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공공 조형물 설치 20년...다양성 부족에 셀프모방까지

2016.03.01 오전 05:49
[앵커]
공공건물을 지을 때 의무적으로 건축비의 일부를 미술작품 설치에 쓰도록 하는 법률이 시행된 지 20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1조원이 넘는 돈이 공공조형물 설치에 쓰였지만, 다양성과 개성이 부족한 작품이 양산되어 법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함형건 기자가 공공조형물의 문제점을 데이터로 분석했습니다.

[기자]
잘 만든 미술조형물은 그 자체로 도시의 얼굴을 바꿔놓는 훌륭한 상징물입니다.

하지만 개성과 창의성 마저 의심되는 작품이라면 얘기가 전혀 달라집니다.

먼저 YTN 데이터 저널리즘팀이 전국에 설치된 만 3천여 점 공공조형물의 문제점을 분석해봤습니다.

조각이 80%로 장르의 쏠림 현상이 심했습니다.

공공조형물의 주제와 제목도 분석했습니다.

가장 흔한 제목은 '가족', 다음이 '비상' 그리고 '화합'의 순서인데요.

이런 제목을 가진 조형물 위치를 살펴봤습니다.

워낙 많다보니 대도시마다 빼곡히 들어 차 있죠.

경남의 한 동네는 흔한 제목의 조각이 9곳이나 있어서, 아파트 단지 건너 하나씩 비슷한 주제의 조각을 보게 됩니다.

사실 이건 전국적인 현상입니다.

작가 분포를 보면,가장 많은 공공조형물을 만든 작가가 129점을 제작했고, 한 사람이 1년에 20점 이상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조형물 작가의 10%가 전체 작품의 절반을 제작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취재팀이 미술평론가 경희대 최병식 교수와 공동으로 조사한 결과, 다작 작가 50인 중 29명의 작품 94점은 자기 모방이 의심됐습니다.

서로 다른 광역시도에 설치된 동일한 작가의 작품이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닮았거나, 아예 같은 지역에 설치된 두 작품이 빼닮은 경우도 확인됐습니다.

[최병식 / 경희대 미술학과 교수 : (작가가) 스스로의 스타일을 어느 정도 연작 시리즈로 반복하는 건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적어도 3점 이상의 작품을 거의 동일하게 반복하는 건 자기 표절적 현상이 굉장히 강한 것이죠. 작가 스스로의 양식의 문제이고 심의 과정에서도 철저히 걸러내야 하는 그런 부분이 아닌가….]

작품 당 수천만에서 수십억원까지의 제작비가 들어가는 공공조형물 시장은 지난 20여년 동안 전국적으로 1조원이 넘는 돈이 투입됐습니다.

이제라도 심사과정에, 작가의 지연·학맥과 무관한 전문가를 참여시키고, 해당 작가의 과거 작품까지 검토해, 보다 다양하고 독창적인 조형물이 선정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YTN 함형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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