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멘트]
이번 '386 운동권 인사들의 북한 공작원 접촉 사건'에서 핵심 인물로 지목된 재미교포 장민호 씨가 북한에서 조국통일상을 받은 사실이 처음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당국이 장 씨의 공로를 인정했다는 의미여서 향후 공안당국의 수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취재 기자 연결해 자세한 내용 알아봅니다. 이대건 기자!
조국 통일상, 우리에게는 약한 생소한 상인데요, 어떤 인물들에게 주어지는 상인가요?
[리포트]
장민호 씨가 받은 것으로 전해진 조국 통일상은 북한에서 자주적 평화통일에 기여한 남과 북, 그리고 해외 인물에게 주어지는 상입니다.
지난 1990년에 제정됐고요.
그동안의 수상자를 보면 상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는데요.
지난해에는 북한 김용순 전 통일전선부장 겸 당중앙위 비서와 송호경 조선 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 그리고 여운형 선생의 딸인 려원구 최고인민회의 부의장 등 수상을 했습니다.
그리고 남한 인사로는 지난 89년 북한에 몰래 들어간 문익환 목사와 임수경 전 전대협대표 등이 조국통일상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질문]
그 만큼 장 씨가 대남 활동에 공로가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는데요, 공안 당국이 장 씨의 활동을 상당 부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죠?
[답변]
공안 당국은 북한이 장 씨가 386 인사들과 접촉해 국내 정치 현안에 개입하려 했다는 정황을 포착했습니다.
공안당국이 이렇게 보는 것은 장 씨가 북에 보고한 문건을 해독하는 과정에서 관련 내용들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5.31지방선거와 윤광웅 국방장관 해임건의안 처리과정 등이 포함돼 있고 야당의 유력 대선 후보자의 동향과 6자회담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입장 등도 보고 대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질문]
그렇다면 이와 관련한 증거가 나온 상태인가요?
[답변]
현재 장민호 씨가 자신의 혐의를 일부 시인하고 있고요.
관련 증거가 담긴 장 씨의 USB 메모리 칩과 이메일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공안당국은 이에 따라 USB 메모리칩과 이메일을 분석하면서 추가 증거 확보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현재 공안당국은 장 씨에게서 압수한 대북 보고문건 47건 가운데 4-5건 만을 우선 해독해 영장혐의 내용에 포함시켰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추가 문건이 해독될 경우 파장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질문]
그렇다면 현재까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구속된 사람이 장 씨를 포함해 5명인데요, 더 나올 가능성도 있습니까?
[답변]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공안당국이 확보한 USB 메모리는 7~8개로 대부분 암호화돼 있어 현재 일부만 파악된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입니다.
현재까지 장민호 씨가 USB에 저장한 명단에 모 환경단체 간부와 전 국회의원 보좌관 등 10여 명이 추가로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명단에 포함된 사람들이 우선 수사 대상에 오를 전망입니다.
가령 장 씨의 문건에는 '환경 단체를 끌어들여 반미 시위를 벌이겠다'는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공안당국은 사실관계를 확인할 방침입니다.
[질문]
그런데 현재 장 씨를 제외한 사건 관련자들 모두가 자신들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죠?
[답변]
지금까지 이번 사건과 관련된 보도 내용은 대부분 공안 당국 쪽에서 거의 일방적으로 제기된 것들인데요.
이에 대해 최기영 민주노동당 사무부총장 등 사건 관련자들 모두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습니다.
일부 관련자들은 단식까지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명단에 오른 관련자 10여 명 가운데 일부도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데요.
내일부터 공동 변호를 맡기로 결정한 변호인단은 '공안당국이 지목한 환경단체 간부는 오히려 반주체사상에 가까운 인물로 북한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반박하고 있습니다.
[질문]
그렇다면 자신의 혐의를 시인한 장민호 씨만이 혼자 활동을 하고 다른 인물들은 몰랐을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요?
[답변]
그럴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장민호 씨가 북한에 처음 들어간 89년에 '지하조직을 구축하라'는 지령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고요.
장 씨는 5년 뒤 조선노동당에 입당했으며 지난 97년에야 일심회라는 조직을 만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조국통일상까지 받은 장 씨가 8년 이상을 어떤 활동을 했으며 구체적인 어떤 성과를 냈는지가 전혀 알려진 바 없습니다.
이에 따라 변호인단은 '장민호 씨가 자신의 신분을 숨긴 채 활동하면서 개인적으로 지인들에게서 자료를 수집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습니다.
YTN 이대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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