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사이좋게 길을 나서는 부자.
체육관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분주합니다.
파란 띠를 단단히 동여 메고 천천히 몸을 푸는 소년.
캐나다 주짓수 국가대표, 이현재 선수입니다.
[이현재 / 캐나다 주짓수 국가대표 : 저는 매일 6~7시간 정도 훈련합니다. 개인 훈련일 수도 있고 주짓수 훈련이나 반복 기술 연습과 경기 분석 같은 걸 공부하기도 해요.]
상대의 힘을 이용해 제압하거나 항복을 받아내는 격투 스포츠, 주짓수.
단순한 힘만으로는 이길 수 없는 운동인데요.
몸의 균형과 기술, 끝까지 버텨내는 집중력이 승부를 가릅니다.
[이현재 / 캐나다 주짓수 국가대표 : 주짓수는 다른 스포츠와 굉장히 달라요. 몸을 굉장히 많이 쓰는 운동이고 움직임도 굉장히 창의적이어야 해서 정말 힘들거든요.]
이처럼 치열한 세계에서 이현재 군은 누구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린 국제 브라질리언 주짓수 연맹(IBJJF) 주관 대회에서 청소년 부문 금메달 2관왕에 올랐고, 5월, 캐나다 최대 규모의 주짓수 대회 '온타리오 오픈'에서는 체급 우승과 오픈 체급 우승을 동시에 거머쥐었습니다.
모든 체급 강자들이 맞붙는 오픈 체급까지 석권한 것은 한인 최초 기록인데요.
올해 프로 무대에 데뷔한 뒤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더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이현재 / 캐나다 주짓수 국가대표 : 훈련을 한 번도 빼먹지 않고, 식단 관리도 항상 잘하고 있어요. 기본기를 하나씩 차근차근 쌓아온 게 제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10대 초반, 그저 살을 빼기 위해 시작했던 운동은 어느새 현재 군 삶의 중심이 됐습니다.
때로는 하루 8시간 넘게 훈련이 이어지지만 현재 군은 스스로를 다잡습니다.
[이현재 / 캐나다 주짓수 국가대표 : 물론 친구들이랑 놀고 싶고 온종일 게임도 하고 싶어요. 하지만 지금은 집중하고 스스로 절제하면서 계속 훈련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이게 제 꿈이기 때문이에요. 저는 주짓수를 정말 사랑하고 이건 제 열정이에요. 저한테는 정말 전부 같은 존재예요.]
현재 군이 꿈을 향해 나아가는 길 위에는 가장 든든한 지원군, 아버지가 있습니다.
[이강용 / 이현재 선수 아버지 : (예전) 유럽 대회에서 똑같은 선수한테 지고 은메달을 받았습니다. 그때 현재가 와서 너무 힘들어하더라고요. 둘이서 비디오를 한 500번 정도를 본 것 같아요. 보고 그 선수의 움직임을 분석을 많이 한 것 같습니다. 참 안쓰럽죠. 보통 저 나이 또래는 친구들하고 놀고 그다음에 막 그러는데 그러지를 못하고 자기가 그걸 조절하더라고요. 그런 게 자기 목표는 세계 챔피언이라고.]
그렇게 쌓아온 시간은 현재 군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습니다.
타고난 재능에 묵묵히 훈련하는 성실함까지, 현재 군의 이런 모습은 주변 동료들 사이에도 이미 잘 알려졌습니다.
[페르난도 줄리크 / 국가대표 코치·체육관 관장 : 다니엘(현재)은 매우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선수 중 한 명입니다. 짧은 시간 동안 정말 큰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는데 그런 성장 속도는 최고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거든요.]
[이든 웡 / 2025년 국제대회 금메달리스트·동료 선수 : 다니엘은 분명 세계 챔피언이 될 거예요. 퍼플 벨트와 브라운 벨트, 블랙 벨트까지 모든 단계에서요. 지금은 더 큰 무언가를 향해 가는 작은 과정일 뿐이에요. 앞으로 정말 큰 이름이 될 선수라고 생각해요. 저는 벌써 그 모습이 보여요.]
하지만 때론 노력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현실적인 문제가 발목을 잡기도 합니다.
주짓수는 캐나다에서도 정부 지원이 거의 없는 비인기 종목인데요.
대회 한 번 출전하기 위해서도 항공료와 숙박비, 훈련비까지 모두 개인이 감당해야 할 몫입니다.
[이현재 / 캐나다 주짓수 국가대표 : 저희가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었고, 항공권 비용도 정말 비쌌어요. 그래서 (다른 국제대회에) 참가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세계대회를 위해 돈을 모으고 있어요.]
[이강용 / 이현재 선수 아버지 : 제가 힘들고 뭐 약간 좀 몸이 안 좋은데 그 과정에서 경제적인 활동을 아내가 책임졌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일을 두세 개씩 하면서 너무 힘들게 사는데 정말 아내에게 감사하게 느낍니다.]
현재 군의 도전이 알려지면서 동포사회도 조금씩 힘을 보태기 시작했습니다.
학업 우수자에게만 장학금을 지원하던 한 재단은 현재 군을 계기로 다른 분야 지원까지 확대했습니다.
[조지현 / 장학재단 관계자 : (캐나다 대표로) 자긍심을 갖고 또 한국이라는 것을 잊어버리지 않으면서 이 캐나다 주류사회에서 (한인 동포로서) 또 빛을 발할 수 있는 그런 좀 초석이 됐으면 좋겠다….]
[이현재 / 캐나다 주짓수 국가대표 : 제가 계속 열심히 하는 이유는 꿈이 있기 때문이에요. 세계 챔피언이 되는 것이 제 꿈이고, 그 꿈으로 가족들을 책임지고 싶어요. 제 우상 중 한 명은 아버지예요. 항상 제 인생이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시고 늘 응원해주시고 제 곁에 있어 주시거든요.]
이제 단 한 가지 목표는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무대에 서는 것.
언젠가 자신의 이름 앞에 새겨질 '세계 챔피언'이라는 꿈을 향해 오늘도 한 걸음씩 나아갑니다.
YTN 강현정 (khj87@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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