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매년 1,7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 도시 이스탄불.
웅장한 아야 소피아 모스크 너머엔 또 하나의 역사가 숨 쉬고 있습니다.
튀르키예의 천재 건축가 미마르 시난이 500년 전 설계한 공중목욕탕인데, 오스만 제국의 해군 대제독 바르바로스 하이레딘 파샤의 명을 받아 만들어졌습니다.
아랍어로 '따뜻하게 데우다'는 뜻의 '하맘'으로 불리는 공중목욕탕.
과거 뜨거운 수증기로 가득했던 이 공간은 이제 아름다운 글씨로 가득한 예술의 장이 됐습니다.
[오메르 바쉬다아 / HAT 하트 예술가 : 하트(Hat)라는 단어를 간단히 설명해 드리면 '선'이란 뜻입니다. 잘 다듬어진 선으로 만들어진 글씨를 가리킵니다.]
2021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슬람 전통 서예 '하트'.
장인들은 박물관 속 유물이 아니라, 살아있는 예술을 관광객 눈앞에서 시연합니다.
500년 된 건축물이라는 '유형 유산'과 장인의 손끝에서 나오는 '무형 유산'이 완벽하게 공존하는 복합 문화 공간입니다.
[오메르 바쉬다아 / HAT 하트 예술가 : 저희가 HAT(하트) 예술 공방으로 사용한 지는 30년이 조금 넘었고요. 뒤쪽 건물은 지금도 하맘(공중 목욕탕)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트 예술을 뒤로하고 거리로 나오면 이스탄불 젊은이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달콤한 향기가 발길을 붙잡습니다.
단돈 700원 정도면 맛볼 수 있는 튀르키예의 국민 간식 '할카 타틀르스'입니다.
이 소박한 꽈배기에는 천 년의 시간이 담겨 있습니다.
기원은 10세기, 바그다드 칼리프 궁정 요리책에 기록된 '잘라비야'인데요.
왕과 귀족들만 즐기던 고급 디저트가 천 년의 시간을 건너 오늘날 우리 곁으로 온 겁니다.
조리법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습니다.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천 년 전의 달콤함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임병인 / 튀르키예 리포터 : 지금 갓 튀겨서 그런지 우리나라 꽈배기만큼 바삭하고, 맛있습니다. 달콤하네요.]
[에미르잔 / 이스탄불 시민 : 아주 고소한 맛이 나요. 안에 피스타치오가 두 겹이나 들어 있어서 다른 디저트와 다른 풍미가 있어요.]
마지막 행선지는 지하입니다.
바로 5세기 비잔틴 제국의 황제 테오도시우스 2세가 세운 '셰레피예 저수조'.
과거 콘스탄티노플, 즉 지금의 이스탄불은 지형 특성상 물이 귀해서 도시 곳곳에 이러한 거대 저수조를 만들어 물을 저장했습니다.
1,600년 된 대리석 기둥 32개가 첨단 레이저 조명과 만나 미디어 아트 공연장으로 탈바꿈했습니다.
캄캄한 지하 공간을 채우는 빛의 향연에 방문객들은 마치 과거와 미래가 뒤섞인 시간의 틈새에 서 있는 듯한 황홀경을 경험합니다.
오백 년 된 건물에서 글을 쓰는 장인과 천 년 전 왕의 간식을 즐기는 청년들, 그리고 1,600년 전 지하 저수조에서 펼쳐지는 레이저 쇼까지- 고대와 현대가 일상처럼 공존하는 도시, 이스탄불만의 이색적인 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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