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지붕들이 옹기종기 자리한 프랑스 남부의 예술 도시, 아비뇽.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중세 건축 유산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도시를 감싸 흐르는 론강 위로는 중간이 끊어진 생 베네제 다리가 보입니다.
한때 3만 명이 넘는 상인과 순례자들을 이어주며 아비뇽을 거대한 국제도시로 번성시켰던 길인데요.
거센 물살과 전쟁으로 파괴와 보수를 거듭하던 다리는 지난 1669년 대홍수 이후 지금의 모습으로 남았습니다.
성벽 안쪽으로 들어가 보면 중세 가톨릭의 심장이었던 아비뇽 교황청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유럽에서 가장 거대한 고딕 양식의 궁전이자 파블로 피카소가 생의 마지막까지 대규모 전시를 준비했던 예술 공간이기도 한데요.
역사와 예술이 숨 쉬는 이곳에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이우환의 작품이 관람객을 맞이합니다.
[오디니엑 크리스티앙 / 관람객 : 교황청을 방문했을 때 매우 현대적이고 다채로운 이우환의 작품 전시회를 보게 되어 놀랐습니다. 옛것과 현대적인 요소가 정말 잘 어울리고, 훌륭해요. 기분 좋은 놀라움을 느꼈습니다.]
도시에 남은 건 중세의 흔적만이 아닙니다.
1890년 문을 열어 80여 년 동안 운영됐던 근대식 목욕탕의 독특한 건축도 눈길을 끕니다.
투명한 유리 지붕 아래 독특한 복층 구조가 펼쳐진 이곳은 '포메르 목욕 박물관'입니다.
[마리 카톤 / 방문객 : 내부 인테리어 장식과 타일이 흥미롭습니다. 어머니가 실제로 사용했을 듯한 가구와 테이블을 보는 것도 매우 흥미롭습니다.]
포메르 가문이 4대에 걸쳐 지켜온 이 공간은 아비뇽 시에 기증돼 문화유산으로 남았는데요.
화려한 장식은 물론 19세기 공공 위생 문화의 흔적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사라 진그라프 / 박물관장 : 포메르 목욕탕은 19세기에 등장한 문화의 매우 중요한 증거로서, 전염병 퇴치 문제에 대응하는 새로운 위생 관행의 출현과 관련이 있습니다.]
오랜 역사와 예술이 함께 숨 쉬는 도시, 아비뇽.
세월의 흔적을 따라 도시를 거니는 여행객들에게 특별한 낭만을 선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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