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청춘들의 열기로 가득한 베트남의 한 대학교 캠퍼스.
교실 안에서 한국어 수업이 한창입니다.
모국어도 아닌 낯선 언어지만 교수의 세심한 지도 속에 학생들은 점차 자신감을 얻어갑니다.
[응우옌 밍 저우 / 탕롱대학교 4학년 : 수업 시간 동안 교수님께서 기본적인 내용뿐만 아니라 베트남 문화를 비교해 설명해 주셔서 우리는 나라 두 나라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더욱 이해할 수 있었다는 점이 특별한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열정적으로 학생들에게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전하는 오늘의 주인공.
탕롱 대학교 한국어학과 초대 학과장, 이계선 박사입니다.
24년 동안 간호장교로 복무한 뒤, 46살에 베트남으로 건너와 완전히 새로운 삶을 선택했는데요, 그 결정 뒤에는 오랫동안 품어온 배움을 향한 갈망이 있었습니다.
[이 계 선 / 탕롱대학교 한국어학과 학과장 : 당시 46세라는 거를 그렇게 많이 늦었다고 생각은 안 했던 것 같고요. 군인이라는 게 언젠가는 퇴직을 하는데 '그럼 그다음에는 무엇을 하나' 하는 생각도 많이 했고 또 하나는 해외에서 뭔가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참 많이 했어요.]
급격히 성장하는 베트남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느꼈던 이계선 박사.
하지만 막상 베트남에 도착하고 마주한 건 꽉 막힌 '언어의 장벽'이었습니다.
[이 계 선 / 탕롱대학교 한국어학과 학과장 : 사실 성조가 있는지도 모르고 그냥 왔는데 베트남어를 공부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우연히 만난 베트남어 선생님과 공부를 했어요.]
성조 여섯 개로 유명한 베트남어를 처음부터 익혀야 했지만 군 생활에서 다져온 습관대로 기록하고 암기하며 하나씩 배워 나갔습니다.
그 과정에서 빼곡히 채워진 공부 노트는 지금도 이 박사가 가장 아끼는 '보물'입니다.
[이 계 선 / 탕롱대학교 한국어학과 학과장 : 사실은 지금 21년이 지난 건데 아직도 저는 너무너무 이 책이 이 공부한 자료가 소중한 거예요. 그래서 이걸 이렇게 보면서 그때는 이렇게 내가 열심히 공부를 했구나….]
배움에 대한 열망으로 하노이 국립대 인문사회대에서 사회학 박사 과정까지 밟게 된 이계선 박사.
논문 심사만 네 단계를 거치는 베트남 특유의 까다로운 절차도 온몸으로 부딪히며 익혔습니다.
쉰이 넘은 나이에 박사 학위 도전에 성공한 이 박사는 2016년, 탕롱대에서 새로운 제안을 받게 됩니다.
바로 한국어학과를 신설해 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이 계 선 / 탕롱대학교 한국어학과 학과장 : 이제 그때 하노이에서는 4년제 한국어과가 3개밖에 없었는데 (탕롱대에서) 저한테 이제 한국어과를 개설을 해 주면 좋겠다는 의뢰가 와서 교과 과정을 다 이제 구성하면서 하노이 교육청의 학과 개설 심의를 제가 받았어요.]
그렇게 이 박사는 탕롱대에서 한국인 최초 한국어과 학과장에 취임합니다.
첫해 학생 72명의 시작한 한국어학과는 해마다 지원자가 증가했고 2020년, 첫 졸업생을 배출했습니다.
[풍린짱 / 1회 졸업생·탕롱대 한국어학과 전임 교수 : 솔직히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게 정말 기쁘고 자랑스럽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학과의 발전에 더 많이 기여하고 싶은 마음도 큽니다. 학생 시절 선생님들께 배우던 제가 이젠 같은 자리에서 후배들을 가르치고 있다는 사실이 참 감회가 새롭습니다.]
학술제 개최와 한국 기업과의 실무 수업 등 학생들을 위한 실질적 지원은 물론 한국 문화를 학생들이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문화 행사도 주도했습니다.
지난 10월에는 국기원·국립국악원과 함께 특별 공연도 열었습니다.
태권도 시범과 부채춤, 사물놀이 등이 이어지며 베트남 학생들이 한국 전통예술을 한자리에서 체험하는 기회를 마련한 겁니다.
[이 계 선 / 탕롱대학교 한국어학과 학과장 : 저는 베트남에서 한국어는 한국 문화에 대한 호기심의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근데 그거를 배우면서 한국 문화에서 한국이라는 나라를 좋아하게 되고, 한국이라는 나라를 배우게 되는 것이 한국학인 것 같아요.]
탕롱대 한국어학과는 내년이면 개설 10주년을 맞게 됩니다.
이 박사는 교육뿐 아니라 베트남 청년들의 마음을 보듬는 일에도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합니다.
[이 계 선 / 탕롱대학교 한국어학과 학과장 : 베트남에도 굉장히 많은 심리 문제가 많아요. 갑자기 경제 발전이 되니까 급속하게 뭐 자폐증도 많아지고 과다 행동 장애도 많고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해서 (심리 상담을) 제 마지막 10년으로 할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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