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잔디 위에서 열린 야외 시음회, 다양한 종류의 커피 원두가 차려집니다.
찻잔 가까이 얼굴을 대고 원두마다 서로 다른 향을 느껴봅니다.
한 잔의 커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참가자들에게 쉴 새 없이 소개하는 사람, 케냐에서 10년 넘게 커피 사업을 이어오고 있는 황동민 씨입니다.
[황동민 / 케냐 커피 기업 대표 : 저희 부모님께서 커피숍을 오픈하기 시작하면서 커피 재배랑 산지에서의 활동들, 그런 것들이 무척 궁금한 점들이 많았었는데 (케냐) 커피 연구소에서 인턴십을 할 수 있다는 그런 정보를 듣고 그 기회로 한국 생활을 정리하고 케냐에 와서 커피 재배를 배우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2013년, 한국에서의 안정적인 직장 대신 선택한 케냐행.
주변의 걱정과 반대도 있었지만 황 씨는 새로운 도전이 두렵지 않았습니다.
[황동민 / 케냐 커피 기업 대표 : 부모님들도 엄청난 반대를 많이 하셨고 다들 말리시고 또 걱정도 많으셨는데 또 도전해야만 성취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해서….]
연구소 인턴부터 시작한 커피 인생은 9개 매장과 직원 200여 명이 함께하는 커피 기업으로 이어졌습니다.
그 성공 비결엔 그동안 케냐에 없던 새로운 커피 문화를 만든 데 있는데요.
핸드드립과 스페셜티 커피처럼 개인의 취향을 반영한 고급 커피문화를 도입했고- 카페를 커피만 마시고 떠나는 공간이 아닌 사람들이 머물고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하나의 문화 공간으로 바꿔놨습니다.
[알렉스 닝기 / 고객 : 이곳은 단순한 커피숍이라기보다 하나의 체험 공간에 가깝습니다. 커피가 재배되는 모습부터 전체 가공 과정, 그리고 커피 한 잔을 즐기는 것까지 모두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죠.]
사실 황 씨가 만들고 싶었던 건 그저 성공한 커피 회사가 아닌 커피를 중심으로 농부와 소비자가 연결되는 것이었습니다.
소비자에게 질 좋은 커피를 공급하면서도 충분한 소득이 농가로 돌아갈 방법을 고민한 겁니다.
[황동민 / 케냐 커피 기업 대표 : 농부분들께서 이제 본인들의 커피를 가지고 오시면 이제 저희가 그 커피를 볶아서 조금 더 고급스럽게 가격을 높게 책정을 해서 농장에 재투자해서 이제 어떻게 하면 더 수확량을 늘리고 품질을 높일 수 있는지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내는 그런 역할을 하고 싶어서.]
[존 마크 므왕기 / 커피 농장주·사업가 : 케냐 커피 산업의 가장 큰 공백 중 하나는 바로 가공 분야입니다. 케냐 내에서 이루어지는 부가가치 창출은 아주 미미한 수준입니다. 그렇기에 황 씨의 커피 업체가 하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커피는 또 다른 기회도 만들었습니다.
한국의 비정부기구와 함께 케냐 청년 약 600명에게 바리스타 교육을 지원했고 빈민가 청년 200여 명이 새로운 일자리를 얻게 된 겁니다.
[케빈 오두올 오케치 / 총괄 매니저 : 이곳에 오기 전에는 커피 원두에 대해 전혀 몰랐고 인스턴트 커피밖에 몰랐습니다. 창업의 꿈은 이곳에서 일하면서 키우게 됐습니다. 커피에는 배울 것이 정말 많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위기도 있었습니다.
팬데믹 당시 매출이 급감하면서 사업 존폐까지 고민해야 했던 겁니다.
하지만 가장 어려운 순간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함께 성장하겠다는 황 씨의 철학은 더 큰 힘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황동민 / 케냐 커피 기업 대표 : (코로나 팬데믹 때) 건물주분께서 이제 임대료를 50% 할인해 주시고 또 직원들도 급여를 또 50% 정도 받아가는 거를 자발적으로 나서서 해줬었어요. 근데 다행히도 이제 저희가 빠르게 포장 판매랑 배달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그런 힘든 시기가 있었던 것 같아요.]
누군가에겐 생계가 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꿈이 되어준 한 잔의 커피.
황동민 씨가 케냐에서 만든 선순환이 사람과 지역을 잇는 희망으로 자라나고 있습니다.
YTN 강현정(khj87@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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