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하반신 마비된 원숭이가 다시 걷게 된 이유

2016.11.11 오후 03:10

척수가 손상돼 하반신이 마비된 원숭이가 다시 걸었습니다. '와이파이'로 뇌의 전기신호를 다리근육에 보냈기 때문입니다.

지난 9일 네이처의 발표에 따르면 스위스 신경과학 연구진이 척수가 손상돼 하반신이 마비된 원숭이의 보행능력을 복원했습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스위스 신경과학자 그레구아르 쿠르틴과 연구진은 스위스, 중국을 오가며 임상실험에 매진해왔습니다.

실험규제에 관대한 편인 중국에서 이들은 원숭이를 대상으로 척수손상 치료방법을 연구했습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척수가 손상된 원숭이들이 '신체조절기능'과 '다리에 체중을 싣는 기능'까지 회복할 수 있다는 걸 증명했습니다. 바텔연구소의 신경과학자 가우라프 스하르마 박사는 "이 두 가지 기능은 보행운동을 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정말 대단한 실험"이라고 말했습니다.

연구진은 이미 스위스에서 두 명의 척수손상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험원리 또한 눈에 띕니다. 연구진은 원숭이의 뇌와 아래쪽 척수에 각각 전극을 이식하고, 두 전극을 연결하는 무선 송수신 시스템을 완성했습니다. 마치 스타벅스에서 점원이 없어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사이렌 오더'로 커피를 주문할 수 있듯 뇌에 이식된 전극이 다리운동과 관련된 전기신호를 보내면 척수가 손상돼있어도 다리근육에 자극을 줘 움직이게 할 수 있습니다.


이미 여러 신경과학자의 노력으로 '뇌를 읽는 기술'을 이용해 신체가 마비된 환자들이 로봇팔을 움직이는 실험도 성공한 바 있습니다. 손과 손가락 운동을 위한 뇌 신호보다 발 근육 활성화에 필요한 자극-반응 과정이 더 복잡했기에 이번 실험 결과는 생체전자공학 치료 분야에 큰 탄력을 줄 것입니다.

앞으로 기술이 더 발전해 몸이 마비된 환자들도 일상을 영위할 날이 올까요. 아직 갈 길은 멀지만 그럴 날도 머지않아 보입니다.

YTN PLUS 김지윤 모바일 PD
(kimjy827@ytnplus.co.kr)
[사진 출처 = Nature, 게티이미지뱅크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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