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우리 농업이 '기후변화'라는 어려운 숙제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외국산 품종이 점령하던 파프리카 농가 역시 예외는 아닌데요.
우리 기술로 탄생한 'K-미니 파프리카'로 세계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청년 농부의 일상을 따라가 봅니다.
[리포터]
산으로 둘러싸인 조용한 마을, DMZ 인근의 철원입니다.
[장성대 / 철원 파프리카 농부 : 매년 테스트인 것 같아요. 농사 자체가 완성은 아닌 것 같아요. 늘 미완성이고 늘 공부해야 하고 늘 준비해야 되고 그런 거 같아요. 농사라는 게.]
완성을 꿈꾸지만, 늘 실패 속에서 답을 찾아가는 청년 농부를 만났습니다.
만 평의 땅 위에 늘어선 여덟 동의 하우스.
매일 한 시간에 한 번씩 하우스를 돌며 파프리카 상태를 살핍니다.
[장성대 / 철원 파프리카 농부 : 사람도 마찬가지지만 물이 제일 중요하잖아요. 파프리카도 마찬가지로 물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너무 과하게 주면 뿌리가 썩어서 죽고 너무 안 주면 '배꼽 썩음병'이라는 게 있거든요. 저희도 물이 없으면 시들잖아요, 몸이 안 좋고.]
어느덧 9년, 지금이야 누구보다 파프리카를 잘 아는 농부가 됐지만 늘 꽃길만 걸었던 건 아닙니다.
지난해 원인 모를 병충해와 폭염으로 3억이 넘는 피해를 입기도 했는데요.
[장성대 / 철원 파프리카 농부 : 한 3~4년 전부터 폭염이 시작되면서 작물 상태도 안 좋아지고 수확량도 떨어지고...]
쓰디쓴 실패 끝에 찾은 해답은 'K-미니'였습니다.
그동안 우리 파프리카 농가는 비싼 로열티를 내며 주로 네덜란드 종자를 수입해 써야 했습니다.
외국 종자에 의존하던 한계를 넘어, 성대 씨는 우리 기술로 개발한 품종에 주목했습니다.
'우리 땅에서, 우리 기술로, 가장 경쟁력 있는 맛을 내는 것'.
그것이 곧 지속 가능한 농업으로 가는 유일한 길이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장성대 / 철원 파프리카 농부 : 왼쪽은 네덜란드 품종이고요. 오른쪽은 한국에서 개발한 'K-미니'고요. 모양은 거의 비슷한데 당도 같은 경우, 제 생각에는 'K-미니'가 더 맛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먹어보면 알아요. 아, 이게 K-미니고, 이게 네덜란드산이구나.]
[이유리 / 철원 자등7리 이장 : 저희 아이들은 식탁에 파프리카를 주면 거의 빼먹거나 안 먹었어요. (K-미니 파프리카를) 아이들에게 한 번만 먹어봐라 했더니 처음에 안 먹는대요. 한 번만 먹어보라고 어르고 달래서 먹였는데 아이가 너무 맛있다면서 계속 파프리카를 찾는 거예요.]
과감한 품종 전환이 가능했던 건, 청년 농업인의 도전을 뒷받침한 체계적인 육성 지원이 든든한 마중물이 됐기 때문입니다.
[장성대 / 철원 파프리카 농부 : "기후변화 때문에 한 작물로만 갈 수는 없거든요. 7년 차까지는 일반 큰 파프리카를 재배했는데 우연치 않게 농업회사법인 코파(주) 통해 K-미니를 소개를 받았고요. 경남농업기술원 쪽 가서 보다 보니까 이 상품도 경쟁력이 있고 시장성도 있구나 해서 재배하게 됐습니다.]
그간 일본에 집중됐던 수출 시장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맛과 품질로 무장한 'K-미니'가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넘어 더 넓은 세계 시장에서 우리 파프리카의 진가를 증명하고 있는 겁니다.
[장성대 / 철원 파프리카 농부 : 중국, 일본, 더 나아가서 홍콩, 필리핀까지 수출량이 늘어나서 저뿐만 아니라 다른 농가들도 고소득도 올리고 다른 나라들도 한국 파프리카가 이렇게 맛있구나 라는 걸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농사란 끝을 알 수 없는 긴 여행인지도 모릅니다.
기후변화라는 어려운 숙제 앞에서도, 묵묵히 흙을 일구는 청년 농부.
완성을 향해 매일 한 걸음씩 나아가는 그의 땀방울이, 우리 농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세계 곳곳에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K-파프리카 많이 사랑해주세요~!"
YTN 박선영 parksy@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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