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 치과.
시선이 머무는 곳마다 동해와 독도를 알리는 포스터가 걸려 있습니다.
이곳은 치과의사로 활동하며 한인사회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준 샌프란시스코 한인회장 김한일 회장의 일터입니다.
[김한일 / 샌프란시스코·베이 지역 한인회장 :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은 독립운동지의 성지인 곳입니다. 18만 명의 한인들이 이 지역에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분들을 봉사하는 샌프란스코 베이 한인회장 김한일입니다.]
지도 속 '일본해' 표기를 묻는 초등학생 아들의 질문 앞에 느꼈던 부끄러움이 2012년 구글의 독도 표기 오류를 바로잡는 활동의 계기가 됐다고 하는데요.
[김한일 / 샌프란시스코·베이 지역 한인회장 : 저희 아들이 이제 초등학교 때 "아빠 여기가 중국 그다음에 러시아, 한국, 일본이 있는데 왜 씨 오브 재팬(Sea of Japan)이냐" 이거죠. 아버지로서는 또 좀 부끄러웠습니다.]
특히 2015년 미국을 찾은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와의 만남은 그에게 결정적인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아픈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역사를 알려야 한다는 할머니의 당부는 김 회장과 샌프란시스코 한인 사회를 움직였습니다.
북부 캘리포니아 한글학교 학생들의 1달러 성금 등 동포들의 정성이 모였지만 당시 소녀상 건립의 주도권은 중국 커뮤니티가 쥐고 있었습니다.
초기 설계안에는 기둥 위에 중국·필리핀·네덜란드 소녀만 올라가 있었고 한국 할머니는 기둥 아래에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김한일 / 샌프란시스코·베이 지역 한인회장 : (중국 쪽에서)거의 1년 전에 시작했기 때문에 우리가 그 주도권이 없었고 중국 필리핀 네덜란드로 (기념비 시안이) 왔고 한국은 이 기둥에 없었습니다.]
기둥 위에는 반드시 한국 피해자가 서야 한다고 생각한 김 회장은 끝까지 물러서지 않고 담판에 나섰습니다.
[김한일 / 샌프란시스코·베이 지역 한인회장 : (판사를 찾아가서) 김학순 할머니를 해주시면 제가 돈을 8만5천 달러, 10만 달러를 내겠다고 그래서 기둥 위에 한국·중국·필리핀 김학순 할머니로 결정됐습니다.]
샌프란시스코와 자매결연을 맺은 오사카시와 일본 정부의 협박 속에서도 김 회장과 한인 커뮤니티는 기림비 건립을 결국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김한일 / 샌프란시스코·베이 지역 한인회장 : (정치인들이) 위안부 기림비를 철거하라고 했습니다. 우리가 다음에 선거할 때 너희를 찍어주지 않겠다고 해서 거의 100%가 찬성을 했습니다.]
김 회장이 시간과 사비를 아끼지 않고 역사 바로잡기에 나설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바로 가족입니다.
지난 2012년 돌아가신 부모님의 뜻을 기려 김 회장 5남매가 함께 재단을 만들어 미국 고속도로 한복판에 '독도 광고판'을 내걸며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김한일 / 샌프란시스코·베이 지역 한인회장 : 저희 아버님 어머니 돌아가셨지만 "어, 너 아들 잘했구나. 한인들을 위해서" 그게 제일 먼저 생각이 났습니다.]
[김순란 / 누나·김진덕·정경식 재단 이사장 : 남을 존중하고 살아라 그리고 남을 배려해라 본인들이 그렇게 행동을 하셨어요. 우리는 그런 걸 보고 자랐어요.]
최근 가장 큰 관심사는 차세대입니다.
새로 단장한 한인회관 대강당과 정원에 독립운동가들의 동상을 세웠고, 인공지능 기술로 안창호 선생과 유일한 박사를 복원해 다음 세대에 역사를 전하는 새로운 시도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김한일 / 샌프란시스코·베이 지역 한인회장 :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하여 AI 도산 안창호 선생님 AI 유일한 박사님 그런 분들과 (아이들이) 서로 대화를 할 수 있는 그런 걸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시도들은 정규 학교 교육으로는 한국 역사를 접하기 어려운 이민자 자녀들에게는 뜻깊은 배움터가 되고 있습니다.
[김현완 / 학생 : 우리 역사에 굉장히 중요하신 분들을 만나 뵙고 이제 더 알게 돼서 저는 너무나 중요하고 우리 민족이나 저희 교육을 위해 너무 중요한 방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역사 교육과 유권자 운동에 앞장선 공로로 김 회장은 재외동포청의 최우수 운영사례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동포사회의 거점이 된 한인회관은 이제 차세대의 정체성을 세우고 현지 주류 사회 속 한인들의 위상을 높이는 단단한 토대가 되고 있습니다.
[임정택 / 주샌프란시스코 총영사 : 주 정부 고위 인사들이 정책이나 이런 것들을 입안을 할 때 한인들이 관심 갖는 사안, 민원 사안 그런 것들을 반영할 수 있는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한인사회를 위해 많은 역할을 해왔지만 김 회장이 바라는 모습은 단순합니다.
[김한일 / 샌프란시스코·베이 지역 한인회장 : '밥 잘 사주는 착한 아저씨' 그렇게 기억되고 싶습니다.]
그 소박한 바람 뒤에 숨은 노력은 샌프란시스코 한인사회가 지켜낸 역사와 자부심의 또 다른 이름으로 기억될 겁니다.
YTN 최가영(weeping07@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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