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귀환했다. 1997년 '타이타닉'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11개 부문을 수상하며 영화 속 대사를 인용해 "내가 세상의 왕이다!(I'm the king of the world!)"라는 수상 소감을 외쳤던 제임스 카메론 감독 이야기다.
2009년 ‘아바타’를 통해 관객들에게 ‘비주얼 쇼크’를 안기며 전 세계 흥행 1위 작품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던 그는 속편 ‘아바타: 물의 길’을 선보이기까지 13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라지만,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이번에도 스스로를 뛰어넘는 마법을 선보인다.
전편이 ‘제이크 설리’와 ‘네이티리’의 로맨스를 메인 축으로 가져갔다면 ‘아바타: 물의 길’은 그들이 일군 가족의 고난과 역경, 성장을 그린다. 이야기의 초점은 개인에서 가족으로 확장됐고, 세계관 역시 바다를 배경으로 새로운 부족을 등장시켜 판을 키웠다.
제이크 설리와 네이티리 부부, 이들의 네 자녀는 전작의 악당 쿼리치 대령의 위협을 피해 바다에 사는 산호초의 민족으로 터전을 옮긴다. 쿼리치 대령은 자신이 그토록 혐오하던 나비족의 신체로 새롭게 몸을 옮겨 지독하고 끈질기게 이들을 쫓는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들의 관계 속 구조적 유사성이다.
쿼리치 대령이 ‘복수’를 열망해 나비족의 신체에 적응하려 애쓴다면, 설리는 가족의 ‘보호’를 위해 바다에 적응하려 안간힘을 쓴다. 복수와 보호, 양극단에 놓인 목적을 위해 두 명의 아버지가 유사한 여정을 지난다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여기에 영화는 ‘가족은 하나이며 도망치는 것만으로는 가족을 지킬 수 없다. 부모의 존재 이유는 자식을 보호하는 것’이라는 인류 보편적인 메시지를 강조한다. 자칫 낡고 뻔한 주제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감독은 빈틈없이 촘촘하게 서사를 쌓아 올리며 이야기의 힘을 더한다. 192분이라는 러닝타임 내내 소모되거나 낭비된다고 느껴지는 부분은 찾아보기 어렵다.
전편에 이어 한층 더 화려한 기술적 성취에 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뛰어난 시각효과로 혁명적인 영화라는 찬사를 낳았던 ‘아바타’ 답게 이번 편은 미학적으로 한 층 더 진보된 결과물을 선사한다.
일렁이는 물과 섬세한 물보라 등 CG에 있어 가장 높은 기술력을 요하는 물의 이미지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제임스 카메론은 빛과 어둠 그 어떤 환경도 두려워하지 않고 관객에게 시각적인 황홀경을 선사한다. 경이로운 그래픽의 발전을 토대로 그가 창조한 새로운 세계는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느낌으로 극의 몰입감을 더한다.
이외에도 전편이 제국주의의 식민지 침탈과 환경 파괴에 대한 비판적인 은유를 담았던 만큼, 이번 작품 역시 같은 메시지를 다시 한번 꺼내 놓는다. 감독은 이번에도 인간의 탐욕과 환경파괴 등에 대해 경각심을 전하지만, 감정에 호소하거나 직설적으로 비판하지 않고 우회하는 방식을 택해 관객에게 공을 넘긴다.
고희(古稀)를 앞두고 있다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제임스 카메론은 이번 작품에서도 훌륭한 각본을 토대로 만든 뛰어난 서사를 독보적인 영상미로 구현했다. ‘아바타: 물의 길’을 보고 나면 제임스 카메론이 그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를 ‘찍어 내는’ 제작자가 아닌, 가장 영화적인 영화를 만드는 이 시대 최고의 비주얼 스토리텔러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영화 ‘아바타: 물의 길’. 제임스 카메론 감독 연출. 조 샐다나, 샘 워싱턴, 시고니 위버, 스티븐 랭, 케이트 윈슬렛 등 출연.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92분. 12월 1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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