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토끼사냥하듯 중국인 끌고갔다"

2007.03.17 오후 12:30
[앵커멘트]

일주일 전 한 일본군 출신의 노인이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일본군의 만행을 털어놓은 사실을 보도해드렸습니다.

오늘은 2차대전 당시 일본군이 노동력 보충을 위해 중국 양민들을 마구 잡아서 일본으로 끌고갔던 이른바 '토끼 사냥' 작전을 털어놓은 한 일본군 병사 출신 노인의 고백을 소개합니다.

도쿄에서 윤경민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리포트]

2차대전 당시 중국 산둥성 일본군 59사단에 배속됐던 86살 고야마 씨가 자신이 직접 가담했던 중국인 강제연행 작전의 실상을 털어놨습니다.

[녹취:고야마 이치로, 전 일본군 병사]
"한 집 한 집 문을 발로 차고 두세 명이 한 팀으로 들어간다. 집안에 남자가 있으면 전부 끌고 간다."

일본군은 실제 작전에 앞서 토끼사냥으로 연습하기도 했다고 고백했습니다.

[녹취:고야마 이치로, 전 일본군 병사]
"그물을 펼쳐놓고 토끼를 몰아넣듯이 이런 식으로 중국인을 잡으라는 연습이었다."

달아나는 사람들은 무참히 사살했습니다.

[녹취:고야마 이치로, 전 일본군 병사]
"대장이 소총을 쏴도 소용없으니 대포를 쏘라 해서 천여 명을 향해 대포를 쐈다. 많은 이들이 죽었을 것이다"

고야마 씨가 참가한 두 차례의 작전에서만도 모두 만여 명의 중국인 남자를 끌고 갔습니다.

이렇게 일본으로 끌려간 중국인들은 노예처럼 강제노동과 폭력에 시달렸고 6천 8백여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녹취:신양황, 중국인 강제연행 피해자]
"바까야로 하면서 따귀를 때리더니 밀었고 내 이빨이 몽땅 부러졌다."

고야마 씨는 당시 강제연행은 도조 내각의 각료회의 결정에 따른 것이었다며 일본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아베 총리의 할아버지인 기시 당시 상공대신이 실제 책임자였는데 손자인 아베 총리는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그리고는 일본 정부 대신 가해자를 대표해 중국인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했습니다.

[녹취:고야마 이치로, 전 일본군 병사]
"명령이라고는 하지만 한 병사로서 강제연행에 가담했던 사람으로서 피해자들에게 마음으로부터 사죄드립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고야마 씨는 전쟁책임은 자신을 포함한 구 세대에 있지만 또다시 그런 일을 저지르지 않기 위해서는 젊은 세대가 역사를 바로 알아야 한다며 고백의 이유를 밝혔습니다.

도쿄에서 YTN 윤경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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