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34년간의 교직 생활을 마치고 태국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부부가 있습니다.
은퇴 후 찾은 치앙마이에서 열악한 교육 환경에 놓인 아이들을 만난 뒤 기꺼이 사재를 털어 배움의 기회를 만들어가고 있는데요.
우리 말과 글로 희망을 전한다는 고성용·조인숙 씨 부부의 따뜻한 교실, 지금 함께 만나보시죠.
[기자]
태극기를 흔들며 아리랑을 따라 부르는 아이들.
여기는 태국 치앙마이에 자리한 한국 교육 센터입니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배우며 저마다의 꿈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이 특별한 배움터를 일군 주인공은 한국에서 34년간 교단을 지켰던 고성용, 조인숙 씨 부부.
은퇴 후 가벼운 마음으로 떠나온 여행지였지만, 부부는 치앙마이의 따뜻한 햇살보다 더 순수한 사람들에게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하지만 아름다운 자연과는 달리, 전직 교사 부부 눈에 비친 현지 공립학교 환경은 너무도 열악했습니다.
[고성용 / 한국 교육 센터 대표 : 학교를 다녀보니까 환경이 열악하고 (특히) 공립학교는 그렇더라고. 아 여기에 이제 정착을 하고 이 학교를 도와야겠다. 그런 마음을 가졌습니다.]
그렇게 부부는 은퇴 후 평온한 삶 대신, 태국 아이들을 위한 봉사의 길을 택했습니다.
사실 이 결심 뒤에는 고성용 씨의 오래된 꿈이 있었습니다.
[고성용 / 한국 교육 센터 대표 : 제가 가난하게 자랐기 때문에 나보다 더 부족한 어린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게 꿈이었습니다. 그래서 가난에 꿈을 잃지 말고, 열심히 공부해서 출세하라는 의미에서 제가 반드시 선생님 오래 해야겠다. 이런 마음을 가졌고.]
그 마음이 닿은 곳이 바로 치앙마이의 호프라 공립학교였습니다.
[고성용 / 한국 교육 센터 대표 : 공립학교라서 가난한 학생들이 너무 많습니다. 학교에 부모님들이 농사지은 것을 이렇게 파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차비가 20밧, 한 800원 정도가 없어서 먼 길을 걸어온 학생들이 있습니다.]
부부는 교육자로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던 중, 치앙마이에는 전문적으로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배울 공간이 없다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이 평범한 공립학교에 한국 교육 센터가 자리하게 된 데에는 6.25 전쟁 당시 한국을 도운 태국에 대한 감사함도 담겨 있었습니다.
[고성용 / 한국 교육 센터 대표 : 태국이란 나라는 6.25 때 '리틀 타이거'라는 별명을 가지고 열심히 동부 전선에서 싸웠습니다. 그 열심히 싸워준 사람들을 위해서 우리가 열심히 태국 학생들을 교육해야 되겠구나.]
부부는 환경 개선부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이 매일 쓰는 화장실을 새로 고치고, 흙먼지 날리던 운동장에는 아스팔트를 깔아 번듯한 체육시설을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쾌적해진 교실 안은 한국어와 한국 문화 수업으로 채워져 갔습니다.
[프라판트 세니티콘 / 호프라 공립학교 교장 : 두 분은 어떤 보상도 바라지 않고 자발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쳐 주고 계십니다.]
학생들에게 아낌없이 장학금을 전하며 가난이 배움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따뜻한 마음을 전하고 있습니다.
[탄카녹 아르이 / 호프라 공립학교 학생 :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해 주시며 매년 학생들이 교육의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재에만 의존하는 봉사에는 한계가 따랐습니다.
[고성용 / 한국 교육 센터 대표 : 큰 문제는 뭐니 뭐니 해도 예산입니다. 학생들이 한 권씩이라도 교과서를 좀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시면은 제가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그래도 이 고단한 여정을 지속하게 하는 힘은 결국 아이들입니다.
[조인숙 / 한국 교육 센터 교사 : 이 나라 학생들의 삶의 태도가 뭐냐 하면 행복하게 지내는 거, 친절한 거더라고요. 그러니까 이 애들이 학생들이 밖으로 나가서 어른이 돼도 똑같이 그런 행동을 하는 거예요. 교육이 그렇게 중요한 거예요.]
아이들의 '행복과 친절'에서 오히려 더 큰 배움을 얻는다는 부부.
참된 인간을 길러내고 싶다는 부부의 묵묵한 걸음은 오늘도 치앙마이 땅에 아름다운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고성용 / 한국 교육 센터 대표 : 정말로 열심히 우리가 작은 힘이나마 도와줌으로써 열심히 공부하고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훌륭한 인간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YTN 강현정 (khj87@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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