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가습기 살균제' 정부 대처 미흡...피해자 아픔 계속

2016.04.30 오전 12:05
[앵커]
검찰이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과거 대처가 미흡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또 아직도 일부 피해자들은 충분한 도움이나 보상을 받지 못한 채 혼자 아픔을 삭이고 있었습니다.

김주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가장 큰 피해를 낳았던 살균제의 원료 물질은 PHMG입니다.

미국에서는 농약으로 분류되며 우리나라에서도 카펫 항균제로 쓰기 위해 개발됐습니다.

또 다른 살균제 원료인 PGH 역시 고무나 목재 등을 보존하기 위한 항균제였습니다.

직접 들이마시는 용도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보니 독성시험자료를 제출할 의무도 없었고, 흡입 독성 심사도 거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가습기 살균제의 원료로 만들어진 뒤에도 정부의 충분한 검증 과정이 없었다는 겁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가습기 살균제가 공산품이라서 식약처의 규제 권한 밖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호흡을 통해 몸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는데도 규제를 하지 않은 만큼 정부 대처가 부실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박태현 /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관련 법령에 따라서 적절히 심사했다면 그 당시에 (유해성분이) 걸러졌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됩니다.]

뒤늦게 법을 고치고 흡입 독성 실험을 거쳐야 제품이 판매될 수 있도록 규정했지만 이미 수많은 사상자를 낳은 뒤였습니다.

확인된 사망자만 100명이 넘고 부상자는 천 명이 넘는다는 주장까지 나왔습니다.

[백도명 /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 몇 달, 몇 년 오래 쓴 게 중요하기보다는 하루에 일정 시간 이상 일주일에 빠짐없이 쓰는 경우가 훨씬 발병 위험이 높았고….]

사건이 불거진 뒤 5년 뒤에야 본격적인 검찰 수사가 시작됐지만, 피해자들의 눈물은 마르지 않고 있습니다.

어린 자녀를 먼저 떠나보낸 엄마는 자신이 죽인 것이라는 죄책감에 시달려 하루하루를 고통 속에 살고 있습니다.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 가족들도 있었습니다.

[최지연 /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지난 2015년 4월) : 저희 아이는 이렇게 화창한 봄날 생일에 떠났고요, 저는 길을 걸어도 죄인이고, 밥을 먹어도 죄인이고, 웃고 다녀도 죄인입니다.]

또 목숨을 잃지 않은 피해자들도 살균제 후유증으로 폐에 이상이 생겨 여전히 병원 신세를 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미란 /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 말로 다 표현 할 수 없을 만큼 억울하고 슬프고. 가슴이, 토로를 해도 시원치 않을 판국이에요.]

검찰의 강한 수사 의지로 살균제 제조업체 관계자들에 대한 엄한 처벌이 예상되지만, 피해자들은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안고 평생을 살아가야 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YTN 김주영[kimjy0810@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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