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한인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도시, 시드니!
그중에서도 캠시 지역은 초창기 한인 이주민들이 많이 정착했던 곳 가운데 하나입니다.
호주 한인 동포들의 역사가 이어진 이곳에서 무려 40년이란 시간을 한결같이 지켜온 현장이 있습니다.
한글 간판이 눈에 띄는 이곳은 동포 1호 의사 김기섭 씨가 설립한 한국 병원입니다.
[손승안·부경숙 / 호주 동포 : (1987년) 그때 당시에는 한국 의사 선생님이 많지 않았어요. 굉장히 그 친절하시고 자세히 설명해 주셔서 이제 영어를 잘 못하는 이민자들한테는 굉장한 힘을 주셨죠.]
간호사로 베트남전에 파견됐다가 호주에 정착한 김기섭 씨의 어머니, 아들은 남은 가족과 함께 어머니를 따라 호주 이민을 택했습니다.
1976년, 스무 살 청년에게 낯선 땅에서의 새 삶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언어와 문화에 익숙해지기 위해 호주에서 다시 고등학교 과정을 밟아야 했고, 의사였던 외할아버지와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의료인의 길을 걷기까지 고된 과정이 이어졌습니다.
[김기섭 / 호주 동포 의사 : 남의 거 빌려보고 베껴 쓰고 겨우겨우, 겨우겨우 해서 한 3년쯤 그렇게 하고 나니까 이제 비슷하게 받아 쓸 수 있도록 훈련이 되더라고요. 뭐 그렇게 해서 힘들게 공부는 했죠.]
호주의 의료 시스템은 지역 일반의가 사실상 주치의 역할을 맡는 구조입니다.
전문의를 만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일반의를 먼저 거쳐야 하는데요.
김 씨가 개원할 당시만 해도 한국계 의사가 거의 없었던 만큼 동포들에게 한국계 일반의의 존재는 더욱 절실했습니다.
[김기섭 / 호주 동포 의사 : 전문의는 당연히 없고 근데 호주에서는 전문의를 직접 못 보잖아요. 일반의를 통해서 가야 하는데 (한인 사회에) 필요한 의사가 일반의라서 (개업했습니다.)]
언어의 장벽으로 의료 복지 혜택에서 소외되기 쉬웠던 동포들을 위한 선택, 김 씨의 진료는 단순히 몸 상태를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았습니다.
특정 분야를 넘어 환자의 몸과 마음, 나아가 삶 전체를 살피는 진료였습니다.
[김기섭 / 호주 동포 의사 : 모든 면을 다 보게 되고 전체적인 면을 보면서 진짜 전인격적인 치료를 해야 하는 것이 목적이긴 해요.]
오랜 세월 동포들의 건강을 책임져 온 김 씨의 인술은 이제 국경을 너머 더 넓은 세상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2012년 인도네시아 의료 봉사를 시작으로 매년 꾸준히 해외 의료 지원을 넓혀가고 있는 겁니다.
최근 몇 년은 캄보디아를 중심으로 소외된 이웃에게 의술을 전하고 있습니다.
[김기섭 / 호주 동포 의사 : (인도네시아에서) 시골로 다니면서 진찰해주고 약도 나눠드리고 그렇게 다녔던 기억이 너무너무 좋았습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이제 (해외봉사를) 시작했고. (캄보디아는) 오지 마을에 이렇게 들어가요. 이렇게 들어가서 진찰을 해 주면 왜 빨리 안 왔느냐, 많이 기다리는 사람도 있고 그러니까 사람들은 다 기억 안 나지만 마을 사람들은 저희가 오는 걸 기억해 주더라고요.]
이제 김 씨에게 봉사는 타인을 위한 희생이 아니라 스스로를 채우는 가장 큰 기쁨이 됐습니다.
이 같은 묵묵한 헌신은 주변 한인들에게도 선한 울림으로 퍼지고 있습니다.
[김영란 / 의료 봉사자·유치원 교사 : (김기섭 씨를 보면서) 나도 한번 돕는 일을 해보면 좋지 않을까 하는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 있게 영향을 끼치는 것 같습니다.]
[김성훈 / 의료 봉사자·시드니대 교수 : 매년 10년 이상 한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고 같은 한국인으로서, 같은 이민자로서 정말 훌륭한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은 꿈은 몸이 허락하는 날까지 꾸준히 의료 봉사를 이어가는 것입니다.
봉사현장이 최고의 휴양지라는 김 씨의 진심은, 이제 한인 사회를 넘어 세계 곳곳에 온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김기섭 / 호주 동포 의사 : 캄보디아 가서 일주일 8박 9일 이렇게 지낸 시간이 저한테는 최고의 휴가예요.내년에 70인데 아직도 건강은 어느 정도 잘 지키고 있어서 꾸준히 매년 한 번씩 이렇게 (봉사) 가는 거를 계속했으면 좋겠습니다.]
YTN 강현정 (khj87@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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