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구수한 한국어 입담과 친근한 매력으로 방송을 누비던 핀란드인 따루 살미넨 씨, 기억하시나요?
어느 날 방송가를 떠나 고국으로 돌아간 따루 씨가 핀란드에서 반가운 근황을 전해왔는데요.
방송인에서 번역가이자 K-팝 홍보대사로 변신한 따루 씨를 만나보시죠.
[기자]
책상 앞에 앉아 한 문장, 한 단어마다 깊은 고민을 이어가며 매만지는 손길.
과거 한국에서 구수한 입담의 '방송인'으로 큰 사랑을 받았던 핀란드인 따루 살미넨 씨.
방송가를 떠나 핀란드로 돌아간 따루 씨는 한국 문학을 알리는 '번역가'이자 '교육자'로 제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따루 살미넨 / 번역가 : 한국의 문화와 언어를 또 문학을 핀란드 사람들한테 조금이나마 소개할 수 있어서 굉장히 뿌듯하고 기뻐요. 방송하는 일도 재미있지만, 그래도 조금 더 깊이 있는 일을 할 수 있어서 좋아요.]
과거 핀란드에서 출간되던 한국 문학은 영어를 거쳐 번역되는 '중역'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따루 씨는 2015년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를 시작으로 한국어 원작을 핀란드어로 직접 옮기고 있습니다.
[따루 살미넨 / 번역가 : ([엄마를 부탁해] 출간 파티 때) 한 핀란드 작가인데 마이크 잡고 우시면서 '이 책이 너무 아름다워서 나는 이제 (글쓰기를) 포기한다'고 하셨는데 그 모습이 아직도 기억나요.]
사실 한국어와 핀란드어는 언어 구조상 의외로 닮은 점이 많다고 하는데요.
[따루 살미넨 /번역가 : 일단은 두 언어가 다 교착어예요. '서울에', '서울에서' 아니면 '서울을' 이런 거 붙이는 거, 그거 교착어거든요. 핀란드도 똑같아요.]
문법 구조는 닮았지만 문장 속에 담긴 문화적 맥락과 어조를 옮겨내는 일은 또 다른 영역입니다.
이럴 땐 남편 권명수 씨의 문화적 조언이 큰 도움이 됩니다.
[따루 살미넨 / 작가 : 강지영 작가의 [심여사는 킬러]라는 작품에 80년대 한국 묘사가 많거든요. 그때 남편이 '아, 이때는 뭐 이랬었다'고 그러면 저도 배우고 또 번역이 더 잘 되기도 하고 그래요.]
[권 명 수 / 남편 : 한국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해서 이제 제가 설명을 해 주면 그게 좀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한 한강 작가의 핀란드어판 [작별하지 않는다]와 [흰].
두 작품은 특히 2024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직전 출간돼 핀란드 독자들과 언론의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따루 살미넨 / 번역가 : (한강) 작가님께서 노벨문학상 받기 직전에 출간됐는데 그때 정말 기쁘고 그 힘든 것을 다 잊어버렸어요. 이 아름다운 세계 문학을 핀란드 사람들한테 소개할 수 있어서 좋구나.]
따루 씨의 발걸음이 향한 곳은 핀란드 내 동아시아 연구의 중심지인 투르쿠 대학교.
2017년부터 이곳 강단에 선 따루 씨는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며 또 다른 보람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따루 살미넨 / 번역가 : 초·중급 수업에도 거의 한 16명에서 20명 정도의 학생들이 늘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한류가 정말 제대로 핀란드까지 온 것 같아요.]
[삼프사 / 학생 : 처음에는 K-팝하고 한국드라마 그리고 한국 e-스포츠를 좋아해서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한국어를 자연스럽게 말하고 싶습니다.]
대학 강단뿐만 아니라 지역 청소년을 위한 문화 센터까지- 한국 문화를 알리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갑니다.
[따루 살미넨 / 번역가 : 저는 사실 H.O.T. 세대예요. 옛날 1세대 아이돌들을 좋아했었는데 선생님이 오히려 학생들보다 더 모르는 것 같아요. 저는 또 한국의 조금 더 오래된 음악이라든지 또 다른 문화적인 요소들도 가르치려고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남편의 학업을 계기로 연고 없던 투르쿠에 자리를 잡은 지도 어느덧 10년.
이제 따루 씨의 또 다른 일상의 화두는 두 딸을 키우는 '엄마'로서의 삶입니다.
[따루 살미넨 / 작가 : '티니핑' 놀이한다거나 그럴 때 한국말로 이야기해요. 엄마 아빠랑 같이 놀면서 배우는 태권도가 있고, 지금 우리 큰딸은 이제 5급을 땄고요. 그다음에 작은 애는 아직 이제 노란 띠.]
타국에서도 자녀들이 한국의 언어와 문화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도록 가르치는 일 역시 중요한 일상입니다.
[따루 살미넨 / 작가 : 문학을 통해서 아예 다른 세상을 알게 되잖아요. 그 나라의 문화를 조금이나마 알게 되는 되게 좋은 매개체라고 생각을 해요.]
한 장 한 장, 번역서의 책장을 넘기듯 핀란드 사람들의 마음속에 한국의 깊은 울림을 새겨 넣는 따루 살미넨 씨.
그녀가 꿈꾸는 내일은 어떤 모습일까요?
[따루 살미넨 / 번역가 : 10년 뒤에는 저는 연구원으로 좀 자리를 잡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제 다음 세대들한테 좀 남기고 싶어요.]
YTN 최가영(weeping07@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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