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역할극에 심취해 일면식도 없던 초등 여아 살해, 무엇이 그들을 움직였나

2025.01.08 오후 02:51
■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5년 1월 8일 (수)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권지안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원화: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 A양과 B양은 트위터의 캐릭터 커뮤니티에서 처음 만난 사이였습니다. 캐릭터 커뮤니티란 자신이 원하는 캐릭터를 설정한 후 인터넷 사용자들끼리 역할극을 하는 가상의 공간이었죠. 인터넷 상에서 친분을 쌓은 A양과 B양은 현실 세계에서도 그 만남을 이어갔습니다. 선물을 건네며 서로 즐거워하는 모습. 여기까지는 특별히 이상한 점이 없다 싶죠. 하지만 B양이 선물이라며 A양에게 건넸던 그 종이봉투. 그 속에 든 것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선물이 전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사람의 손가락이었죠.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었던 걸까요? 왜 B양은 A양에게 사람의 손가락을 선물했고 B양은 또 아무렇지도 않게 그 선물을 받아들었던 걸까요? 오늘 사건 엑스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의 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은 로엘 법무법인 권지안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권지안: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의 권지안 변호사입니다.

◆이원화: 너무나도 충격적인 사건이라서 저도 생생하게 기억이 나거든요. 인천 연수구 초등학교 2학년 여자아이가 실종되는 그런 사건이 발생했었죠?

◇권지안: 네 맞습니다. 경찰은 2017년 3월 26일에요. 인천 연수구 동춘동에서 초등학교 2학년 여자아이가 실종되었다는 실종 선고를 받았습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요. 아파트 단지의 CCTV를 샅샅이 뒤지고 실종 아동의 행적을 확인한 뒤에 즉시 아파트 일대를 수색했습니다. 수색을 거듭하던 경찰은요. 같은 날 밤 10시 경에 아파트 옥상에 있는 물탱크 구조물에서요. 해당 아동의 토막 시신을 발견했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수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이원화: 수사로 밝혀진 부분이 있나요?

◇권지안: 네 당시 연수경찰서는요. 실종 선고를 받았기 때문에 실종 아동이라고 생각을 하고 그 동선을 확인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동선 확인을 위해서요.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CCTV를 확인을 했고요. 그 CCTV 내용에는 어떤 여성이 실종 아동을 데리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으로 올라갔다가 내려올 때는 그 여성 혼자서 내려오는 장면이 포착되어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바로 이 여성이 B양인데요. 이 b 양이 피해 아동과 마지막까지 같이 있었다는 점을 주목을 하고 경찰은 B양을 찾아 나서게 된 것입니다.

◆이원화: B양과 이 실종된 초등학생이 혹시 뭐 서로 아는 사이였나요? 데리고 갔다가 혼자 나오고 이러는 거 보면 아는 사이였던 것 같기도 한데.

◇권지안: 아닙니다. B양과 실종된 피해 아동은요. 이 사건 이전에는 일면식도 없던 사이였습니다.

◆이원화: 그래요. 실종됐다는 초등학생이 마지막으로 발견됐을 당시 같이 있었던 게 B양이니까 당연히 경찰 입장에서는 행방을 묻기 위해서 B양을 찾아 나선 것 같은데요. B양이 당시 집에 없었나 보죠?

◇권지안: 맞습니다. 일단 경찰은요. B양에게 아동의 행방을 묻기 위해서 B양 집을 찾아갔습니다. 그러나 B양은요. 이미 집을 떠나서 친구를 만나기 위해 서울로 이동한 상황이었습니다. 경찰은 B양에게요. 실종된 초등학생 피해 아동에 대한 대답을 듣지 못한 채로 계속해서 아파트 단지를 수색했는데요. 경찰은 수색 끝에 아파트 옥상에서 피해 아동의 시신을 발견한 것이고, 당시 피해 아동은요 아주 무참하게 훼손되어서 대형 종량제 쓰레기 봉투 2개에 담겨져 있었습니다.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하게 훼손된 상태였고요. 결국 시신을 발견한 경찰은요. 피해 아동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하고 그 시신을 유기한 B양을 긴급 체포하게 되었습니다.

◆이원화: B양이 범인이었던 건가요?

◇권지안: 네 맞습니다. B양이요. 피해 아동을 살해한 범인이었습니다. 당시 B양은요. 아파트 단지에서 처음 만난 이 피해 아동에게 엄마에게 전화를 걸 수 있도록 휴대폰을 빌려주겠다면서 접근을 했고요. 이어서 자기의 집으로 유인까지 한 다음에 이와 같은 잔혹한 범행을 저지른 것입니다.

◆이원화: 앞서 말씀해 주시길 17살이라고 하지 않았나요? 17살이면 고등학생인 것 같은데 아무리 피해자가 아이라지만 혼자 힘으로 유기가 가능했는지 그리고 워낙 훼손 방법도 또 잔혹하고 전문적이었다 이런 건데 혹시 공범이 있었던 거 아닌지 굉장히 의심스럽거든요.

◇권지안: B양은요, 당시 자퇴한 고등학생이었습니다. 그래서 경찰도 그 나이에 여학생이 초등학생의 시신을 혼자 훼손하고 또 유기할 수 있었는지 되게 의심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B 양에게 공범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했습니다. 일단 처음 경찰이 공범으로 의심했던 대상은요 B양의 부모님이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맞벌이를 하던 B양의 부모님이요. 범행 당시에는 집에 있지 않았었기 때문에 수사 대상에서 제외되었습니다. 경찰이 B양을 긴급 체포한 후에 범행 방법을 추궁했는데요. 그때 B양은 기억이 안 난다 이렇게 말하면서 대답을 회피했습니다. 결국 공범에 대해서요. 어떤 특별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경찰은요. 일단 이 사건을 B양의 단독 범행으로 일단은 결론을 지었습니다. 그러나 수사가 진행이 되면서 경찰은 B양에게 의외의 공범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죠.

◆이원화: 그게 누구였죠?

◇권지안: 당시에 트위터와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나누었던 재수생이었던 A양이었습니다. 경찰은 B양이 사건 당일에 계속해서 SNS를 이용해서 A양과 대화를 나누었다는 점을 주목을 하고 A양을 공범으로 지목하게 된 것입니다.

◆이원화: 어떤 대화가 오갔길래 공범으로 지목될 수 있었을까요?

◇권지안: A양과 B양의 대화를 이해하려면 일단 두 사람이 어떻게 어디서 만났는지를 파악을 해야 합니다.두 사람은요 그 소셜 네트워크를 이용해서요. 캐릭터 커뮤니티라는 곳에서 처음 만난 사이입니다. 이 캐릭터 커뮤니티는요, 자신의 캐릭터를 만들어서 어떤 시나리오 배경에 맞춰서 역할극을 하는 것입니다.

◆이원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의 역할극이라고 하면 일종의 뭐 게임 같은 거라고 보면 될까요?

◇권지안: 그렇게 이해하시면 조금 더 편하실 것 같습니다. A양과 B양은요. 이 캐릭터 커뮤니티 중에서도 마피아 커뮤니티라는 커뮤니티에서 만났습니다. 이름만 보더라도 아마 좀 짐작이 가실 텐데요. 마피아 커뮤니티는요. 그 시나리오를 좀 살펴보자면 적대 세력끼리 서로를 살해하면서 지역을 점령한다라는 내용이 주된 내용이었습니다. 두 사람의 역할이 좀 짐작이 가실 텐데 당시 피해 아동을 직접 살해한 B양 같은 경우는요. 마피아 조직의 어떤 조직원 역할을 하고 있었고요.

◆이원화: 행동대원 같은 역할이네요.

◇권지안: 그렇죠. 본인이 직접 이제 행동을 하는 그런 조직원이었고 공범으로 지목된 A양 같은 경우는요. 이 마피아 조직의 중간 어떤 보스 역할을 했습니다. 결국에 이제 지시를 하는 역할이었던 것이죠. 그래서 이 마피아 커뮤니티의 시나리오에 따라서 B양은 중간 보스였던 A양의 지시에 따라서 어떤 행동을 했고 그 흐름에는 살해 행위도 포함이 되어 있었던 것이죠.

◆이원화: 그런데 인터넷 상에서의 역할극이 현실 세계로 이어지기라도 한 건지 어떻게 연결되는 거죠?

◇권지안: 맞습니다. 일단은 인터넷상의 역할극이 현실 세계에서도 이어나가진다는 것은 쉽게 이해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그런데 일단 두 사람은요. 당시 이 커뮤니티 활동에서 이 역할극 하는 것에 너무나 크게 푹 빠져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범행 당일에 두 사람이 나눈 대화를 좀 살펴보면요. B양은 범행에 나가기 전 A양에게 사냥 나간다 그런 표현을 썼습니다. 그리고 피해 아동을 집으로 유인한 뒤에는 잡아왔다 지금 목에 전선을 감아놨어라는 문자를 이런 끔찍한 문자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이런 문자를 받은 A양은요. 전혀 놀라지도 않았고요.b 양에게 오히려 살아 있어 CCTV는 확인했어라고 되물으면서 이런 범행들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던 것이죠. 그리고 가장 좀 충격적이었던 부분은 A양이 B양에게 피해 아동의 손가락이 예쁘냐는 질문을 하고 그 손가락을 달라는 어떤 엽기적인 요구까지 하기도 했습니다. B양은 실제로 피해 아동의 손가락과 다른 신체 일부까지 절단을 해서요. 종이 봉투에 담고 이것을 A양에게 전달을 하게 되었습니다. A양은 B양으로부터 이 종이봉투를 받은 다음에 함께 신촌과 홍대에서 식사도 하고 함께 종이봉투를 들고 시간을 보낸 뒤에 귀가까지 하였습니다.

◆이원화: 도대체 이게 어떻게 가능한 건지 제가 이상한 건가요? 전혀 이해가 안 가거든요.

◇권지안: 이 상황을 설명드리는 저조차도 이 상황을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인데요. 아무튼 B양은 이후 경찰에게 긴급 체포되면서 이런 상황이 모두 밝혀지게 된 B양은 체포가 되고 나서요. 자신이 피해 아동을 살해했다는 것에 대해선 인정을 했지만 그 살인 동기나 시신의 유기 방법에 대해서는 일단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그 주장을 유지했습니다. 그리고 B 양은 이후에 수사 기관이 A양과의 관계를 캐묻자 그때서야 온라인으로 역할극을 하면서 A가 살인을 부추겼다라고 주장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원화: A양은 뭐라던가요? 자기가 그랬다고 인정하는 거예요.

◇권지안: 아닙니다. 일단 A양은 자신이 범행 당일 B양과 문자 메시지를 나누었다라는 사실 자체는 인정을 했습니다. 그렇지만 당시 B양이 역할극을 하면서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강하게 부인을 했습니다.

◆이원화: 역할극인 줄 알았다라는 건데 수사 당국의 판단은 어땠습니까? 주장이 받아들여졌어요?

◇권지안: 뭐 수사기관이 A양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요. 일단 수사기관은 A양을 살인 방조죄로 기소하여서 일단 1심 재판이 진행되었습니다. 이 1심 재판이 진행되던 중에 검찰은 공소장을 변경하였는데요. 공소장을 변경한 취지를 살펴보면 A양에 대한 죄명을 살인 방조가 아닌 살인죄의 공모 공동정범으로 변경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공모공동정범은 단순히 도운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범행을 함께 공모한 뒤에 실제로 실행 행위에 나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 자까지 정범으로서 처벌하는 그런 법리를 말을 합니다. 그래서 검찰은 1심 재판이 진행되는 중에 방조범이 아닌 공모공동정범으로 A양을 보았고요. A양이 B양으로부터 살인 약속을 받아냈다는 점, 두 사람이 쿠키를 선물로 받은 걸로 말을 맞추자고 얘기하면서 손가락 받은 사실을 숨기고자 하는 계획을 세웠다는 점 등을 고려해서 A양의 지위를 변경한 것입니다.

◆이원화: 살아 있냐, CCTV 봤냐, 손가락 예쁘냐 이런 말들이 역할극이라 생각했건 실제건 간에 너무너무 소름 돋는 내용인 것 같아요. 둘 다 재판에 넘겨졌겠죠.

◇권지안: 일단 주범인 B양은요. 이 피해 아동을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0년의 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리고 A양은요. B양 범행에 대한 공동 정범으로서 1심에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이원화: 살인을 직접 저지른 주범이 공범보다 형량이 낮게 나왔다 이런 건데 이거 왜 그런 거죠?

◇권지안: 미성년자에 대한 법정 최고형이 징역 20년이기 때문입니다. 당시 미성년자였던 주범인 B양의 형이 더 낮게 선고되고 A양과 B양은요 1심 선고가 되고 그날 바로 항소를 하였습니다. 근데 이 사건 항소심 진행 결과가요. 뒤집혔거든요. 그래서 여론이 매우 시끄러워진 적이 있었죠.

◆이원화: 어떤 것 때문이었죠?

◇권지안: 항소심 재판부는 주범인 B양에게 1심과 동일하게 징역 20년의 형을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공범인 A양에 대해서는요. 무기 징역형을 선고한 1심 판결을 파기하고요. 징역 13년의 형을 선고하면서 그 형량을 아주 대폭 감소하였습니다.

◆이원화: 무기징역에서 징역 13년이면 굉장히 큰 차이인데 어떻게 그게 가능했습니까?

◇권지안: 항소심 재판부가 A양에 대해서 방조죄로만 인정을 한 것은 공동 정범으로서 인정할 만한 증거가 좀 부족했다라고 판단한 것도 하지만 당시 논란이 되었던 이유는요. 사실 A양이 선임했던 초호화 변호인단의 존재가 굉장한 이슈가 되었었습니다. 실제로 A양은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를 포함해서 12명의 초호화 변호인단을 구성하고 언론에 따르면 최소 수억 원 이상의 비용을 지출한 것은 아닌지 그렇게 추측되기도 하고 있습니다.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인천 연수구에서의 초등학생 살인 그리고 사체 유기 사건은요. 그 내용이 세부적으로 어떻든 간에요. 이 초등학생을 참혹하게 살해한 범행은 그 어떤 방법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다라는 것이 결론일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면 안 되겠죠.

◆이원화: 사건X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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