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잠시 뒤 국회 본회의에 오릅니다.
지난 2월에 이어 두 번째 표결입니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다시 한 번 청구할 거라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는 예정된 수순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검찰 수사를 받을 때까지 불체포 특권 포기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해왔습니다.
여권의 공세를 차단하고 내부를 단속하기 위한 의도였던 걸로 평가됩니다.
최근까지도 이 대표는 주변 의원들을 통해 자율적인 소신에 따라서 체포동의안을 표결하라는 뜻을 전했습니다.
[이재명 / 더불어민주당 대표 :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까짓 소환 조사, 열 번 아니라 백 번이라도 당당하게 받겠습니다. 말도 안 되는 조작 수사로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면 제 발로 출석해서 심사받겠습니다. 저를 보호하기 위한 국회는 따로 열리지 않을 것입니다. 회기 중에 영장 청구해서 분열과 갈등을 노리는 꼼수 포기하고 당당하게 비회기 때 청구하십시오.]
[박범계 /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 19일 /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당론, 이런 말씀 안 하셨고요. 의원들의 자율적인 소신에 맡길 수밖에 없지 않느냐라는 말씀의 취지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 대표가 표결을 하루 앞두고 사실상 체포동의안 부결을 요청했습니다.
병원으로 이송된 뒤 처음으로 SNS에 글을 올린 건데요.
검찰이 민주당의 분열을 조장하려고 정치를 하고 있다는 게 주장의 핵심입니다.
혐의에 대한 증거도 없는 데다, 영장을 비회기 때 청구하지 않은 걸 보면 의도가 있다는 겁니다.
지금의 구도가 이재명과 검찰의 싸움이 아니라고도 강조했습니다.
어제 이 대표의 SNSN 이후, 민주당 내부 분위기는 술렁이고 있습니다.
이번 표결을 기점으로 내분이 더 증폭되는 것 아니냐, 이런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결국 방탄에 나섰다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국회 분위기 이준엽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친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현 정권에 맞선 제1야당 수장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에서 당사자까지 직접 사실상 부결을 촉구한 셈입니다.
[정청래 /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 외계인이 쳐들어오면 전 지구인이 단결 투쟁해야 하듯이 야당파괴 공작으로 흉기를 들이대면 똘똘 뭉쳐 싸우는 길 말고 달리 무슨 선택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이 대표의 공개 언급 이후 오히려 비명계 의원들 사이에선 술렁이는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얼마 전 공개적으로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한 이 대표가 부결을 요구할지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반발하는 기류가 역력합니다.
망조가 들었다거나 제정신이 아니라는 등 거친 표현의 비판까지 있었습니다.
20일 넘게 곡기를 끊은 당 대표에 대한 동정론이 퍼진 상황에서,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온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이 틈을 파고들어 이재명 대표가 자신이 공언한 약속을 뒤집은 거라고 맹공을 퍼부었습니다.
검찰의 영장 청구가 황당무계하다면, 법원에서 당연히 기각할 거라며 무죄는 법정에서 증명하라고 날을 세웠습니다.
[유상범 /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 지난 6월 이재명 대표가 국민 앞에서 불체포특권 포기하겠다고 호기롭게 외치던 그 말은 거짓말임이 드러났습니다.]
[앵커]
체포동의안은 전체 의원 과반이 출석해서 그 중에 과반이 찬성하면 통과됩니다.
보시는 대로 민주당이 다 반대하면 통과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하지 않으니까 표 계산이 필요하겠죠.
구체적으로 경우의 수를 따져보겠습니다.
한때 보이콧 얘기가 있었지만 가능성이 낮으니까 전체를 놓고 정리해보겠습니다.
이재명 대표가 오늘 참석하지 않을 경우, 오늘 의원 3명이 빠져서 최대 295명이 투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럴 경우 148명이 찬성하면 체포동의안이 통과됩니다.
국민의힘과 여권 성향 의원들, 그리고 불체포특권 포기를 내세운 정의당까지 합하면 현재 120명입니다.
민주당에서 28명이 찬성하면 가결되는 겁니다.
이렇게까지 복잡하게 계산하며 민주당이 돌다리를 두드리는 이유가 있습니다.
지난 2월,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인데요.
찬성이 한 표 더 많았고, 기권과 무효도 20표나 됐습니다.
당시 민주당 지도부도 당혹했을 정도로 이탈표가 많았습니다.
[박홍근 / 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지난 2월) : 당내 다양한 의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습니다. 그런 부분들은 저희가 향후에 당을 좀 더 많은 의견 수렴을 통해서 하나로 묶는 계기로 삼을 것입니다.]
오늘 어떤 결과가 나오든 정치권의 논란은 불가피합니다.
먼저 체포동의안이 통과되면 민주당 내 친명계는 물론이고 강성 지지층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보입니다.
앞선 '개딸'들의 예고대로 한동안 색출작업으로 시끄러울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 영장심사 결과에 따라서 당내 지형에도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대로 부결됐을 때는 방탄 이미지가 더 무거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목숨을 걸었다는 이재명 대표의 단식도 결과적으로 빛이 바랠 수 있습니다.
향후 검찰의 움직임은 또 다른 변수입니다.
윤관석, 이성만 의원 때처럼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할 가능성도 고민해야 합니다.
이런 이유로 민주당은 체포동의안 부결 쪽으로 무게는 실었지만 당론으로 밀어붙이지는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민주당은 표결 직전에 다시 의원총회를 열고 마지막 총의를 모을 방침인데요.
역대급 본회의가 채 한 시간도 남지 않은 지금 국회에는 전운이 감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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