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아이들이 손뼉을 치며 한국어 동요에 맞춰 율동을 따라 합니다.
호주 캔버라의 한 주말 한국학교 풍경입니다.
이 교실을 30년이 넘도록 지켜온 부부가 있습니다.
[정 현 재 / 캔버라 한국학교 교장 : 안녕하세요. 캔버라 한국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교장 정현재입니다.]
[정 영 혜 / 캔버라 한국학교 교감 : 안녕하세요. 저는 캔버라 한국학교 교감 정영혜입니다.]
같은 학교 강단에서 시작된 인연은 호주까지 이어져, 이제 타국에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심는 교육자가 된 부부.
[정 영 혜 / 캔버라 한국학교 교감 : 같은 학교에 발령받아서 근무하다가 이제 결혼을 하고 11년째 교사를 하다가 호주로 이민을 오게 되었습니다. 그때가 1991년이고요.]
낯선 나라에 첫발을 내딛는 건 결코 순탄한 여정이 아니었습니다.
[정 현 재 / 캔버라 한국학교 교장 : 시간 나는 대로 공항 픽업해서 하숙집에 데려다주고 정착할 수 있게 도와주고 그러면서 그런 일을 시작해서…. 한국인을 찾는 집들은 결국 저희 집으로 다 와서 아내는 집에서 애들 뭐 대여섯 명씩 밥 해먹이고 저희 애들 돌보고 그런 일을 주로 했었죠.]
그렇게 바쁜 이민 생활 속에서도 아내 정영혜 씨는 집에서 아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기 시작했는데요.
이민 1.5세대, 2세대 아이들 사이에서 한국어 수업을 원하는 목소리가 점점 늘어났고, 더 넓고 제대로 된 배움터가 필요하다는 걸 직감했습니다.
[정 영 혜 / 캔버라 한국학교 교감 : 이렇게 원하는 사람이 많다면 한번 조금 넓은 곳에서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보자. 그래서 한글학교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1993년 시드니에서 시작된 부부의 첫 한글학교는 큰 사랑을 받았지만, 갑작스러운 가족의 병환으로 터전을 옮겨야 했습니다.
그렇게 옮겨온 캔버라에서도, 부부의 가르침을 찾는 발걸음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정 현 재 / 캔버라 한국학교 교장 : 학부모들이 알음알음 알아가지고 또 이제 한글을 배웠으면 좋겠다 하는 그런 문의가 들어와서 집에서 이제 수업을 했죠.]
[정 현 재 / 캔버라 한국학교 교장 : 그러다 보니까 인원이 자꾸 조금 조금씩 많아져서 막 12명 이렇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그 학부모들이 아예 한글학교를 하나 세워줬으면 좋겠다.]
2001년 2월, 캔버라 호주 국립대학교에 터를 잡고 학교는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23명으로 시작해 어느덧 25년을 이어오며 지금은 170명이 다니는 학교로 성장했습니다.
지금까지도 한국어 수업을 이어오고 있는 교감 정영혜 씨에게는 아직도 잊히지 않는 장면이 있습니다.
[정 영 혜 / 캔버라 한국학교 교감 : 학생을 첫날 가르쳤는데 그 학생이 눈물을 글썽글썽하면서 이렇게 재미있는 공부를 앞으로 계속할 수 있다니까 너무 행복해요. 이렇게 얘기를 하는 거예요. 그래서 저도 울컥했어요.]
[이 은 / 캔버라 한국학교 학생, 9학년 : 학교에서는 영어를 하니까 한국말을 할 기회가 많이 없어요. 그래서 한글 학교 다니면서 한국말로 많이 연습하고 배우고 그런 것 같아요.]
캔버라 한국학교의 수업은 한국어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K-팝 댄스와 합창 수업까지.
재외동포뿐만 아니라 다문화 가정 아이들에게 한국인의 정체성을 심어주고 있습니다.
[김 유 미 / 캔버라 한국학교 학부모 : 저희 애들이 호주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학교에 가더라도 조금 소외감을 느낄 수 있거든요. 근데 이렇게 학교에서 비슷한 상황의 애들을 많이 만나니까 확실하게 공감도 많이 되고 또 애들 자체도 굉장히 즐겁게 이런 정체성을 쉽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배움의 열기는 아이들뿐만이 아닙니다.
한국 문화에 매료된 어른들의 발길도 이어집니다.
[정 영 혜 / 캔버라 한국학교 교감 : 정말 한국어가 좋아서, 한국 문화가 좋아서 또 한국 드라마를 자막 없이 시청을 하고 싶다 이런 분들도 계시고…]
[자스민 스넬링 / 캔버라 한국학교 성인반 학생 : 한국어를 배우면 한국이라는 이 나라에 들어가서 문화, 역사, 사회, 정치,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식이나 이해를 더 깊이 (할 수 있어서)]
[로알드 말리양카이 / 호주국립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 : 굉장히 오랫동안 ACT(호주 수도권 지역) 사회를 위해서 노력 많이 하시고 헌신해 오신 것이 아주 대단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말을 반납하고 묵묵히 걸어온 30년의 여정.
부부의 그 사랑은 차세대의 뿌리를 잇는 든든한 다리가 되었고, 이제는 한국 문화를 전파하는 희망의 씨앗이 되어 호주 곳곳에 활짝 피어났습니다.
[정 영 혜 / 캔버라 한국학교 교감 : 한국 문화와 호주 사이에서 성장할 수 있는 것은 큰 기회이고 또 여러분에게 가장 강한 힘이고 무기입니다.]
[정 현 재 / 캔버라 한국학교 교장 : 한국어와 한국문화는 너의 가능성을 넓혀주는 하나의 날개다,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YTN 강현정 (khj87@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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