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YTN 연중기획 '2016 한국사회 키워드' 여섯 번째는 '나쁜 엄마'입니다.
여성의 사회 참여는 크게 늘었지만, 여전히 아이 키우기는 엄마 몫인 경우가 대부분인데요.
육아와 직장 생활의 줄타기 속에서 지쳐 자식에게 '나쁜 엄마'라고 자책할 수밖에 없는 이 시대 워킹맘의 고민을 김승환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기자]
13년 차 직장인 한수진 씨는 매일 새벽 마음을 졸이며 출근 준비를 합니다.
곤히 자는 4살짜리 아들이 깨기라도 하면 제시간에 출근하기 어렵기 때문인데요.
어린이집에 보낼 준비물도 가방에 차곡차곡 넣어두고, 꿈나라에 있는 아들에게 뽀뽀한 뒤에야 현관문을 나서지만 발걸음은 쉽게 떨어지지 않습니다.
[한수진 / 서울 면목동 : 매일 떨어져 있으니까 그게 가장 마음이 아프죠. 항상 그런 마음이 있어요. 다른 엄마들은 아기랑 같이 있는데 저는 항상 같이 없으니까 미안하고….]
직장을 다니며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출근길 모습이죠.
일과 육아 사이에서 갈등하다 보면 아이에게 소홀할 수밖에 없는 '나쁜 엄마'가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2014년 기준 우리나라 맞벌이 가구 비율은 44%입니다.
배우자가 있는 두 집 가운데 한 곳은 남편과 아내 모두 일을 한다는 얘기인데요.
맞벌이 가정 남편과 아내가 집안일에 쓰는 시간은 어떨까요?
남편은 하루 동안 40분을 집안일에 쓰지만, 아내의 경우 무려 194분, 즉 3시간이 넘는 시간을 씁니다.
똑같이 일해도 아내가 남편보다 5배 넘는 시간 동안 집안일을 하는 겁니다.
"아내가 아이를 낳으면 남편도 30일을 쉬어라"
600년 전 세종실록에 적혀있는 문구입니다.
여자 노비에게 출산 휴가로 100일을 준 뒤 남편인 남자 노비의 육아 휴직도 한 달을 보장해준 겁니다.
물론 지금 남성 근로자도 최대 1년간 육아휴직을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변 시선과 승진 등에 대한 우려로 2014년 기준 남성 육아 휴직자 수는 전체의 4.5%에 그쳤습니다.
이처럼 육아와 집안일 모두 엄마 몫이 되다 보니 요즘 워킹맘들에게 유행하는 말이 있다고 하는데요.
바로 '워킹맘의 필수품은 친정엄마'라는 말입니다.
곧 육아휴직을 마치고 다음 달 회사로 복귀하는 최유리 씨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백일이 갓 지난 아들을 집에 두고 출근할 걱정이 태산이지만, 그나마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가 돌아가며 아이를 봐주기로 해서 한 시름 놓았습니다.
[최유리 / 경기도 구리시 : 시어머니랑 친정엄마 나이가 있으시고 본인 생활이 있으신데 시간 쪼개서 아기 봐줘야 하니까 육체적으로도 힘드실 거고 맡기는 마음이 죄송스럽죠.]
모든 엄마가 이처럼 개인 차원에서 육아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이 때문에 정부는 국공립 어린이집 비율을 점차 늘려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학부모 만족도가 높은 '공립 어린이집 다니기는 로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상황은 녹록지 않습니다.
2014년 기준 전체 어린이집은 4만여 개에 이르렀지만 이 가운데 국공립 시설은 5.7%, 2천여 곳에 불과합니다.
이런 실태는 '나쁜 엄마'가 되는 것이 워킹맘 개인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홍승아 / 한국여성정책연구원 : 남성 육아 참여를 장려해서 워킹맘과 워킹데디가 함께 아이를 돌보는 양성 평등한 양육 문화로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국공립 보육시설을 충분히 이용하게 좀 더 부모의 근로 여건을 참조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소설 '육아의 여왕'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잘 나가는 입시학원 강사지만, 아이를 낳고 난 뒤 직장과 육아 사이에서 고뇌에 빠진 주인공의 심정인데요.
이런 고민, 워킹맘이라면 누구든 할 겁니다.
일과 가정 하나만 선택하길 강요받는 사회.
육아는 엄마 혼자만의 짐이 아니란 인식이 워킹맘의 눈물을 그치게 할 수 있는 첫걸음입니다.
YTN 김승환[ksh@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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