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베트남 하늘을 가르던 폭격의 흔적들.
이제는 평화의 이름으로 전시장 한복판에 우뚝 서 있습니다.
하노이 박물관이 수년간 수집해온 비행기 잔해와 폭탄 파편으로 완성된 작품, [전쟁과 평화]입니다.
베트남 전쟁의 상처를 고스란히 간직한 작품 앞에서 관람객들은 저마다 아픈 역사를 떠올리고, 평화의 소중함을 되새깁니다.
[응우옌 득 탕 / 관람객 : 베트남과 하노이의 역사에 대한 여러 기억과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이를 통해 베트남이 과거에 어떤 전쟁과 고통을 겪었는지 더 잘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팜 응우엣 하 / 관람객 : (이번 전시를 통해) 독립과 평화의 가치를 더욱 소중히 여기게 되었고, 동시에 현재 세대의 우리가 이 평화를 계속 지켜나가야 할 책임이 있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이 전시는 지난해(2025년) 말, 하노이 박물관이 잠들어 있던 수장고를 조사하며 시작됐습니다.
박물관은 예술가들과 함께 전쟁 유물 활용 방안을 고민했고, 차가운 고철 더미 속에서 새로운 영감을 발견한 겁니다.
[투 쩐 / [전쟁과 평화] 작가 : 비행기 잔해와 폭탄 파편을 보았을 때, 이곳에 더 이상 전쟁은 없지만, 전쟁의 흔적이 남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 지하 공간(수장고)에서 몇 분 만에 [전쟁과 평화]라는 제목을 정하게 되었습니다.]
파괴를 위해 태어난 폭탄, 작가는 오히려 그 안에서 새 희망을 틔우는 씨앗을 보았습니다.
작품 속 유물들은 다양한 각도와 높이로 배치돼 보는 위치에 따라 서로 다른 느낌을 줍니다.
작품의 규모만큼이나 설치 과정도 쉽지는 않았습니다.
[투 쩐 / [전쟁과 평화] 작가 : 이게 수백 킬로그램이 나가서 여러 사람이 함께 들어 올려야 겨우 설치할 수 있었어요.]
이렇게 설치된 두 개의 거대한 철제 구조물 사이로는 좁은 통로가 만들어졌습니다.
전쟁이 남긴 '분단'을 상징하는 이 길의 끝에는 꽃장식과 부드러운 비단을 배치했는데요.
단절을 넘어 연결과 조화로 향하는, 평화의 메시지입니다.
[투 쩐 / [전쟁과 평화] 작가 :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메시지를) 느끼고 볼 수 있도록, 흐르듯 표현하고 싶었어요.]
[판 쩐 호아이 짱 / 관람객 : (한쪽은) 서구 국가들이 가져온 무기, 다른 한쪽은 베트남 민족의 영혼을 상징하는 비단인데요. 이러한 대비를 통해 저는 비장함과 슬픔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미래의 조화에 대한 희망을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고철과 비단의 대비로 전달된 울림은 이제 우리 모두가 함께 짊어져야 할 내일의 책임감으로 이어집니다.
[응우옌 티 응옥 호아 / 하노이 박물관 창의 활동 조정 센터장 : 관람객들은 (이 전시 공간에서) 함께 평화를 지켜나가야 한다는 책임감을 떠올리게 됩니다. 다양한 시각을 통해 전쟁을 새롭게 바라보며, 과거를 존중하고 미래를 향한 가능성을 열어가는 객관적인 관점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전쟁의 잔해를 예술로 승화시킨 이번 전시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지구촌 분쟁 속에서, 비극을 멈추고 공존의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YTN 강현정 (khj87@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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