
짚어본 것처럼 우리 핵심 산업들이 에너지를 워낙 많이 쓰다 보니까 에너지 가격이 흔들리면 산업 전체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거네요.
▶윤성훈
네. 고유가 상황은 기업의 생산 비용과 물류 운송비를 모두 끌어올리고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 VCR 】
서울 도심의 주유소.
시민들의 시선이 멈춘 곳은 전광판입니다.
우려는 현실이 됐습니다.
전국 휘발유와 경유 평균 가격이 리터당 2천 원 안팎까지 치솟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경유 가격이 2,000원을 넘어선 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가 불었던 지난 2022년 여름 이후 처음입니다.
[배기호 / 서울 창전동 : 호르무즈 해협 때문에 기름 들어오는 게 문제 있잖아요. 정부가 (가격을) 누른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기름값도 문제지만 물가가 많이 오를 것 같아서 걱정스러워요.]
정부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의 공급 상한선을 동결하며 급한 불 끄기에 나섰지만, 거센 가격 폭등세를 막기엔 역부족한 상황입니다.
[남경모 / 산업통상부 장관정책보좌관 : 민생 안정이라는 최고가격제의 기본 취지 아래 중동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변동, 수요 관리 필요성, 생업용 소비자와 취약 계층 지원 등을….]
감당하기 힘든 유가에 결국 시민들은 차 키를 내려놓고 대중교통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습니다.
[변 경 / 경기 고양시 : 싼 데를 골라서 다니는데도 기름값을 한 번 채우면 10만 원 이상이 드니까… 저희 같은 직장인들은 조금 부담스럽긴 하죠.]
문제는 유가 상승이 단순히 연료 가격에만 영향을 주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원유는 정제 과정을 거쳐 각종 산업 원료로도 쓰이는데 특히 산업의 쌀로 불리는 나프타 확보에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나프타로 생산하는 각종 플라스틱과 비닐, 산업 부품 역시 수급난이 빚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박정길 / 도시락 가게 사장 : 저희는 (플라스틱) 용기가 있어야만 배달을 나갈 수 있는데 용기가 없다 보니까 가게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는 문제고요.]
충격은 생활용품을 넘어 제조업 현장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박현호 / 경기 파주 시트지 제조업체 대표 : 시트지 업계도 지금 가격이 3월에 인상이 됐고 4월에 또 인상됐고 5월도 계속 인상이 된다는 거는 그만큼 수급이 불안하기 때문에 가격이 오르는 거라서….]
도미노처럼 번진 원자재 가격 상승은 결국 물가 폭등의 도화선이 된 상황.
결국 지난 3월 수입 물가는 18% 폭등하며 2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원유와 나프타 등이 그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국제유가가 하락하며 지난 4월 수입 물가가 하락 전환하기도 했지만 한국은행은 전쟁 장기화가 소비자 물가 상승 압력을 더욱 키울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 스튜디오 】
▶엄지민
기름값부터 원자재까지 물가에 전방위적인 충격이 이어지는 상황인데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상황에 따라서 전 세계 경제가 영향을 받게 되는 거네요?
▶윤성훈
호르무즈 해협은 한마디로 세계 에너지의 급소 같은 곳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 쿠웨이트, UAE 등 중동 산유국의 원유 수송이 집중되는 핵심 통로입니다.
실제 전 세계 석유 소비량의 20% 가량이 이 해협을 통과합니다.
▶엄지민
우리나라 의존도는 20%를 훌쩍 넘어서죠?
▶윤성훈
우리나라는 원유 수송의 무려 70%를 호르무즈 해협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우리 산업과 경제를 움직이는 핵심 에너지의 상당 부분이 호르무즈라는 좁은 통로에 의존하고 있는 셈입니다.
▶엄지민
1970년대 두 차례 있었던 오일 쇼크가 생각나는데요.
▶윤성훈
한국 사회는 이미 두 차례 오일 쇼크를 겪으며 대응 체계를 만들어 왔습니다.
그러나 이런 노력이 무색하게 전문가들은 당시와 비슷한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 VCR 】
서울 상암동.
콘서트와 전시, 시민들의 산책길로 사랑받는 문화 공간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바로 ‘문화비축기지’입니다.
[윤성훈 기자 :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이곳, 원래는 에너지 위기에 대비해 서울 시민이 한 달가량 사용할 수 있는 석유를 저장하던 탱크였습니다.]
‘석유비축기지’였던 이곳. 발단은 1973년, 전 세계를 덮친 1차 오일 쇼크였습니다.
정부는 에너지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지름 최대 38m, 높이 15m에 달하는 다섯 개의 탱크를 세웠고 약 43만 4,400배럴의 석유를 비축했습니다.
1급 보안 시설로 분류돼 시민 접근이 엄격히 통제됐던 이곳은 2002년 인근 월드컵 경기장 건설과 함께 역할을 다했습니다.
대신, 비상 공급의 역할은 이제 전국 9개 기지로 완전히 넘어갔습니다.
지난 2월 말 기준, 울산과 여수, 거제 등지에 확보된 석유 비축시설은 총 1억 4,600만 배럴 규모.
실제 저장된 원유 1억 배럴은 국제에너지기구 IEA 기준에 따라 석유 수입 없이도 약 120일을 버틸 수 있는 양입니다.
민간 보유량까지 합치면 총 물량은 약 208일분.
세계 6위 규모이자 국제에너지기구 권고 기준인 90일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입니다.
다만 비축은 시간을 버는 장치일 뿐, 근본 해결책은 아닙니다.
또, 석유파동 당시 99%에 달했던 중동 의존도는 한때 60% 선까지 낮아지기도 했지만, 최근 국제 정세상 중동 의존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김진수 / 한양대 자원환경공학과 교수 : 러시아에서 원유 수입이 줄어들다 보니까 다시 중동에 대한 의존도가 70%까지 올라가게 된 거고요. 그래서 현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지정학적 구조에서는 다변화하기 굉장히 어려울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원유의 특성 때문에 수입처를 더 다양하게 늘리는 것도 쉬운 문제는 아닙니다.
중동산 원유는 점성이 높은 ‘중질유’ 비중이 높지만, 미국산 셰일오일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경질유’ 중심.
우리 정유 시설 상당수가 중동산 원유 처리에 맞춰져 있다 보니 미국산 원유로 경유와 항공유, 나프타 생산량을 안정적으로 맞추기엔 한계가 따른다는 겁니다.
[석광훈 /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 : 대부분은 다 중동에서 (원유를) 담당해 오다가 그게 막히면서 제한된 중질유를 얻기 위해서 아시아 국가와 미국이 경쟁해야 합니다.]
세계 LNG 물동량 역시 약 2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품목.
다행히 우리나라는 일찍이 수입선 다변화와 해외 지분 투자 확대를 추진해 왔습니다.
한국가스공사가 호주와 캐나다 LNG 사업 지분을 확보해 일정 물량에 대한 권리를 직접 보유하고 있는 겁니다.
석유처럼 영향을 완전히 피할 순 없지만, 조달 안정성을 높이는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결국 전문가들은 특정 지역의 위기 때도 우리가 일정 부분 통제할 수 있는 물량, 즉 실질적인 에너지 주권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김진수 / 한양대 자원환경공학과 교수 : 해외 자원 개발이나 우리가 실제로 운영권 내지는 의사결정 처분권을 가진 물량들을 어느 정도 확보하는 게 필요합니다. 가격 위기를 자국에 있는 기업들이 소화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게 해외에서 자원 개발을 하는 것의 역할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고요.]
【 스튜디오 】
▶엄지민
구입 경로의 다변화에 더해서 우리의 에너지 안보를 실현할 근본적인 방법도 찾아야 할 것 같은데요
▶윤성훈
네, 전문가들은 에너지를 어디서 사 올지를 넘어, 전기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구조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특정 에너지원 하나에 기대는 대신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등을 함께 활용하는 이른바 '에너지 믹스' 전략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엄지민
실제 현장에서도 이런 변화를 추진하는 곳이 있습니까?
▶윤성훈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이미 현장에선 변화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일부 지자체와 산업 현장에선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 분산 시스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 VCR 】
경기도 파주시의 한 공공 재생에너지 시설.
대형 태양광 패널이 설치된 이곳은 오는 7월부터 본격적인 전력 생산에 나섭니다.
[정지선 / 파주시 RE100지원팀장 : 이곳 문산정수장에 파주시 공공 재생에너지 1호 발전소가 만들어지는 현장입니다. 총 1.1메가와트 규모로 조성되고 있고 올해 도로 사면, 보행로, 자전거도로를 활용해서 총 4메가와트 규모를 추가로 조성할 계획입니다.]
제조업체가 많은 파주시의 특성을 고려해, 기업들의 RE100 대응을 지원하기 위한 사업입니다.
RE100은 기업 활동에 필요한 전력을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로 전환하자는 글로벌 캠페인이지만, 중소기업 홀로 비용과 인프라를 감당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지선 / 파주시 RE100지원팀장 : 중소기업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쉽지 않아서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RE100 지원을 위한 재생에너지 사업을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RE100 대응을 넘어, 지역 안에서 전기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분산형 체계 구축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전력 소비는 수도권에 집중돼 있지만, 발전 시설은 지방에 몰려 있는 구조 때문에 송전망 건설과 전기요금 부담을 둘러싼 갈등이 커지는 상황.
이 때문에 정부가 지역별 차등요금제를 추진하자, 외부 전력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파주시가 재생에너지 전기를 기업과 시민이 직접 구매할 수 있는 PPA 사업을 함께 추진하는 이유입니다.
[김해원 / 파주시 에너지과장 : 앞으로 분산 에너지 특화 지역으로 지정되면 주민에게 공급할 수 있는 PPA 제도를 도입해서 전기요금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지방정부뿐 아니라, 중앙정부도 오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100기가와트 규모로 확대하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매년 10~12기가와트 이상을 신규로 보급해야 달성할 수 있는 목표치.
매일 축구장 20개 면적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야 달성할 수 있는 셈입니다.
그러나 목표만 제시됐을 뿐, 전력망과 입지 확보 등 구체적 실행 방안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김진수 / 한양대 자원환경공학과 교수 : 에너지 전환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하자는 데 동의하고요. 국내에 건설된 설비에서 햇빛과 바람을 바탕으로 전력을 생산해 내는 것이기 때문에 안보 입장에서는 당연히 도움이 돼요.]
또한 재생에너지만으로 안정적인 공급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런 이유로 일부 전문가는 원자력 발전 역시 에너지 믹스의 한 축으로 함께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김진수 / 한양대 자원환경공학과 교수 : 특히 한국과 같이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굉장히 높은 국가에서는 태양광, 풍력만으로 당장 해결할 수는 없고 탄소 배출은 또 빨리 줄여나가야 하는데 가능한 대안이 뭐가 있냐 그러면 원자력밖에 없거든요. (원전) 신규 건설도 신규 건설이지만 계속 운전을 확대하는 걸 더 찬성하고 있거든요. 경제적으로는 좀 더 나은 대안이라고 판단하고 있고요.]
【 스튜디오 】
▶엄지민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재생에너지가 가진 한계가 있잖아요. 여기에 대한 우려도 큰 것 같은데요.
▶윤성훈
네, 재생에너지는 햇빛과 바람 같은 자연환경에 따라 생산량이 크게 달라지는, 이른바 '간헐성' 문제가 있습니다.
▶엄지민
그러면 이런 한계를 극복할 현실적인 방법도 있는 겁니까?
▶윤성훈
핵심은 남는 전기와 부족한 전기를 실시간으로 조절하는 기술인데요.
관련 업체를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 VCR 】
AI 기술과 인공위성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예측하는 기업의 관제실.
이곳에서는 전국에 흩어진 재생에너지 설비를 하나의 발전소처럼 묶어 운영하는 VPP, 가상발전소를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노서영 / 에너지IT기업 VPP 부문장 : 흩어져 있는 재생에너지 자원들을 IT 기술을 기반으로 해서 하나의 발전소처럼 운영하는 것을 VPP라고 하는데요. 지도에서 보시는 것처럼 전국에 800여 개, 1기가와트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들이 흩어져서 운영하는 거고….]
특히 집중하고 있는 곳은 제주입니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높은 제주에서는 지난 2024년부터 재생에너지 입찰 제도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도 기존 화력발전소처럼 전력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겁니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지면서 발전량을 강제로 줄이는 ‘출력제어’도 현실화 됐습니다.
전기가 전력망에 과도하게 몰릴 경우 대규모 정전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변동성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는 재생에너지 특성상, 발전량 예측과 실시간 수요 대응, 남는 전기를 저장하는 ESS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노서영 / 에너지IT기업 VPP 부문장 : 전기라는 재화의 특성은 매 순간 수요와 공급이 일치해야 하거든요. 발전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예측 고도화 영역을 저희가 만들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결국 VPP와 ESS를 다루는 사업자 참여가 필수적인데도 재생에너지 인프라 시장은 충분히 열려 있지 않습니다.
[김선규 / 기후솔루션 전력시장계통팀 연구원 : ESS나 VPP 같은 유연성을 줄 수 있는 자원들이 전력시장에 참여하고 그 가치를 보상받을 수 있어야 하는데 시장 자체가 닫혀 있는 상황입니다.]
전문가들은 법과 가격 체계 역시 기존 화석연료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독일·호주·중국 등 주요국들이 관련 인프라와 시장 개편에 속도를 내는 사이, 우리나라는 제도 정비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디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김선규 / 기후솔루션 전력시장계통팀 연구원 : 이 연료비가 없는 성격의, 어떻게 보면 신개념의 에너지 자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법적 정의뿐만 아니라 가격에 대한 신호도 있어야 합니다.]
기술은 앞서가고 있지만 제도는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상황.
재생에너지의 미래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이 기술이 아닌 제도라는 지적입니다.
[김선규 / 기후솔루션 전력시장계통팀 연구원 : 컨트롤 타워가 없다는 측면에서 이해관계자들 간 조율이 안 되는 상황들이 결국, 종합적으로 봤을 때는 구조 개편, 한국전력 시스템이 25년째 머무르고 있는 사유로 보고 있습니다.]
【 스튜디오 】
▶엄지민
이번 이란 전쟁을 계기로 에너지에 흔들리는 우리 경제의 취약점이 다시금 드러난 셈인데요.
단기 대응을 넘어서 구조 자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윤성훈
네. 지금까지 에너지 정책에서 안정적인 공급과 낮은 비용이 가장 중요한 가치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그 효율 중심적인 구조가 위기 상황에선 오히려 취약점이 될 수 있다는 점도 보여줬습니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중동 상황이 진정되더라도 에너지 시장 변동성은 언제든지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석광훈 /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 : 중동에서 보내는 석유량은 전쟁이 끝나도 3개월 동안 변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일부 생산 시설, 특히 저장고 같은 설비들은 아예 폭격으로 파괴됐기 때문에 전쟁이 언제 끝나냐와 상관없이 이 위기가 굉장히 심각한 위기다.]
▶윤성훈
결국 단기적인 위기 대응뿐 아니라 장기적인 에너지 전환 전략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김진수 / 한양대 자원환경공학과 교수 :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가 줄어들지 않고 계속 성장해 나가면서 에너지 전환을 이룰 수 있는 것이라 조금 더 고민해 가면서 탄소 중립을 해 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엄지민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사회·경제적인 비용은 불가피하겠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우리의 에너지 안보 전략을 제대로 짚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윤성훈 기자, 수고 많았습니다.
오늘 팩트추적은 여기까집니다.
저희는 다음 시간에도 현상 이면에 숨겨진 사실을 좇아, 시청자 여러분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윤성훈 (ysh02@ytn.co.kr)
■YTN <팩트추적> 제보
[메일]:fact@ytn.co.kr
[전화]:02-398-8602~3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