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올해 연구개발 예산이 33년 만에 15% 가까이 대폭 삭감되면서 연구 중단 사례가 늘어나는 등 연구현장은 여전히 '패닉 상태'입니다.
그런데 다누리 연구자들이 받지 못한 연구 수당 소송은 줘야 할 돈보다 훨씬 많은 소송비용을 들여 대법원까지 갔고, 과기정통부 차관은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습니다.
정말 불필요한 낭비를 막고 필요한 곳에 예산이 쓰이고 있는 걸까요?
양훼영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15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KISTEP(키스텝)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입니다.
회의비 중 식비 사용에 관한 답변으로, 연구개발비 사용 기준에서 회의비 중 식비 사용은 금지됐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그런데 같은 날, R&D 예산 삭감 관련해 연구계의 카르텔을 강조해왔던 조성경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이 법인카드를 부정 사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1인당 9만8천 원짜리 코스요리만 파는 식당에서 9명이 26만 원을 지출했다고 적었고, 자택 근처 고급 식당에서 한 끼에 수십만 원을 쓴 내역이 확인된 겁니다.
[현장 연구원 A : 회의 공간이라는 데가 정해져 있다 보니까 회의하고 또 그 근처에서 밥을 먹지 우리 집 앞에 불러서 회의하고 밥을 먹고 이런 경우는 없으니까.]
'내로남불'같은 상황은 또 있습니다.
달 탐사선 다누리를 개발한 핵심 연구자들이 정당한 연구 수당을 달라는 소송에서 1, 2심 모두 이겼지만, 항우연은 기어이 대법원까지 상고를 했습니다.
줘야 할 연구 수당이 모두 1억3백만 원인데, 대법원 상고를 위해 김앤장과 계약한 변호사 수임료만 그보다 훨씬 많은 1억 6천여만 원입니다.
이에 대한 반발이 커지자 항우연의 상부 기관인 과기정통부는 대법원 상고에 관해서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한발 물러섰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 소송의 시작에는 과기정통부가 있었습니다.
과기부 달탐사사업추진위원회가 다누리 개발 기간 중 다누리의 설계 변경이 논의됐던 지난 2019년 1월부터 5월까지의 기간을 '연구중단'으로 규정하고 관련 시행계획을 바꿔 수당 지급을 차단했기 때문입니다.
[송재훈 / 다누리 연구수당 청구소송 원고 : 예년처럼 달 궤도선 다누리의 전기적 기능 시험이나 구조 모형 시험 등 통상적인 연구개발을 계속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문서도 아닌 말 한마디로 연구개발비 집행을 중지시키고 그리고 사후에 지나간 기간을 중단이라고 일방적으로 규정했습니다.]
33년 만의 R&D 삭감!
당초 증액이었던 초안이 두 달 만에 삭감으로 뒤집힌 이유는 연구비 낭비를 막고 효율성을 높인다는 명목이었습니다.
하지만 연구비 낭비를 어디서 어떻게 막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이나 대안 없이 일방적으로 삭감된 연구비에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연구원이나 대학원생들을 내보내야 하는 건 물론 소모품인 실험 장갑이나 A4용지 살 돈도 부족하다는 자조 섞인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현장 연구원 C : 인건비를 확보해서 연구비를 짜게 되면 재료비가 너무 많이 삭감되다 보니 (연구를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연구원들은 조금 재계약을 이제 좀 못한다든지….]
현장에서는 정부가 연구자에게 카르텔이라는 낙인을 찍었다며 인재들이 이미 떠났거나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 삭감된 R&D 예산은 단순히 연구사업 중단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잃게 되는 일이라는 깊은 탄식이 나오고 있습니다.
YTN 사이언스 양훼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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