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한국의 시크릿가든' 오대산 질뫼늪!

2013.06.16 오후 12:01
[앵커멘트]

오대산 대관령 자락에는 '땅이 질척질척한 산'이라는 뜻의 질뫼늪이 있는데요, 해발 천미터에 위치한 고산습지로 각종 야생 동식물의 삶의 터전이 되고 있습니다.

여름을 맞아 강인하고도 아름다운 생명력을 뿜어내는 질뫼늪에 신윤정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숲속의 제왕이란 별명을 갖고 있지만 멸종 위기에 놓인 담비입니다.

먹잇감을 찾느라 이곳 저곳을 뛰어 다니는 모습을 어렵사리 카메라에 잡았습니다.

황갈색 털을 가진 고라니와 귀여운 멧토끼도 푸른 수풀을 뛰어다닙니다.

짝을 지어 나온 멧돼지들은 먹잇감을 싹쓸이할 기세로 열매며 뿌리를 먹어 치우더니,

밤이 되자 개울가로 자리를 옮겨 벌컥벌컥 물을 마셔댑니다.

너구리와 오소리도 두 눈 반짝이며 야간 사냥에 나섰습니다.

다양한 야생 동물이 모이는 이 곳은 해발 1000m 높이에 있는 오대산 질뫼늪!

얼핏 보면 광활하게 펼쳐진 대관령 초지의 일부 같지만 늪이 있고 물이 흐르는 고산습지입니다.

질뫼늪 한 가운데로 들어와 봤습니다.

마치 물에 푹 젖은 스펀지 위를 밟는 것처럼 발이 푹푹 빠지고 금세 물이 솟아 올라옵니다.

'진 산' 이라는 이름 그대로 일년 내내 촉촉하게 물기를 머금고 있는 질뫼늪은 야생 동식물의 터전.

멸종위기종 2급인 기생꽃이 만개했고 산비늘사초 등 야생 식물 150여 종도 늪에 뿌리를 내려 군락을 이뤘습니다.

[인터뷰:김남호, 국립공원관리공단]
"우리나라에 발달된 고산습지가 그리 많지 않거든요. 야생 동식물들이 습지가 없으면 다른 곳에서 살 수가 없습니다."

질뫼늪 바닥은 낙엽 등 식물이 썩지 않고 쌓여서 생긴 이탄층으로 두께가 80cm가 넘습니다.

1cm 퇴적되는데 10년 넘게 걸리니 수백 년 넘게 짙푸른 생명력을 뿜어내 온 겁니다.

[인터뷰:조부환, 국립공원관리공단]
"식물이 산화나 분해되지 않고 흙하고 섞여서 지층을 이루는 것을 말하거든요. 숲이 이산화탄소를 분해하는 능력의 약 7배 정도 된다고 합니다."

질뫼늪은 지난 2008년 국제습지협약인 람사르 습지로 등록되며 높은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정부도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하며 관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습지 주변에서 목초용으로 재배하는 외래종이 빠르게 퍼지고 있고 등산객의 불법산행도 끊이지 않아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YTN 신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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