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윤현준 CP에게 '크라임씬'은 가장 아픈 손가락이다. 잠을 이루지 못할 만큼 힘들게 방송을 만들고 시즌3까지 프로그램을 끌고 왔지만, 시즌4를 생각하면 다시 딜레마에 빠진다.
'크라임씬'이 처음 세상에 등장했던 2014년으로 돌아가 "'크라임씬'은 어떻게 시작됐는지" 물었다. 원래 추리물을 좋아했던 건 아닐까 단순히 예상했지만, 윤현준 CP는 답했다. "뭔가 다른 콘텐츠를 한창 찾던 때였다"고.
'크라임씬3'를 마치고 조금은 여유로워진 윤현준 CP를 지난 21일 서울 상암동 JTBC 사옥에서 만났다.
Q: 2014년 당시 '크라임씬'은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
윤현준 CP(이하 윤): KBS에서 15년 동안 일하다가 2011년도에 JTBC로 왔다. 채널이 많이 생기기 전, 공중파에서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는 가족 프로그램을 하면 다 잘 됐다. 그런데 갓 출범한 종편 채널, 케이블 송출 시스템에서 1~2년 정도 일하다 보니까 '공중파 마인드'로 프로그램을 해서는 안 되겠구나 싶더라. 2014년에 한창 뭔가 다른 콘텐츠를 찾고 있었다. 그러던 중 저의 입봉작 '꿈의 피라미드'라는 프로그램을 같이하던 작가가 기획안을 보내줬다. 모두가 용의자이면서 모두가 탐정인 추리 게임이 내용이었다. 색다르고 재미있다는 생각에 발전시킨 게 '크라임씬'이다.
Q: 원래 추리물을 좋아했나?
윤: 아니다. 작가에게 왜 이런 기획을 제안했냐고 물었을 때, 제가 논리적인 것에 강하다고 생각했다더라. 저는 예전부터 예능도 논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떤 프로그램이든 논리적으로 말이 되지 않으면 재미가 없다. 그래서 '크라임씬'을 시작했는데 사실 이렇게까지 힘들 거라고 생각 못 했다. 논리적으로 허점이나 구멍이 없어야 된다는 강박관념이 잠을 못 이루게 한다. 소품도 적재적소에 적당한 퀄리티로 있어야 하지 않나. 시즌1이 제일 힘들었다.
Q: '크라임씬'은 마니아 시청층이 두터운 프로그램이다. 범죄 추리 예능으로 성공을 거둘 거라고 예상했나?
윤: '크라임씬'이 성공했나? (웃음) '크라임씬'은 성공의 기준을 다르게 보고 간 프로그램이다. 3만큼 좋아하는 사람이 10,000명 있는 것과 8이나 9 정도로 좋아하는 사람이 500~1,000명 있는 것의 차이다. '크라임씬'은 파급력이나 화제성 측면에서는 성공했다고 본다. 하지만 여전히 방송이기 때문에 절대적인 수치에서 만족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 지금 생각하면 둘 다 잡겠다는 건 욕심이다. 기본적으로 '크라임씬'은 방송 한 번 봐서 100% 이해할 수 없는 프로그램이다. 단점이기도 하지만 다시보기로 두세 번 더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Q: 시즌3는 첫 에피소드(대선 후보 살인사건)부터 강렬했다. 시즌3를 준비하며 특별히 초점을 맞춘 게 있다면?
윤: 형식적으로 시즌2와 시즌3는 변한 게 없다. 2년 만에 돌아오는데 낯설어질까 봐 일부러 변화를 주지 않았다. 대신 드라마적인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 것에 중점을 두고 힘을 쏟았다. 호불호가 갈리긴 했지만, 캐스팅도 그런 측면에서 이루어졌다.
Q: 매회 디테일한 세트 구성이 돋보인다.
윤: '크라임씬'에서 가장 중요한 게 세트다. 공간이 구획으로만 나눠진 세트로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제작진끼리 갑론을박이 많았다. 그런데 '크라임씬'의 세트는 비워놓음으로써 상상력을 자극한다. 대신 그 안에 소품을 제대로 채우자는 게 제작진의 생각이었다.
Q: 제작진의 가장 큰 고충은 무엇인가?
윤: 맡은 역할에 따라 다르다. 저나 PD들, 메인 작가는 가장 중요한 게 드라마고 대본이다. 대본을 조금 더 드라마틱하게, 논리적 모순 없이 매회 특별한 포인트를 둬서 만드는 게 가장 어렵다. 소품과 세트를 담당하는 제작진은 그게 가장 힘들 거다. 위에서 대본이 늦게 나올수록 세트 작업이 늦어지고 현장에서도 수없이 수정된다. 소품팀장의 경우 시즌1부터 시즌3까지 함께했는데 그분 아니었으면 '크라임씬'을 못했다. 시즌2 때는 너무 힘들다며 그만둔다고도 했지만, 이제는 무슨 일이 생겨도 여유 있게 대처한다. 미술팀이 가장 큰 일을 했다.
Q: 힘든 제작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1%대의 시청률은 아쉬움으로 남을 것 같다.
윤: '크라임씬'은 전체 시청률보다 2040 타겟 시청률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프로그램이다. 전체 시청률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크라임씬'의 시청자는 대부분 20~40대고 화제성 측면에서는 결과가 다르다. JTBC 예능 중에 화제성 1등을 계속 해왔고, 3등 안에도 늘 들었다. 다만 '크라임씬' 시즌4를 생각하면 방송사적으로나 저의 PD로서의 마인드로나 계속하는 게 맞는지 고민이 든다.
Q: '크라임씬3' 고정 플레이어들에 대한 생각은?
윤: 박지윤과 장진 감독이 없었으면 '크라임씬3'를 못했을 거다. '크라임씬'은 자기 역할만 잘하면 되는 게 아니라 왜 이런 캐릭터가 나왔는지, 제작진의 의도는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굉장히 어렵다. 어떤 단서를 빨리 찾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이게 얼마나 중요한 단서인지 판단하는 게 필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박지윤, 장진은 굉장히 머리가 좋은 사람들이다. 이번 시즌은 또 '김지훈의 재발견'이었다. 회차를 거듭하며 너무 잘해줬다. 양세형, 정은지의 경우 '시즌2'의 케미를 기억하는 팬들의 입장에서 조금 아쉬웠겠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너무 잘했다.
Q: 송재림, 김병옥, 소진, 차은우, 진영 등 게스트를 어떻게 섭외했나?
윤: 역할에 맞는 게스트를 선정하는 게 중요했다. '사기꾼 살인사건'의 경우 동포 캐릭터가 있는데 이런 연기를 좀 해 본 연기자가 했으면 좋겠더라. 그 역할에 잘 달라붙겠다는 생각에 배우 김병옥을 섭외했다. '숙다방 살인 사건'의 '미스소' 소진도 그렇다. 옛날 다방 종업원의 모습을 생각했을 때 소진이 떠오른 거다. 실제로 소진이 예능감이 엄청난 친구다. 그런 것들을 감안해서 캐스팅했다.
Q: 녹화 시간이 워낙 긴데 현장 분위기는 어땠는지?
윤: 시작할 때는 다들 '오늘 녹화 빨리 끝내자'고 한다. 그런데 막상 들어가면 막판에 제작진이 끝내자고 해도 '조금만 더 찾자'면서 안 끝낸다. 게스트들도 8~9시간씩 녹화하고 "힘드셨죠?"라고 물어보면 "재밌었다"면서 돌아간다.
Q: 마니아 시청자들은 벌써 시즌4 희망 라인업을 이야기한다.
윤: 이게 참 딜레마다. 여러 가지 이해관계가 부딪힌다. '크라임씬'이 해외 유수 영화제나 시상식에서 상도 받고 그 퀄리티를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상업 방송국이기 때문에 제작비 대비 효율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시즌2, 시즌3를 뛰어넘을 만한 시즌4를 만들려면 인력과 시간이 필요할 텐데 매 시즌 끝날 때마다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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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Star 김아연 기자 (withaykim@ytnplus.co.kr)
[사진제공 =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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