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세계 곳곳에서 살아가는 동포들이 해마다 이맘때면 고국의 그라운드 위에서 '한민족'이라는 이름으로 만나는 시간, 강원도 홍천에서 '제18회 전 세계 한민족 축구대회'가 열렸습니다.
그 따뜻한 여정을 함께합니다.
[프롤로그]
가을이 깊어가는 강원도 홍천.
풍성한 수확의 계절, 오랜 기다림 끝에 멀리서 온 발걸음이 가을빛으로 물든 산자락 아래로 모여듭니다.
전 세계 곳곳에서 살아온 한민족이 그라운드 위에서 하나 되는 순간.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축구 경기가 시작됩니다.
[해설]
멕시코의 뜨거운 태양 아래, 미국의 바쁜 일상 속에서도, 언제나 이 순간만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박 상 빈 / 멕시코 동포 : 저희는 멕시코 대표로 왔습니다.]
[문 만 규 / LA 동포 : 이런 대회가 1년에 한 번씩이라도 있다는 게 우리한테는 의미가 있고….]
[변 미 란 / 샌프란시스코 동포 : 여기저기 멀리 살고 계시지만 또다시 와서 모여서 있는 모습만으로도 그래도 역시 한민족이 아닌가…]
해마다 가을의 끝자락이면 고국의 운동장에서 만나 함께 땀 흘리며 서로의 안부를 전합니다.
[김 성 수 / 세계한민족축구대회 회장 : 많은 해외 동포들이 참여해주시고 주변에서 많이 협조해주셔서 올해는 해외 16개국, 48개 팀 거의 인원으로 보면 1,000여 명이 찾아왔어요.]
수많은 예선을 뚫고 중국과 멕시코에서 온 동포 청년들이 결승 진출을 향해 맞붙었습니다.
서로 다른 나라와 문화 속에서 자랐지만, 공을 주고받는 순간만큼은 '한민족'이라는 동질감을 느낍니다.
[정 호 윤 / 재멕시코한인축구협회 주장 : (멕시코에서) 매주 토요일 3시간씩 동포들이 모여서 축구를 하고 있습니다. 각 나라에 흩어져 있는 한인 동포 2세 3세가 함께 와서 참여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고국을 방문해서 알게 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막상막하의 경기 끝에 중국팀이 결승에 올라갔습니다.
비록 승패는 갈렸지만, 서로를 향한 존중과 우정이 경기장을 가득 채웠습니다.
[주 은 택 / 중국 연길FC 청년부 : 저희는 만족합니다. 다 열심히 뛰어서 친구들끼리 한마음으로. 그거면 돼요.]
새벽 안개가 걷히자마자 결승에 오른 선수들이 경기장에 모였습니다.
첫 경기는 평균 나이 70세 최고령 팀과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시간을 쪼개 대회에 나온 주부 선수들!
뛰다 넘어지면 서로 일으켜 세워주고? 경기장은 어느새 세대와 성별을 뛰어넘는 따뜻한 연대의 공간이 됩니다.
[구 세 홍 / 샌프란시스코 FC 실버플러스부 감독 : 스포츠를 통해 우애하고 사랑하고 이런 경기를 통해 협력하는 것들이 너무 좋은 것 같아요. 동포사회에 하나 되는 계기가 축구가 아닌가]
[임 은 정 / 경북 포항연일여자 FC 총무 : '손녀뻘 들이다. 다치지 않게 해줄게, 다치지 않게 하자' 넘어져도 먼저 일으켜주시고, 전혀 기분 나쁜 것 없이 잘 마무리 했습니다.]
한민족 축구대회의 역사는 스무 해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60~70년대 파독 광부와 세계 각지로 떠난 한인 이민자들은 낯선 언어와 문화 속에서 터전을 잡아야 했습니다.
고단한 일상 속에서 한결같이 품은 마음은 고국에 대한 짙은 그리움이었습니다.
[정 동 철 / 세계한민족축구대회 고문 : 우리 한민족이 어느 나라에 가서 있다 하더라도 축구라는 공동 관심사가 결과적으로는 모일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거죠. 여기 모여서 공 차니까 여기 나와서 공 찹시다. 이렇게 해서 만나고 만나고….]
처음엔 그저, 고향이 그리운 동포들이 집 가까운 운동장에 모여 향수를 달래는 작은 모임에서 출발했습니다.
그 만남이 이어지고 또 넓어져 이제는 전 세계와 세대를 잇는 '한민족의 축제'가 된 겁니다.
[김 성 수 / 전세계한민족축구대회 회장 : 엊그제 같은데 진짜로 올해로 21년이 됐어요. 2004년도에 맨 처음에 시카고에서 동포들이 한민족이 한번 모여서 축구대회를 하자 그래서 시카고에서 모였는데 그때 뭐랄까 한민족의 정을 느꼈죠.]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고는 단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이어온 여정.
모든 경비를 스스로 감당하며 버텨낸 노력은 결국 문화체육관광부의 일부 지원으로 이어졌습니다.
물론 힘에 부치는 순간도 많았지만 멈추지 않은 건 대회를 기다리는 동포들의 간절한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입니다.
[김 성 수 / 전세계한민족축구대회 회장 : 대회를 20년 넘게 하다 보니까 한국에 다녀간 해외 동포들이 수만 명 될 거예요. 내가 얻는 게 더 많았어요.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났어요. 그러면서 배운 것도 많고.]
해마다 전국 곳곳을 돌며 열리는 축구대회는 동포들에게 고국의 자연과 숨결을 온몸으로 느끼는 특별한 여행이기도 합니다.
오랜만에 밟아보는 고국의 흙, 경기 후 허기를 달래주는 따끈한 국밥 한 그릇까지- 모든 순간이 작은 선물처럼 느껴집니다.
[전 교 필 / 캘리포니아FC 실버부 감독 : 너무 좋아요. 새로운 문물도 보고. (2022년) 경남 합천에서 대회를 할 때는 해인사 혼자 올라가서 보고 그런 경험이 좋아서 이번에 올 때는 집사람을 꼬셨어요. 속초도 가보고 강원도 여행할 데 많으니까 가자….]
강원도 동해와 횡성, 경남 합천 등 대회가 열리는 지방의 작은 도시들은 해외에서 찾아온 선수들로 활기를 되찾습니다.
[신 영 재 / 홍천군수 : 우리 지역을 방문하고, 우리 지역에서 자고 먹고 쓰기 때문에 지역의 경기에 상당한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4박 5일 동안 뜨겁게 달렸던 경기장에도 서서히 긴 여정의 끝이 찾아옵니다.
사실, 누가 이기고 졌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멀리서 같은 마음으로 모였다는 사실, 그 하나만으로 우리는 다시 한 번 한민족의 깊은 뿌리를 확인합니다.
[권 진 국 / 중국 연길FC·청년부 우승팀 : 한민족이니까…. 자주 볼 수 없잖아요. 한민족 축구대회를 열어주신 회장님 너무 고맙고요. (대회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어요.]
[데이비드 리 / 샌프란시스코FC·중장년부 우승팀 : 지난 7~8년 동안 꾸준히 준결승 갔다가 탈락하고 예선전에서 탈락하고 그랬는데 (함께 뛴)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결실이 맺어져서 대신 감사하는 마음이고요.]
[문 성 근 / 애틀랜타FC 실버부 : 미국에 간 지 51년 차인데 매년 고국을 찾을 수 있는 이유가 있어서 더 좋은 것 같아요.]
올해 대회는 이렇게 막을 내리지만, 이별은 잠시일 뿐.
선수들은 내년 가을, 고국의 그라운드 위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합니다.
[인터뷰 : 단체 "전 세계 한민족축구대회" 내년에 또 만나요~"]
'그라운드 위의 한민족' 제18회 전세계한민족축구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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