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모비스 '한지 스피커'...중기 기술 도용 논란

2010.12.28 오전 08:49
[앵커멘트]

국내 최대 차량부품 제조업체인 현대모비스가 세계 최초로 한지를 이용해 차량용 스피커를 개발했다고 발표를 했죠.

그런데 사실은 한지를 이용한 스피커는 중소기업들이 이미 개발해 유통되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져, 중소기업의 아이디어와 기술이 도용됐다는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김기봉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 22일 현대모비스가 내놓은 보도자료입니다.

진동판을 한지로 만든 프리미엄급 스피커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곧 출시될 그랜저HG에 장착한다는 내용입니다.

특히 "전통 한지로 스피커 소리를 재생하는 기술은 오직 현대모비스만이 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지를 이용한 스피커는 일반용과 차량용 모두 한지공예업체들이 이미 개발해 시중에 유통까지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뿐만 아니라 현대자동차와 모비스는 지난해 두 차례나 한지 스피커 제조사 사장을 불러 연구팀앞에서 시연을 시키고 기술강연까지 들었습니다.

시연은 지난해 한 전시회에 출품된 한지 스피커의 소리를 듣고 감탄한 팽정국 당시 현대차 사장이 직접 요청해 이뤄진 것입니다.

[인터뷰:양길섭, 자연이 그려내는 소리 사장]
"그동안에 들어본 스피커 중에 이렇게 소리가 좋게 나는 스피커는 들어본적이 없다고 말씀하면서 틀림없이 언젠가는 빛을 볼 상품이라고...한지가 왜 여기서는 소리가 잘 나는지 그런 내용을 설명을 드렸습니다."

그러나 현대차와 모비스는 양 씨에게 연락을 끊었고 1년 6개월이 지난 뒤 세계 최초로 개발한 유일한 기술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대해 모비스는 시연을 개최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시연 결과가 좋지 않아 기술제휴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인터뷰:오윤근, 현대모비스 차장]
"시연한 제품은 가정용 평판 한지 스피커입니다. 테스트 결과 주파수 응답이 고르지 않고 가격이 1,000만 원이 넘는 등 차량용으로는 부적합하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모비스는 특히 양 씨의 스피커는 차량용이 아니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한지 진동판을 이용한 프리미엄급 차량용 스피커 또한 이미 시중에 유통되고 있습니다.

경기도 군포에 있는 이 업체는 모비스가 발표한 것과 거의 유사한 형태의 한지 스피커를 이미 개발해 올해 초부터 판매를 해왔습니다.

2005년부터 개발에 착수한 이 업체는 2008년 전주한지축제에서 이미 한지 스피커를 발표했고 지난해엔 차량용 스피커를 개발해 올해 1월부터 전국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모비스는 차량용 스피커라고 말할 수 있는 뛰어난 품질은 자사 제품뿐이라고 주장했지만 객관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현대모비스는 중소기업의 아이디어와 기술을 자신의 것으로 포장했다는 논란과 함께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하는 동반성장 정책에도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에 휘말리게 됐습니다.

YTN 김기봉[kgb@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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