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요양센터에서 옴 기생충 감염이 발생했음에도 치료를 위한 적절한 조처가 이뤄지지 않아 90대 노인이 사망에 이른 사실이 드러났다.
20일 피해자들 측에 따르면 강원 속초시 한 노인요양센터에서 지내온 90대 노인 A씨는 지난해 5월 말 피부과의원에서 옴 진단을 받았다. 당시 A씨를 면회한 그의 딸이 '등이 너무 가렵다'며 계속해서 긁어대는 어머니를 데리고 병원을 찾았고, 격리 치료가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았다.
A씨의 딸은 곧장 센터 측에 "옴 치료를 해달라"고 항의했고, 사나흘 뒤 센터에서는 A씨의 자녀들과 담당 간호사, 사회복지, 책임자급 직원 등이 모여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
그러나 A씨는 그 이후 밤에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하고 침대에서 내려와 변을 보고는 이를 만지거나 먹으려는 행동을 보였다. 눈이 벌겋게 충혈되는가 하면,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는 증세를 보이기도 했다.
이에 A씨의 딸이 담당 간호사에게 그 이유를 묻자 "정신과 약을 먹이고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아무런 정신질환 없이 대퇴부 골절 수술 뒤 센터에 입소한 피해자에게 정신과 약을 먹인 것이다. 더군다나 센터는 A씨를 피부전문의가 아닌 가정의학과 진료를 받게 하기도 했다.
당시 A씨의 피부는 옴 증세가 심해져 마치 코끼리 피부처럼 변했고, 딱지가 덕지덕지 나 있을 정도로 각질화가 심각했다. 결국 병원에 입원한 A씨는 다른 지역 대학병원 중환자실로 옮겼으나, 옴 외에도 착란, 요로감염, 혈소판 감소증, 저혈압 등 여러 진단을 받은 끝에 지난해 9월 심장 질환으로 숨졌다.
연합뉴스
A씨의 유족은 "센터에서 기본적인 보호와 치료를 방임해 노인학대를 했을 뿐 아니라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이라며 노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A씨와 함께 옴에 걸려 입원 치료를 받은 노인 B씨 역시 센터의 방임 행위를 지적하며 고소인에 이름을 올렸다.
센터장은 A씨의 보호자가 옴 진단서를 제출하지 않아 감염 사실을 몰랐고, 피부 전문의가 없는 병원에서 가정의학과 진료를 본 점 역시 보호자들이 원했던 것이라며 센터에서는 할 수 있는 조처를 다 했다고 항변했다.
사건을 수사한 속초경찰서는 센터 측에서 피해 노인을 보호·치료하는 행위에 미흡하거나 개선할 부분이 있고,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의도적으로 소홀히 하거나 방임하지는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노인 다수가 함께 생활하는 센터에서 피해 노인 2명에게만 방임행위를 하며 보호나 치료를 소홀히 할 동기도 없었다고 봤다.
다만 피해 노인들이 지난해 4월 본격적으로 가려움을 호소하기 시작하기 전인 2024년 7∼12월에도 옴 발생 상황을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담당 지자체와 보건소에 통보하지도 않은 점과 외부 피부 전문의를 통해 협조를 구한 사실이 없는 점, 피해 노인들에게 격리 치료 조처를 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센터장에게 업무상과실치상죄를 적용해 검찰에 넘겼다.
이에 피해 노인들 측은 센터에 옴 진단 사실을 분명히 알려주었고, 진단서를 보여주었음에도 필수적인 청결 유지 활동 외에 격리 치료 등 옴 치료에 준하는 조처가 이뤄지지 않은 점을 토대로 불송치된 노인복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 이의를 신청할 방침이다. 또한 업무상과실치상 혐의가 인정된 이상 민사상 손해배상도 청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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