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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 최민식 "세종과 장영실, 의견대립도 천진난만함도 있었겠죠?"

2019.12.21 오전 08:00
"허진호 감독님이 저랑 (한)석규한테 시나리오 주고 세종과 장영실을 누가할지 알아서 정하라고 하더라고요. 석규가 '세종한다'고 해서 전 '장영실하겠다'고 했죠. 사실 '천문'이 아니더라도, 다른 장르였어도 석규랑 한다고 했으면 무조건 했을 거예요. 한번 만날 때가 됐다 싶었죠."

배우 최민식이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감독 허진호)를 선택한 이유를 이같이 말했다. 동국대학교 연극영화과 선후배 사이인 최민식과 한석규는 1994년 드라마 '서울의 달', 1997년 영화 '넘버 3'를 함께했다. '쉬리'(1999)를 마지막으로 20년 간 작품으로 인연을 맺지 못한 두 사람이 '천문'으로 재회했다.

조선의 하늘과 시간을 만들고자 했던 세종(한석규)과 장영실(최민식)의 숨겨진 이야기를 담은 영화에서 세종과 장영실은 마치 한 편의 멜로영화처럼 애틋하고 애잔하다. 같은 꿈을 꿨던 세종과 장영실, 신분의 벽을 뛰어넘어 진한 우정을 나눈 두 천재의 관계는 깊고도 깊다.

최민식은 "왕과 신하의 관계는 뻔하다. 세종과 장영실이 업적을 만들어내기까지의 관계가 궁금했다. 다양하게 표현해보고 싶었다"라면서 "둘이 있을 때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을지 많이 상상했다"라고 이야기했다.



"누구나 알고 있는 세종과 장영실의 얘기를 영화로 다시 만들 때는 포커스를 새롭게 가져가야 되지 않나 싶었어요. 예를 들어 혼천의를 만들 때, 장영실이 세종 앞에서 브리핑도 하고 시뮬레이션도 했을 텐데 회의를 하고 실행에 옮길 때 마냥 좋기만 하지는 않았을 것 같더라고요. 의견대립도 있었을 거고 아이들처럼 천진난만하게 웃고 좋았을 때도 있지 않았을까요? 고운 정, 미운 정도 표현해보고 싶었죠."

장영실은 조선의 하늘을 연 천재 과학자였다. 관노임에도 불구하고 세종은 뛰어난 그를 파격 등용, 각종 천문의기를 발명했다. 실제 실록을 보면 세종은 장영실을 내관과 같이 곁에 뒀다. 최민식은 이 기록을 보고 "두 사람이 보통 사이가 아니다 싶었다. 계급장 떼고 얘기를 나눴을 텐데 영화 속에서 제대로 묘사가 되면 재밌겠다 싶었다. 엄격한 신분 사회를 뛰어넘어 우정을 나누는, 자유로운 분위기를 많이 떠올렸다"라고 촬영 당시를 떠올렸다.

"임금에게 충성을 다하는, 신하의 수위는 아니죠.(웃음) 왕과 천민 출신 관료가 그저 정을 나누는 게 아니라 홀딱 벗고 인간 대 인간으로 교감하는 것이 이 작품의 핵심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어요."



최민식은 연기할 때 상상력을 많이 활용한다. 그는 "그게 재밌다. 현대극이든 사극이든 그것이 재밌어서 한다"라고 미소 지었다.

"연기는 가공된 이야기를 그럴듯하게,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일이잖아요. 판타지든 리얼리즘이 됐든 설득력을 만드는 과정이 재밌어요. 그때는 자유롭고 못 할 이야기가 없거든요. 물론 제가 혼자 소설을 쓰는 게 아니죠. 결정권자는 감독님이고, 저는 제 아이디어나 느낌, 이 작품에 대한 감성이나 논리를 이야기하는 거죠."

다채로운 관계의 결을 표현하는 데 있어 한석규와의 연기 호흡은 그야말로 적격이었다. 그는 "석규의 눈만 들여다보고 있어도 감정을 알겠더라"라고 회상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촬영장에서 서로 세종이나 장영실의 감정에 대한 얘기를 많이 안 했어요. 왜냐하면 리허설할 때 어떻게 해야 하겠는지 알겠더라고요. 탁구 칠 때 처럼 서브 넣고, 왔다 갔다 했죠. 스매싱 들어오면 자세가 딱 잡혔고요. 이게 궁합이구나 싶었죠."



최민식은 한석규에 관해 묻는 말에 "똑같다"라고 엄지를 들었다. 그는 "대학교 때하고 변함이 없다. 이렇게 변화무쌍한 연예계에서 변함없는 철학과 자세로, 20대나 50대나 똑같음을 유지하는 배우는 많이 본 적이 없다"라며 "학교 후배지만, 석규 같은 동료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든든하다"라고 아낌없는 애정을 드러냈다.

'취화선' '올드보이' '악마를 보았다' '신세계' 등 수많은 작품을 선보였던 그에게는 1761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한국 역대 박스오피스 1위를 5년 넘게 지키고 있는 '명량'이라는 업적이 존재한다. 다만 최민식은 이 흥행을 "잊었다"라고 단호하게 말을 이었다.

"배우가 스코어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어요. 말도 안 되죠. 그런데 흥행은 제 범위 안에서 어떻게 해야 할 일은 아닌 거 같아요. 물론 원인은 분석해요. 무엇이 문제여서 대중과 소통이 안 됐는지, 혹은 무엇이 좋아서 소통됐는지를 말이죠. 흥미롭거든요. 그렇지만 연연하지는 않으려고 해요. 끊임없이 공부하고 (작품을)만드는 재미에 취해서 살려고 하고 있습니다. 전 아직도 욕심이 많거든요. 목말라요. 늘 말씀드리는 건 멜로에요.(웃음) 더 나이 들기 전에 해야죠."

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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