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암벽 위 소나무...고통을 이겨낸 자의 독특한 자태

2021.04.11 오전 02:31
[앵커]
암벽에 뿌리를 박고 살아가는 소나무, 강인함의 상징이죠.

눈비 오는 날 암벽을 올라 소나무의 모습을 전하는 작가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이자 유일한 여성 산악 사진작가, 강레아 씨를 이승은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展, 강레아, 5월 2일까지, 서울 갤러리밈]

아무도 개척하지 못한 곳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

고난을 이겨낸 존재 앞에 인간은 겸손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포기하지 않은 소나무 씨앗에게 바위는 틈을 내줬습니다.

둘은 한몸입니다.

[강레아 / 산악 사진작가 : 고통을 이겨낸 자들의 독특한 자태가 있어요. 고난을 이겨낸, 그게 생물이든 사람이든 그 자태가 있는데 아우라로 뿜어져 나와요. 소나무에서 저는 그걸 봤거든요.]

30여 년 전 19살 때 산의 매력에 빠진 작가는 20년 전부터 카메라까지 더해 산을 오릅니다.

등반가들도 버티기 힘든 곳에서 몸을 움츠리거나 비틀어야 셔터를 누를 수 있습니다.

끊임없이 사람을 단련시키는 산, 결정하면 죽음을 무릅쓰고 그 속으로 들어간 산악인들에게 삶의 태도를 배웠습니다.

[강레아 / 산악 사진작가 : (산은) 내가 나태해지거나 약해지면 털어내는 것 같더라고요. 강한 존재만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약한 뿌리라도 바위에 붙어 있어야 하고.]

인수봉에는 등반가들이 쉴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준 소나무가 있었습니다.

2년 전 태풍에 부러진 이 소나무를 찍기 위해 작가는 다시 암벽을 올랐습니다.

작가가 보내는 마지막 인사입니다.

눈비가 오거나 운무 속에서 찍은 흑백 사진은 마치 수묵화를 보는 것 같습니다.

[강레아 / 산악 사진작가 : 눈이 현혹이 돼버리면 다른 걸 잘 못 읽어요. 소리를 잘 못 듣고. 그걸 없애면 흑백이 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요.]

YTN 이승은[selee@ytn.co.kr]입니다.
HOT 연예 스포츠
지금 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