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2500만원짜리 줄기세포 주사로 치매 완치?...환자 꼬드긴 성형외과

2022.02.28 오전 05:53
[앵커]
치매나 파킨슨과 같은 난치병 환자에게 줄기세포 주사제를 투여하면 완치될 수 있다며 환자들을 불러 모은 병원이 있습니다.

이곳은 성형외과 병원인데 환자는 2천5백만 원짜리 주사제를 맞으면 완치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고 찾았다고 합니다.

줄기세포를 활용한 치매 치료 연구가 한창이긴 하지만 아직 완전히 검증되지 않아 위험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혜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A 씨는 지난 22일, 치매를 앓는 아내를 데리고 서울에 있는 한 병원을 찾았습니다.

병원 고문이라는 지인에게서 '줄기세포 주사를 맞으면 6개월 뒤 완치될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 나섰습니다.

아내가 완치될 수 있다는 희망에 주사 비용 2천5백만 원 가운데 절반을 입금했습니다.

이후 아내의 복부 지방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한 뒤 배양하지 않고 정맥에 주입하는 시술을 받았습니다.

[A 씨 / 치매 환자 가족 : 부작용 같은 이런 설명을 들은 건 없어요. 이게 (주사를) 놓으면 서서히 치료가 들어가서 매일매일 달라질 거다. 그래서 한 6개월이면 완치된다 (이렇게 설명했어요.)]

[A 씨 아내 / 치매 환자 : 그냥 병만 나으면 돈이 아니라 뭐를 다 줘도 괜찮대. 근데 나는 들으면 그게 아니거든.]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A 씨의 딸은 어머니가 받았다는 시술이 의심스럽기만 했습니다.

시술이 이뤄진 병원은 다름 아닌 성형외과인 데다 줄기세포 주사로 치매 완치가 가능하다는 얘긴 들어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A 씨 딸 이지현 씨 / 치매 환자 가족 : (병원에 항의하니) 뇌졸중 걸리셔서 말을 못했던 분이 주사를 맞자마자 말을 하기 시작했고 (이런 식으로 설명하더라고요). 성형외과에서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부모님을 이용한 거잖아요.)]

YTN 취재진이 병원 측에 직접 물어봤습니다.

처음엔 치매 치료 목적이 아니라고 했다가 결국 치매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자신했습니다.

[병원 관계자 : (치매 치료) 목적으로 한 게 아니라고요. 심혈관을 튼튼히 하고, 줄기세포를 하면 여러 가지 몸 자체가 좋아지니까. (A 씨는 치매 치료로 소개를 받고 왔다고 하시던데요?) 고문님이 그렇게 얘기했을지는 모르지만, 사실은 (치매 치료에) 도움은 되니까.]

미용 목적이 아닌 치료 목적의 줄기세포 시술은 보건복지부의 신의료기술 평가를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인되어야 가능합니다.

지금까지 신의료기술로 인정된 줄기세포 시술은 단 4가지뿐.

A 씨 아내가 받은 시술은 신의료기술 평가를 받지도 않은 '무허가 시술'인 셈입니다.

치료 목적의 줄기세포 추출과 배양 과정이 아무 데 서나 이뤄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치매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임상 시험 결과도 아직은 없는 상태입니다.

[오일환 / 가톨릭의대 기능성세포치료센터 소장 : 이런 것들을 가지고 치매 치료에 쓴다, 파킨슨 치료에 쓴다 하는 것들은 굉장히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검증되지 않은 치료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문제는 현행 의료법상 무허가 줄기세포 시술에 대한 처벌 수단이 마땅히 없다는 겁니다.

사기죄를 적용할 수 있지만 병원 측이 치료 효과를 속이거나 부풀렸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정혜승 / 의료법 전문 변호사 : 효과가 어떨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효과를 장담하면서 고액의 수술비를 받는 경우에 사기죄에 해당할 수 있어요. 의료법상으론 처벌 규정은 명확하지 않고 다만 학문적으로 일반적이지 않은 행위라고 하면 행정처분까지만 (가능합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무허가 시술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난치병 환자와 그 가족들.

이를 악용한 사례가 있다면 보건 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YTN 김혜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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