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해마다 해외 입양동포 수천 명이 입양 전 가족을 찾기 위해 한국에 방문합니다.
하지만 이들이 실제로 가족과 상봉할 확률은 1%도 채 되지 않는데요.
1970년대 스위스로 보내진 입양동포가 마지막 희망의 끈을 붙잡는 심정으로 사연을 보내왔습니다.
전 세계 한인들의 다양한 삶을 소개하는 [글로벌 코리안], 이번 시간엔 희박한 확률에도 뿌리 찾기를 포기할 수 없는 입양동포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쏘니아 보위쉬/ 스위스 입양동포]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쏘니아입니다. 저는 한국에서 입양돼 1974년 스위스로 왔습니다.
저는 전체 인구가 1,200명 남짓 되는 작은 시골 마을에서 살았어요. 그 마을에 살던 몇 안 되는 외국인 아이 가운데 하나였죠. 학창시절에는 외모가 다르다는 이유로 자주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했어요. 부모님은 항상 제가 입양됐다는 사실은 알려주셨지만, 제가 온 한국에 대해서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으셨어요. 당시에는 인터넷처럼 새로운 정보를 알아낼 방법도 없었기 때문에 한국과의 모든 연결고리를 잃어버리게 됐죠.
2004년 여름, 캐나다 밴쿠버로 영어 연수를 떠났는데, 당시 서울에서 온 한국인 친구들을 사귀게 됐어요. 그리고 그해 12월, 그 친구들을 만나러 서울에 놀러 갔죠. 처음으로 외모가 비슷한 사람들을 서울에서 보게 된 거예요. 검은 머리카락, 나와 같은 눈과 코를 가진 한국인들. 어딜 가도 제가 눈에 띄지 않아서 좋았어요. 그러다 문득 서울 한 동네에서 친구들과 함께 있는데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 동네가 저한테 너무 익숙하게 느껴져서 그랬던 것 같아요.
2019년에 DNA 민간단체를 통해 DNA를 등록했어요. 국내 한인 입양인 단체에 연락해 친가족 찾기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고 입양기관에도 이메일을 보냈지만, 어떤 답변도 받지 못했어요. 지금까지 가족은 찾지 못한 상태예요. 입양기관에 다시 연락해봤지만, 저에 대한 정보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그 말은 진실이 아니죠. 입양기관이 과거 서류를 모두 가지고 있다는 걸 알고, 따라서 우리를 도와줄 의무가 있다고 생각해요. 입양인이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가족 찾기 지원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이 방송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요. 어렵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이 영상을 통해 누군가가 저를 알아보고 연락해주길 바랍니다. 제가 누구인지, 어디에서 태어났고 이름은 무엇인지 알고 싶어요. 저는 그 누구도 원망하지 않아요. 어머니나 아버지도 원망하지 않습니다. 당시 버려진 데에는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을 거예요. 그저 마음속 깊이, 간절히 어머니와 아버지, 또는 저를 아는 가족 그 누구라도 만나고 싶습니다.
1969년 7월 23일, 부산 출생으로 추정되는 아이를 아시는 분의 연락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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